궁금(걷기·도보) 218

[2022.10.10] D+12 산티아고 순례길 (벨로라도 Belorado)

특별한 일들도, 환상적인 풍경도 매일 지속되면 일상이다. 열흘 가까이 보아온 풍경이나 감정들이 연일 계속되는 도보로 감흥을 잃어간다. 오늘 코스는 국도와 함께 걸었다. 자동차 소리를 들어가며 하루 종일 걷다 보니 내가 꼭 이 길을 걸어야 하나, 난 왜 여기 와 있는 가 하는 근본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채워 간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니 그 들도 어제처럼 오늘도 그 길에 서 있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인문학적 지식이 이닐 런지? 그 많은 준비할 것 중 육신의 어려움 만을 생각하고 정작 필요한 길과 마주하는 인문학적 내용에 소홀했음을 깊게 후회해 본다. 작은 마을마다 수 없이 거쳐 왔을 성당은 하나도 달라 보이지 않았었다. 지방마다 특징이 있는 주택이나 공공건물도 그저 필요했기 때문에 지어졌을 뿐 역사적 ..

[2022.10.09] D+11 산티아고 순례길 (산토도밍고데라칼사다)

나헤라에서 산토 도밍고 구간 23.0Km의 거리를 6시간 반 걸었다. 누적 거리 216Km, 드디어 200Km가 넘었다. 하늘이 흐려 기온은 떨어져 초가을 날씨를 보이니 도보여행자의 마음은 괜스리 바쁘고 심란하다. 수확기가 지나 쓸모가 없어진 포도의 양은 상상초월이다. 그럼에도 길을 걷는 이방인에게 수확을 포기한 포도를 건네는 농부에게서 넓은 대지를 가꾸는 여유를 본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갔거나 그곳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 이라면 한번쯤은 사진으로라도 접했을 법한 길을 걸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도 될 만큼 감동을 줄 수 있는 그 길에 앉고, 서고 생각 하고를 반복 해 본 하루였던 것 같다. 여행은 벌써 중반부를 넘어가고 있다.

[2022.10.08] D+10 산티아고 순례길 (나헤라 Nájera)

로그로뇨와 나헤라 구간 30.7Km의 거리를 8시간 반 걸었다. 누적 거리 194Km 이다. 오늘 걸은 30여 Km의 거리 중 포도밭이 눈에서 벗어난 적은 드물었다. 스페인이 포도주의 주요 생산국이라고 하지만 막상 걸으면서 보여지는 포도밭의 규모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집을 떠난지 열흘이 지났다. 여행이라고 하지만 생활 자체는 단순해 졌다. 아침에 눈뜨고 어떻게든 세끼 챙겨먹고, 하루종일 걷고, 하루 전 정한 숙소를 찾아가 샤워와 세탁을 하고 조금 늦게 문을 여는 식당 주위와 마을 주변을 배회 하다가 저녁 먹고 내일을 위해 취침을 한다. 하루 일과의 전부 이다. 정보가 부족하여 걱정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부질 없는 짓이다. 그냥 그렇게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니 감사 할 따름이다. 이렇게 보..

[2022.10.07] D+09 산티아고 순례길 (로그로뇨 Logroño)

로스아르꼬스와 로그로뇨간 31Km의 거리를 10시간 가까이 걸었다. 누적 거리 165Km 이다. 오늘 도착한 로그로뇨그 (스페인어 : Logroño)는 스페인 라리오하 지방의 중심 도시이자 주도이다.고도384m로 인구는 153,736명이다. 일주일동안 거친순례자 길을 걷던 여행자는 여느 도시와는 다르게 무장을 해제 해도 될 것같은 중세의 도시에서 잠시 긴장을 푼다. 도시는 중동과 유럽에서 여유로움 만을 택하여 꾸려 놓은듯 거리엔 낭만의 느낌이 가득하다. 시내 중심가의 타파스 거리는 주일이 아니어도 초저녁 부터 흥청(?)대는 분위기다 꼬챙이라는뜻의 핀초는 조그만 빵위에 식재료를 토핑하여 꽂아놓은 것으로 때로는 술안주로 때로는 간식으로 먹는 스페인 바스크지방에서 타파스를 대용해서 쓰는 용어다. 그리 비싸지 ..

[2022.10.06] D+08 산티아고 순례길 (로스아르꼬스 Los Arcos)

그나마 보이던 침엽수 나무들은 사라지고 수확이 끝난 텅 빈 들판이 멀리 산밑까지 펼쳐진다. 에스떼야와 로스아르꼬스간 23.1Km의 거리를 8시간 가까이 걸었다. 누적 거리 137Km이다. 이 구간에는 오래전부터 순례자에게 생수와 와인을 24시간 무료로 공급하는 이라체 수도원이 있는데, 지금은 관광객이나 도보 여행자가 그 기회를 이어 가고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여름의 한 복판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걷는다고 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하루 종일 걷는 이유는 뭘까? 여름이 지나갔다고 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햇볕은 역시 부담스럽다. 무리하다 싶은 몸씀이 일주일 가까이 되다 보니 신체의 부실한 부분들이 튀어 나온다. 발바닥에는 물집이 보이기 시작하고 배낭을 멘 어깨는 천근 만근이다. 늦..

