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 18

[2022.11.01] D+34 산티아고 순례길 (멜리데 Melide)

일주일쯤 되었나 보다. 젊은 친구 둘과 동행을 했었다. 우리 보다 사흘 늦게 출발 하였다고 하니 우리보다 사흘 빠른 걸음을 걷고 있었다. 숙소 정보 공유 관계로 다음 목적지를 물어보니 의외로 짧은 거리이다. 지금껏 걷던 패턴과 다른 이유를 물어보니 처음에 너무 거리에만 집착을 하다 보니 빨리는 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아 가능한 볼 것 보고 느끼며 걷기로 했다고 한다. 이제 사흘 후면 도보여행이 끝난다. 이제 서야 남은 구간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젊은이들과 달리 판단도 느려지는 것 같아 씁쓸함이 밀려온다. 벤따스데나론에서 멜리데까지 28.5Km 8시간50분, 누적 거리 742.3Km를 걸었다. 드디어 남은거리가 54Km로 추정된다. 어제 밤에는 심하게 내리..

[2022.10.31] D+33 산티아고 순례길 (벤따스 데나론 Ventas de Narón)

스페인은 오늘부터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날이다. 평상시 보다 한시간 시계를 뒤로 돌려놓고 한시간 늦게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 이태원에서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접했다. 사망자의 대부분이 20~30대라고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여튼 사고를 당한 분들과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사나흘 동안 지속된 비로 심신이 지쳐 있었지만 서머타임으로 한시간 여유를 갖고 도보를 시작한다. 더불어 날씨도 쾌청하다. 모르가데에서 벤따스 데나론까지 24.8Km 7시간30분, 누적 거리 715.3Km를 걸었다. 드디어 남은거리가 100Km 이내 (81Km)로 들어왔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나흘 내로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을 것같다. 사리아 이후 걷는 것이 더 ..

[2022.10.30] D+32 산티아고 순례길 (모르가데 Casa Morgade)

꿈을 언제 꾸었는지 기억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최근 들어 꿈을 꾼 적이 없다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밤 꿈이 선명하게 상기되었다. 막내 처남이 화가 난 표정으로 뭔지 모를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별일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모스에서 모르가데까지 27.4Km 7시간40분, 누적 거리 691.1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105.2Km로 추정된다. 오늘도 트래킹 앱은 비로 인함 인지 자주 파업을 했다. 아침부터 비와 바람을 안고 도보를 시작한다. 어제 내린 비로 길은 한껏 젖어 있었고, 사모스에서 사리아로 나오는 길은 오르막 내리막을 번복한다. 비의 변수를 생각 치 않고, 노르멀 하게 25Km이상의 거리를 오늘 걷기 목표로 잡았으나 이게 장난이 아니다. 10월중순 이후엔 많은 숙소와 쉴 수 있..

[2022.10.29] D+31 산티아고 순례길 (사모스 Samos)

갈리시아 지방의 날씨는 변덕스럽기 그지 없다고,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어제 밤새 창문을 덜컹 거리며 바람이 불더니 아무리 우기라고 해도 갑자기 비가 오는가 하면 잠시 또 그치기를 반복하니 도대체 날씨에 대한 예측을 할 수가 없다. 비 오고 바람 거세 져서 인지 길 위에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이른 아침 숙소 앞에는 평소 보이지 않던 택시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우린 너무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목적하는 바를 취하는 건 아닌지 잠시 생각이 깊어진다. 폰프리아에서 사모스까지 19.8Km 6.5시간, 누적 거리 663.7Km를 걸었다. 남은 거리는 132.6Km로 추정된다. 트래킹 앱도 비의 영향인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참고자료의 거리를 이용할 수 밖에. 오늘코스는 1,500m 고도에서 500m..

[2022.10.26] D+28 산티아고 순례길 (까까벨로스 Cacabelos)

집에서 가출 한지 한달이 다되어 간다. 이제 도보여행은 종반을 향해, 그리고 여행 전체로는 중반을 향해 가고있다. 시간의 흐름을 잠시 망각하며 살고 있다 보니, 그 시간의 흐름이 내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 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유심 교체 주기가 되었다. 한달이 유효 기간인 유심을 구입하여 쓰다 보니 지금껏 쓴 기간과 앞으로 써야 할 기간을 고려, 그리고 매장이 있는 도심을 지나가는 시점을 고려하니 딱 오늘이다. 매장을 찾고 필요한 사양을 요청하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설령 유심 교체가 끝났다 해도 이것 저것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니 한시간 이상을 매장에서 보냈다. 그래서 확보한 조건이 130GB, 한달 사용, 20유로다. 데이터 없이는 촌음이 불안하다 보니 오늘 유심을 해결 한 것 ..

