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182

[2024.02.14] 코로나 감염

뒤늦게 반겨줄 수 없는 손님이 찾아왔다. 정년을 마치고 계약으로 해외에서 추가 근무를 하던 시점에 팬데믹이 찾아왔다. 소문도 흉흉하고 그로 인하여 국제항공 노선이 거의 운행을 하지 않으니 일시귀국이나 휴가도 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비정기적인 항공편에 한달만에 배정되어 인적이 거의 끊긴 파리공항을 경유, 귀국을 하면서 일 손을 놓아 버렸다. 회사에서는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마치고 그만 두었으면 했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멘탈무장이 되어있질 못했었다. 그리고, 이제 3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주변 지인들 거의 다 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한두 차례 몸과 마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운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 명절 연휴가 끝난 다음날 잠을 자는데 누구에겐가 두둘겨 맞은 듯이 어깨 주위로 시작하여 등짝부분까지 밤새..

[2023.11.14] 백내장 수술

하루 보내는 시간이 전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다. 나름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첫째 행동이 둔해졌다. 분명 같은 사안을 처리하는데 힘과 시간이 더 들어가야 한다. 둘째 전에는 안해도 될 일들이 점차 늘어간다. 시간에 맞춰 약을 챙겨야 하고,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그동안 불편없이 써왔던 신체의 일부가 자꾸 행동에 제약을 준다. 백내장 수술을 했다. 의사의 말로는 지병이 아니고 오래 써서 생기는 일종의 노화 현상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할 수 없다는 조급한 생각에 시간만 나면 돌아다니는 내게 몸을 좀 아껴 쓰라던 주변 선배들 조언이 살갑게 다가온다. 그나저나 수술 첫날 살짝 안대를 풀고 본 주변이 사물이 너무 선명하다. 내일부터 또 다른 안목으로 사물을 보고, 또다른 느낌으로 세상을..

[2023.10.17] 안양예술공원

불만 환하게 켜져 있으면 사람들이 몰려 있었던 때가 있다. 돌이켜 보면 사람들 많은 곳에만 환하게 불을 켰었나 보다. 더구나 유원지(遊園地 ; 돌아다니며 구경하거나 놀기 위하여 여러 가지 설비를 갖춘 곳)에 조명이 환하다면 더 말할 나위 없었겠지. 저녁 운동 차 안양 천변을 거슬러 올라간 안양예술공원의 길거리 가로등은 그렇다 치고 음식점, 카페의 조명이 대단하다. 그 조명에 비하면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래도 되는 건가? 빛의 속도로 변해가는 유행이나 문화 풍속도에 적응 안되는 걸 보니 '뒷방 노인네'라 해도 할 말 없네.

[2023.10.12] 수리산 둘레길

결정장애가 때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심초사(勞心焦思)로 보낸 날이 어언 세달이 지나간다. 5분을 못 걸어도 오금이 저려 주저앉을 만큼 정강이 뒷쪽이 저려왔었다. 정형외과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서너번의 주사를 맞아도 변화가 없었다. 허리치료로 명성이 자자한 강남의 W병원에 CT, MRI를 비롯한 몇가지 검사를 한 후 의사는 허리 디스크 수술을 권유하였다. 유튜브를 보고 주변의 말을 들으니, 만에하나 발생할 수 있을 후휴증이 겁이났다. 권위가 있는 의사의 권고 사항이니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 했지만, 미적거리며 몇주의 시간을 흘려 보냈다. 그동안 이곳저곳(한의원, 정형외과 등)을 배회한 결과인지, 아니면 허리에 좋다는 스트레칭을 해서인지, 그도 아니면 이제 통증이 가실 때가 되서..

[2023.08.24] 3주년 추모일

올해도 장마 끝의 잔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지난 3년동안 오늘을 포함 2번의 비가 내렸다. 비온후의 날씨나 간간이 불어오는 날씨는 가을을 예고하고 있었다. 어쩌면 가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와 날씨를 몸으로 느껴보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시동을 거니 라디오소리가 나오고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려 오는데 이 또한 가을을 재촉하는 음악으로 들린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영훈이 작사 작곡을 한 “가로수 그늘아래서면”을 볼쇼이극장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곡이 “출발 FM과함께”의 마지막 곡으로 흐른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 잊을 수 없는 기억에 /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안고 /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 떠가는 듯 그대 모습 /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 아침 찬바람에 지..

