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182

[2023.03.23] 안양천

미세먼지의 수준이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 간 것 같다. 몇일 동안 미세먼지의 수준이 나쁨으로 나온다. 어깨 통증으로 야외활동을 줄이다 보니 답답함이 밀려온다. 산책겸 안양천을 걷는다. 벚꽃과 개나리가 동시에 꽃망울을 터뜨렸다.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앞선 시점인 것 같은데, 통상 개나리가 먼지 피고 이어서 벚꽃이 피지 않았던가? 안양천 대교 밑에는 노인들로 북적 인다. 그동안 추위 때문에 사람들을 못 만났다가 날씨가 풀리니 몰려나온 것 같다. 노인들의 표정에서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모여든 느낌을 받는 건 나 혼자의 생각일까?

[2023.03.14] 서해랑길 태안에서

난 아마도 이렇게라도 생존해 있음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마음 같아서는 첫차를 타고 떠났어야 했다. 새벽6시30분에 안양역시외버스터미널에서 떠나는 버스를 타면, 태안까지 족히 3시간은 걸릴 것 같았다. 바다가 보이는 어느 곳으로 떠나는 버스 시간을 고려하려면 터미널 근처에서 아침을 해결해야하고 한시간 이상을 더 움직이면 비로소 바다가 보일 것이니, 그렇게 서둘러도 10시 반이나 되어서야 그 바닷가에 도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마음같이 움직여 지지 않는다. 나 스스로 핑계를 찾았다고 핀잔을 받아도 할 수 없지만 그렇게 평소 같지 않게 그렇게 이른 시간에 집을 빠져나오기에 무엇인가 서먹한 설명이 필요한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단 둘이 있는데, 아내를 이해 시키는 것이 이토록 어렵다..

[2023.03.09] 너무 조급해 하지 말자

은퇴한 날부터 오늘까지 조급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일손을 놓으니 좀더 여유롭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야 가야 하는게 맞지만~ 하루라도 여유가 생기면 엉덩이에 가시가 도친 듯 여분의 시간을 무엇으로 라도 채워야 직성이 풀렸다. 친구들을 만나서 차를 마시고, 계획을 잡아 여행을 가고, 그 동안 못해본 취미생활을 한다고 하니 그것이 여유 라고 생각했었다. 주변의 친구들은 크게 두 종류로 대별 되어져 갔다. 나와 같은 부류와 시간을 향유하는 부류. 난 그들의 모습에서 성격이 여유로우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내 생각을 정당화 시켰다. 우리가 우리 의지대로 부담을 갖지않고 움직일 수 있는 나이가 70세정도라는 사안을 근거도 없이 그것이 통계에서 나오는 것으로 기정 사실화하면서 친구들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혹시 매스컴의..

[2023.03.09] 까미노 블루

새벽 세시. 캔 맥주와 함께 까미노를 걷던 사진들을 모아놓은 폴더를 찾아 슬라이드로 사진을 돌려본다. KBS FM “세상의 모든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시 눈을 부치고 나니 문득 메세타평원의 한 지점이 떠오른다. 그것으로 끝이 나면 다행인데, 굳이 앞 뒤의 장면을 기억하려 애를 쓴다. 아무리 현업에서 떠났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시간이 남아 돌아간다 하더라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조각이 떠오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깊어 진다. 순례길에서 돌아온 후 한 두 달은 그동안 밀렸던 일상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그리고 또 한 두달은 산티아고에서 기록했던 사진과 영상을 정리하느라 아무 생각 없이 보냈었는데,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시간만 나면 세달 전으로 길위에 있던 시점으..

[2023.02.21] ChatGPT

어제는 ChatGPT에 관심이 있어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테스트를 해 보았다. 몇가지 키워드를 주고 글을 주문하니 형식을 갖추어 결과물을 내 놓는다. 세상 참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 할 수 있었다. 단지 개개인의 환경에 맞는 대답이 아닌 일반적인 대답을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으로 나타내니 활용의 가부는 본인이 택 할 수 밖에… 어제 산책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키워드로 정리하여 ChatGPT에게 글을 한번 부탁 해 보려한다. 어제 쓴 글과의 차이점이 어떨런지? 앞서 내가 격식에 서투른 글을 썼다면 아마도 이 녀석은 형식 하나는 잘 갖춰 글을 쓸 것 같다. 더하여, 혹시 아나? 내가 생각하고자 했던 감정까지도 그 글 속에 녹아 들어가 있을지? 역시 주관적인 감정이 들어가지 않아 주관없는 객관적..