[2022.10.25] D+27 산티아고 순례길 (몰리나쎄카 Molinaseca)

스페인의 대 도시를 보지 못했으니, 내가 본 스페인의 일부지역에 국한하여 말하는 것이다. 더구나 내가 지금 보고 느끼는 것이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수도권이 아닌 시골의 한 지역을 걷고 있기에 스페인 전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님을 전제 한다. 우선 너무 깨끗하다. 쓰레기 통은 보이지만 마을주변으로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마을이 돌이나 세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으니 그 또한 깨끗할 수 밖에 없다. 마을 대부분은 집 규모에 비하면 작은 도로와 골목길로 형성되어 있어 아기자기 한 맛이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집의 구조가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무얼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라바날 델 까미노부터 몰리나쎄카까지 26.4Km 약 9시간, 누적..

[2022.10.24] D+26 산티아고 순례길 (라바날델까미노 Rabanal Del Camino)

오늘 도보 구간 조정으로 20여Km의 거리를 걷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어 느즈막히 숙소를 나섰다. 날씨가 흐리기도 했지만 해도 늦게 뜨니 8시가 되어도 주변은 어두 컴컴하다. 아스트로가 대성당과 가우디가 설계에 관여 했다는 주교궁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들이 이곳에 있다고 하는데, 초심과 달리 걷는 것 이외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 시간도 못 가 비와 강풍으로 우비를 뒤집어 쓰고 걷다 보니 갑자기 나 여기 왜 있는 지가 궁금해 진다. 더구나 평소 비를 맞으며 움직이기를 너무 싫어하는 아내와 함께 걷고 있자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한 시간 반 정도 비를 맞고 걷다 보니 비가 그친 하늘에 커다란 무지개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우중충 했던 마음도 무지개를 보니 맑아지기 시작했다. 아스또르가부터 라바..

[2022.10.23] D+25 산티아고 순례길 (아스또르가 Astorga)

오늘도 하늘은 잔뜩 화가 났다. 우기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도보를 시작한 이후 비 다운 비를 만나지 못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비로 인한 거리 계획을 수정하는 것 같다. 지금껏 걸은 기록을 근거로 열 하루 정도 더 걸어야 할 것 같은데, 비와 누적된 피로가 계획된 일정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늘은 산 마르띤 델 까미노에서 비아레스데 오르비고를 거쳐 아스또르가까지 13.9 + 10.4 = 24.3Km 약7시간반, 누적 거리 524.8Km를 걸었다. 남은 거리는 271.5Km로 추정된다. 트래킹 앱이 생각지도 않게 종료가 되는 바람에 오늘은 두개로 기록을 내어 합산을 했다. 어제 머물렀던 숙소는 작은 마을에 속해 있었다. 숙소에서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니 주변 식당이나 숙소의 주방을 ..

[2022.10.22] D+24 산티아고 순례길 (산마르띤델까미노 San Martín Del Camino)

드디어 남은 거리의 백 단위 숫자에 2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레온에서 산 마르띤 델 까미노까지 27.1Km 약7시간, 누적 거리 500.1Km를 걸었다. 남은 거리는 296.2Km로 추정된다. 어제까지 이틀 이곳에서 침술원을 하고 계신 분에게 나는 발목 통증, 아내는 무릎 통증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도 결과가 좋은 것 같다. 도보여행은 시간이 흐를수록 같은 강도의 피로나 통증이라고 하더라도 배가되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언제 이렇게 다시 길 위에 서 있을 기회가 주어질 줄 모르니 통증을 수반한 걸음 일지라도 열심히 걸어야겠다. 새벽부터 안개비가 레온 시가지를 덮고 있다. 해는 뜰 생각을 하지않고 기온은 영상10도 안 밖으로 싸늘함이 느껴진다. 도시 레온을 빠져 나오는데 한시간 이상이 걸렸다. 그리하..

[2022.10.21] D+23 산티아고 순례길 (레온 Leon) 2

도보여행을 하루 멈추고 이곳 레온에서 휴식을 취하고있다. 결혼 날짜를 잡아 놓고 직장을 그만둔 다음 산티아고에 온 수원 사는 딸 또래의 여자 젊은이는 생각처럼 체력이 받쳐 주지 않는 것 같다. 오늘 레온에 들어오면 침술원에 들리겠다고 꼭 치료 받은 후기를 알려 달라고 했다. 대구에 사신다는 72살의 할아버지와 인천에 살다가 해외로 나가 살다가 한국으로 되돌아 왔다고 하는 60대 중반 두 초로의 남자들은 팜플로냐에서 만나서 지금껏 아웅다웅 하면서 함께 걷고 있단다. 발에 물집이 생겼음에도 일정을 맞추느라 우리를 앞질러 갔다. 그 나이에도 건강보다 더 비중을 둘 일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건 내 생각 일 뿐. 물과 간식을 구하려 들렀던 대형 마트에서 현지인으로서 70은 넘었음 직 한 두명의 도보 여행자중 흰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