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알제리 76

[2020.06.22] 이동 (2)

[6/21밤 파리 공항에서]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크긴 크군. 아직도 6시간이나 남아있는데, 오늘 내로 출발 예정인 항공은 고작 10편, 파리 공항은 썰렁하다. 배를 채우려 이곳 저곳 돌아다녀봤으나, 식당이나 카페마저 문을 닫아 나초쪼가리 하나에 하이네켄 맥주 한캔으로 요기를 하며 탑승시간까지 세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6/22 오후 횡성 삼배리 에서] 여차 저차 해서 이런저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 후 해지기 전에 자가격리 장소인 농막으로 왔다. 그럴 줄 알았지만 주인 없는 텃밭에 망촛대 가득하다. 앞으로 웬만하면 끼니를 스스로 해결해야 할 방법을 터득하자고 맘 단디 먹고 있는데, 집에서 바리바리 음식을 싸 주었으니 당분간은 긴장을 풀어도 되겠다. 일단 보름 동안 작정하고 쉬어 볼 참이나 내일 당장 ..

[2020.06.20] 이동

국내 항공노선이 폐쇄되었으니, 육로로 이동한다. 숙소를 출발하여 알제로 오는 시간은 에스코트 하는 경찰대기시간을 포함하여 꼭 10시간이 걸렸다. 서울서 부산 정도의 거리이다. 알제리 북동부 지방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경로 중 몇몇 구간은 산악지형으로서 관광지로 개발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외 구간도 6월 말이면 밀을 수확 할 시기여서 누렇고 광활한 벌판은 한번쯤 시간을 내어 머물어 보고 싶은 장소이다. 지금은 통행의 자유가 없이 이렇게 이동하는 동안 차안에서 풍경을 보고 있지만, 언젠가 개방이 된다면 관광을 목적으로 다시 한번 와 보고싶은 나라이다.

[2020.06.20] 현장을 떠나며

오늘, 현장을 떠나는 날 근무하던 직장후배동료와 아침을 함께 했다. 평소 늦잠으로 아침을 거르거나 출근시간 촉박하여 급하게 챙겨먹고 나가는 녀석들이 출근 한시간 전 식사를 하는 나의 식사시간에 마추어 함께 먹겠다고 했다. 그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송별회를 기꺼이 준비하고 고기를 구워 접대하고, 사무실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현장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자고 했었다. 두 녀석 다 아들 뻘에 가까운 나이, 가끔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30여년 차이의 대화 분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직장동료로서 업무의 연장 일 것이라고 긴가 민가 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들이 국내에서 일상에 적응한 어느 선선한 가을밤 농막으로 불러 소소하게 녀석들이 좋아하는 소고기라도 구워 술 한잔 기울여 볼 생각을 해 본다.

[2020.06.03] 6월의 하늘

아주 오래 전 한국의 5월 하늘을 떠올려 본다. 신록의 계절, 이따금 꽃가루가 날릴 때도 있지만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가끔 비라도 뿌리고 난 다음에는 가시거리가 멀어져 상쾌함을 더 했었지. 언제부터인지 미세먼지로 인하여 가시거리가 줄어들고 산책마저 망설여 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코로나로 인하여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미세먼지와 매연이 없어졌다고 한다. 평소 우리가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에 일조를 하고 있는지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실감을 시켜 주었다. 인구 밀도가 한국 보다 월등하게 적은 이곳 알제리의 봄 하늘은 지난해와 별 다름없이 높고 맑고높고 푸르다. 사막기후의 특성으로 밤과 낮의 온도차이가 많이 나고 매연이나 생활 오염이 적은 것도 맑은 하늘을 유지할 수 있는 요건인 것 같다. 코로나 사태가 끝이 나..

[2020.06.01] 현장에 핀 꽃

현장 소장을 중심으로 각 분야의 책임자들이 현장 점검을 위해 일주일에 한 두 번 주기적으로 순환 점검을 한다. 주로 공사 현황을 점검을 하지만, 공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집중도가 떨어진다. 특히 야생화가 한창인 봄에는 현장 이곳 저곳에 피어있는 꽃에 한눈을 팔 때가 자주 있다. 지금은 제철이 지나 많은 꽃들을 볼 수 없지만, 그렇기에 몇 개의 남은 꽃들이 더욱 애잔하게 눈에 들어온다. 더구나, 공사의 마무리 단계여서 파헤쳐 진 땅을 다듬고 고르는 작업이 한창이라 대부분이 콘크리트나 자갈로 덮여 서식할 환경을 잃어가고 있다. 현장점검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5월말 시작되는 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을 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뜨이면 나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 할 지도 모르지만, 이..

[2020.05.29] 납작 복숭아

납작 복숭아는 원산지가 중국이면 판타오( Saturn Peach/ Doughnut Peach )라고 한다. 판타오( Saturn Peach/ Doughnut Peach ) 일반 복숭아보다 크기가 작고 납작한 모양의 변종 복숭아로 원산지는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판타오[蟠桃], 일본에서는 반토우(バントウ)라 하며, 국내에서는 반도, 납작 복숭아, 토성 복숭아, 유에프오 복숭아, 도넛 복숭아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또한 영어권에서는 새턴 피치(Saturn Peach), 도넛 피치(Donut peach, Doughnut peach), 소서 피치(Saucer peach), 플랫 피치(Flat peach), 유에프오 피치(UFO peach), 차이니스 플랫 피치(Chinese flat peach), 판타오 피치(..

[2019.11.03] 휴가전야

가까스로 10시를 넘겼으나 내려오는 눈꺼풀보다는, 최근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갖던 모터사이클 캠핑 유튜브 방송이 눈앞에 아른거리기만 한다. 저녁 먹으며 곁들인 와인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때문인 것 같다.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은 복도에 가스 난로를 켜 주시고, 난 방안의 방열기로 온도를 올린 다음 침대로 향했다. 알제의 오늘 최고/최저 기은은 20/24도이다. 새벽 한시 갈증과 공기의 답답함을 느껴 눈을떳다. 층마다 마련되어 있는 공용장소에는 냉장고와 식기 몇가지, 싱크대, 간단히 물을 끓일 수 있는 커피포트, 서너개의 의자와 테이블이 준비되어있다. 냉장고를 열어 물을 마시고, 방으로 들어와 방열기의 온도를 낮추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을 모양이다. 정기휴가를 위해 지방에 있는 현장에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