[2022.10.05] D+07 산티아고 순례길 (에스떼야 Estella)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 날씨가 분명하나 한낮에는 우리나라 한 여름 온도를 오르내린다. 심한 일교차와 짧은 시간 이나마 겪는 더위도 어려움을 하나 보탠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여행자 숙소를 이용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공용숙소의 2층침대이다. 대사기능이 떨어져 두 세번 화장실은 가야 하는 것, 하루 종일 걷고 힘에 부치는 몸을 끌고 2층을 오르는 일, 특히 야간에 저하 되는 공간지각능력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이유가 있었다. 매일 새로운 숙소를 구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숙소 예약플랫폼이 가장 쉬운 방법 이겠지만 이곳에선 풀랫폼에 등록이 돼지 않은 숙소들이 많다. 이경우 일반적으로 왓츠앱을 사용하여 숙소와 직접 예약을 한다. 앱 설치 후 두세번 진행을 해보니 잠자리로 인한 한가..

[2022.10.04] D+06 산티아고 순례길 (뿌엔떼 라 레이나)

스페인의 중소도시인 팜플로냐에서 도보여행으로 지친몸을 하루정도 쉬어갈 계획이었으나, 도보 여행자의 마음은 이미 도시와 결별을 다짐 했나보다. 기껏해야 닷세동안 별거를 하고 있는 도시가 새삼 부담스럽게 느껴지니 말이다. 팜플로냐에서 시작하여 뿌엔떼 라 레이나까지 27Km에 달하는 거리를 걷는길에 만날 수 있는 "용서의 언덕"은 구간중의 백미 이다. 아침 안개속을 두시간 이상 걸어 도시를 빠져 나와 풍력 발전기가 있는 300여m 고도의 언덕을 오르는 순간 그림같이 안개가 걷히고 지금까지 걸어오던 동편마을과 앞으로가야할 서편 마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용서의 언덕이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싶지 않았다. 그 의미를 아는순간 지금눈에 보이는 풍경들이 그 아름다움에 빛이 바랠 것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22.10.03] D+05 산티아고 순례길 (팜플로냐 Pamplona)

정보 앵꼬다. 그동안 준비했던 정보는 여행 초기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할것 같은 불안에서 가능성있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했었다. 두달 가까운 계획을 틀을 마추듯 짤수도 없으니 나머지 일정은 지나간 닷세의 경험을 토대로 진행 시켜야 한다. 유연하게 움직이며 순간순간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않다. 순발력은 떨어져 있고, 그 많다고 자만 하던 경험은 오히려 결정에 장애요소가 되어간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도착한 팜플로냐는 나바라의 주도답게 복잡하다. 공립알베르게 (순례자 숙소)를 찾아가 겨우 잠자리를 구하고 지친몸을 뉘고 나니 내일 숙식이 걱정이다. 도보구간 24Km에 중국식당을 찾아 그 동안의 에너지 공급방식을 잠시 탈피하느라 걸은거리가 4Km 총28Km에달하는 오늘 걸은거리는 생존 본능을 포..

[2022.10.02] D+04 산티아고 순례길 (주비리 Zubiri)

도보거리 23Km, 도보시간 7시간, 드디어 정상궤도의 도보여행이 시작 되었다. 론세스바예스에서 주비리 구간은 산티아고 순례길중에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구간이라고 한다. 나바라 지역에 속해있는 이곳은 전통 지중해 문화권의 영향을 고이 간직하고 있으며 피레네 산맥의 환경 영향을 받아 밀과 포도주, 채소, 올리브 나무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숲속으로 난 길과 목장지대가 잘 어울어져 있고 길 중간중간 위치한 마을은 깨끗하고 조용하다. 건물은 가정집 임에도 규모가 크고 서유럽 특유의 풍경인 베란다와 창가에 화려하게 꽃이담긴 화분을 늘어놓아 한껏 여유를 느끼게 만든다. 오늘 걸은 길은 한국과 위도가 비슷하니 주변의 야산을 산책 하는기분이다. 잔뜩 우거진 숲 속으로는 초가을 분위기의 낙엽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일은..

[2022.10.01] D+03 산티아고 순례길 (론세스바예스 Roncesvalles)

기대했던 날씨는 아침부터 비를뿌렸다. 어제 산장에 묵은사람들이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갈즈음 주인은 30여명이 되는 여행자에게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했다. 본인 이름과 어느 나라 에서 왔고 이곳에 오게된 이유를 간단히. 싱가폴, 캐나다, 미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 브라질 각국의 사람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사연을 말하지만 의미는 제대로 전달 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일찍 차례가 와서 소개를 한 내게 많은 박수 세례가 쏟아져 의아해 했었다. 다른사람의 사연이 끝날때마다 나도 열심히 박수를 보냈다. 정확한 의미를 이해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또한 그러 하였을 듯이. 길을 걷는다는데 무슨 사연이 필요할까? 그냥 좋으니까 걷고, 사람사는 것들을 볼수있으니 걷고, 어떡하면 조금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