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날부터 오늘까지 조급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일손을 놓으니 좀더 여유롭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야 가야 하는게 맞지만~
하루라도 여유가 생기면 엉덩이에 가시가 도친 듯 여분의 시간을 무엇으로 라도 채워야 직성이 풀렸다. 친구들을 만나서 차를 마시고, 계획을 잡아 여행을 가고, 그 동안 못해본 취미생활을 한다고 하니 그것이 여유 라고 생각했었다.
주변의 친구들은 크게 두 종류로 대별 되어져 갔다. 나와 같은 부류와 시간을 향유하는 부류. 난 그들의 모습에서 성격이 여유로우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내 생각을 정당화 시켰다.
우리가 우리 의지대로 부담을 갖지않고 움직일 수 있는 나이가 70세정도라는 사안을 근거도 없이 그것이 통계에서 나오는 것으로 기정 사실화하면서 친구들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혹시 매스컴의 어느 구석에서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여튼, 70이면 이제 4~5년후에는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을 하니 매사가 조급하다. 그전에 내가 할 것이 무엇인지 파악을 해야 하고 그것을 행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 될 것 같은 조급함 말이다. 사실 나와 유사한 성격의친구는 내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표해왔다.
요즘,
회전근개(어깨) 파열로 병원엘 다니고 있다. 어깨가 아프다는 것은 절대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 들어 절실하게 알아가고 있다. 몸을 움직여 할 수 있는 일들이 없다.
취미로 시작한 키타부터 탁구, 자전거, 수영, 골프, 심지어는 당구까지 회전 근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운동이 없다. 얼마전부터 골프에 빠져있던 친구도 회전근개에 이상이 생겨 병원엘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주 가끔씩 어울리던 스크린 골프를 마다하고 산으로 몰려갔다. 하지만, 엄격히 따지면 산을 오르며 사용하는 스틱도 어깨 근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서 TV를 본다던가 책을 읽는 일, 명상을 하는 일은 할 수 있으나 오래전부터 몸에 배어온 동적인 활동이 아니면, 만족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한동안 뜸 했던, 집 뒤의 수리산을 오른다. 어제 밤에는 갑자기소나기가 뿌렸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하늘에는 오후까지 옅은 안개가 걷히지를 않았다. 산은 아직 봄의 기운이 전해지지 않았다. 떨어진 낙옆은 온산을 뒤덮고 있고, 그 사이로 난 길엔 평일의 한적함 만 가득하다.
그 길을 걸으며 마음을 달래본다. 결코 조급해 지지 말자. 만약 은퇴를 하지 않았다면 일 속에 뭍혀 이런 생각도 못했을 터이니,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자. 꼭 더해야 할 일이 굳이 있는가? 지금껏 뛰듯 살아온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인생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더 해야 채워질 수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고 있는 것보다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는가?
마음을 다잡고 내려오는 공원 화단에 복수초꽃과 수선화의 파란 잎이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렇게 의식하지 않고 오가는 것이 세월 일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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