[2023.08.09] 태풍 “카눈”

강도 : 강, 크기 : 중형, 풍속 35m/s, 반경 350km 일본 오키나와 동북동쪽 약 350 km 부근 접근 6호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로 접근을 하고 있다. “태풍에 날아 갈 거 없냐? 횡성 움막, 하동 움막 잘 정리 해 놓았냐?” 친구가 보내온 카톡은 태풍에 대한 경각심 보다는 안부를 물어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 횡성 움막이라 함은 나의 텃밭이 있는 곳이고, 하동 움막이라 함은 폴란드현장에 파견 나가 있는 친구의 국내 딸기 농사를 짓는 비닐 하우스를 말하는 것이다. “요즘 마음 같아서는 태풍으로 모든 것이 날라가 버리고 인생도 새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회신을 보내놓고 보니 평소 후회 없는 나날들을 보내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요즈음의 내 생활이 무엇인가 아쉬움으로 점철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

[2023.04.20] 봄날 새벽의 단상

아침비행기로 일본을 여행하겠다는 아들녀석이 부산을 떠는 바람에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났다. 해외근무를 하다 휴가를 들어온 녀석은 친구와 3박4일 일본 여행을 간다고 했다. 삼개월 정도 근무하고 2주 남짓 주어지는 휴가를 나도 경험했었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모자란다. 몇몇 친구를 만나고 짧은 여행을 다녀오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다 보면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이 밀려온다. 사전에 아무리 계획을 잘 잡는다고 하여도 지나고 보면 후회투성이다. 어느 휴가 때는 아내의 훌쩍이는 모습을 보면서 현장을 발을 돌렸던 때도 있었다. 가족 보다는 친구나 본인의 볼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섭섭하여 나타난 감정이다. 차라리 휴가를 오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2023.04.16]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

안양예술공원 계곡의 끝자락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이 4/15일부터 5/7일까지 일반인에게 개방을 한다. 집에서 5분을 걸어가면 안양예술공원에서 오는 버스가 회차 하는 지점이다. 오랫동안 가보지 못했던 수목원을 걸어 보기 위해 늦은 아침 집을 나섰다. 1960년대 들어선 수목원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이 깊은 장소는 소 잔디원의 아그배 나무와 계곡물을 막아 만든 오래된 수영장 부근의 오래된 집 한채 이다. 아그배 나무는 1977년 홍수 때 계곡을 떠내려온 7년생 나무가 터를 잡아 꽃을 피워가고 있는 나무다. 그때, 난 사회초년생으로 열사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홍수로 인한 물난리로 안양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성원 상떼빌 자리에 있던 공동묘지가 유실되었고, 물 난..

[2023.03.30] 서산/해미읍성

우리가 지난번에 왔던 때가 이 때쯤 이었나? 해미읍성을 돌면서 시간의 흐름을 되돌이켜 본다. 작년3월23일이니 꼭 일년 만이다. [2022.03.23] 해미읍성 점심을 먹자고 약속한 친구는 아침 열시에 집앞으로 차를 몰고 왔다.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이니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도 있겠구나 생각은 들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몇해전과 다르다는 생각도 htree.tistory.com 자칭 중년이라고 부르고 싶은 노년의 두 남자는 주기적으로 점심을 먹고 한가한 카페에서 일상의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흘려 보내고는 한다. 오늘은 어딜 가지? 집 앞으로 차를 몰고온 친구는 내가 차를 타자 마자 네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재촉한다. 이런 상황이 될 것이라 충분히 예상을 했던 나는 오랜만에 서산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이견이 있..

[2023.03.28] 수리산

“회전 근개” 파열로 인한 어깨통증을 치료하기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다 보니 심신이 지쳐간다. 삼주에 두번 정도 병원을 방문하지만, 남은 시간은 소모적으로 흘러간다. 주기적인 통증이 밀려오니 의욕도 저하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 물 흐르듯 시간을 맥없이 흘려 보낸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 봄날 은 간다. 어떻게든 흐르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간단한 복장을 하고 수리산 칠흙골을 돌아 안양천을 따라 내려온다. 봄의 대명사,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