[2023.02.20] 안양천변 산책

일주일 전 집에서부터 한강을 목적지로 걷다가 반도 못간 금천구청 역에서 발길을 돌렸다. 힘도들고 배도 고팠던 때문이다. 오늘은 지난번 발길을 돌린 금천 구청역으로 전철을 타고가서 나머지 구간을 걸었다. 지난번보다 기온도 떨어졌지만, 천변을 따라 바람이 분다. 봄인 듯 겨울이다. 봄이 오는 가장 보편적인 표현은 ‘얼음장 밑에서 물 흐르는 소리’에서 봄이 온다고 한다. 지금 얼음 한점 볼 수 없는 징검다리를 건너지만 강물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은 봄보다는 겨울이 연상된다. 며칠 동안 기온이 떨어진 듯하여 집에만 머물렀더니 시간의 흐름이 감지되지 않는다. 생각은 한곳에 머물고 머리를 굴리는 듯하지만 인터넷 세상에 끌려들어가는 알고리즘에 갇혀 변화가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집을 나서니 평범한 사물에서도 시..

[2023.02.12] 세월

두 집 건너편에 사시는 분을 내가 처음 본 해는 1983년? 그러니까 40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열 대여섯 살 정도 더 드셨을 테니 80정도는 되신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만해도 그는 40전후의 중년(?)이었는데.. 주변 미용실에서 이발을 하고 집으로 가는 모습이 불안하다. 그분의 부인은 뒷짐을 짚고 옆에서 따라가고, 미용실 직원이 노인 분을 부축하여 집으로 모셔다 드리는 것 같다. 세월 참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내 나이를 잊고 산다고 하지만 가끔씩 나이를 계산하며 소스라치게 놀라고는 한다. 그 나이에 연상되는 모습을 새삼스레 상상도 해 보면서, 절대 난 그 정도의 외형으로는 변해 있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까지 해 가면서. 아내는 친구들을 만나 점심 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2023.02.01] 빼앗긴 일조권

이월의 첫날. 기온은 영상을 보여 따뜻할 것 같은데 바람이 분다. 아무리 영상의 기온이라고 해도 겨울 바람이라 차갑다. 그래도 오랜만에 영하에서 벗어난 때문인지 안양 천에는 산책하는 사람들로 한가롭지 않다. 아쉬운게 있다면, 아무리 폭이 적은 천변이라고 할 지라도 그늘이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햇볕도 마음대로 공유하지 못하는 환경이 되어가는 것 같다.

[2023.01.05] 덕유산 – 향적봉/백련사

나이가 들어가면 가족들과의 관계를 가끔씩 재 정립하게 되나보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 특별히 대화의 주제가 없다는 이유, 서먹하다는 이유 등 여러가지 이유로 등한시 해왔던 가족들과의 관계를 더 이상 미루면 후회가 될 것 같은 생각들이 들곤 했었다. 마음만 갖고 있기 보다는 실천이 문제다. 막내 처남의 노력으로 오랜만에(실은 생애 처음이다) 5남매가 집을 떠나 콘도에서 하루를 보냈다. 당연히 자연스러움 보다는 의무감이 앞섰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도착하는 날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에 내려서 향적봉까지 걸었다. 저녁에는 술도 한잔하고 준비해온 윳놀이도 하였다. 다음날은 백련사 절까지 눈길을 걸었다. 예상보다 긴 거리(왕복 약 12Km)를 걸었지만 평균 나이를 감안하면 먼 거리와 눈길 임..

블로그 방학

블로그에 마지막 글을 쓴 기록을 보니 작년 7월중순, 6개월가까이 블로그와 멀리했다. 생존을 위한 루틴 한 행동을 뺀 나머지는 삶에서 이벤트라고 여겼다. 그래서 루틴 한 일상이 아니면 기록하고자 했던 것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동기였었다. 거의 10년 이상을 지속하다가(물론 몇 일정도 건너 띠거나 특이한 일상을 빼 먹었던 일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오랜 동안 기록을 하지 않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렇다고 지난 6개월이 의미 없는 생활이었거나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보다 다이나믹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지난 6개월이 내 생에 굵고 많은 매듭을 만들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기록을 하지 않게 된 이유는 다음블로그를 폐쇄하고 티 스토리로 블로그를 옮긴다는 정책을 핑계로 잠시 게으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