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22

[2023.03.28] 수리산

“회전 근개” 파열로 인한 어깨통증을 치료하기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다 보니 심신이 지쳐간다. 삼주에 두번 정도 병원을 방문하지만, 남은 시간은 소모적으로 흘러간다. 주기적인 통증이 밀려오니 의욕도 저하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 물 흐르듯 시간을 맥없이 흘려 보낸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 봄날 은 간다. 어떻게든 흐르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간단한 복장을 하고 수리산 칠흙골을 돌아 안양천을 따라 내려온다. 봄의 대명사,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개를 했다.

[2023.03.09] 너무 조급해 하지 말자

은퇴한 날부터 오늘까지 조급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일손을 놓으니 좀더 여유롭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야 가야 하는게 맞지만~ 하루라도 여유가 생기면 엉덩이에 가시가 도친 듯 여분의 시간을 무엇으로 라도 채워야 직성이 풀렸다. 친구들을 만나서 차를 마시고, 계획을 잡아 여행을 가고, 그 동안 못해본 취미생활을 한다고 하니 그것이 여유 라고 생각했었다. 주변의 친구들은 크게 두 종류로 대별 되어져 갔다. 나와 같은 부류와 시간을 향유하는 부류. 난 그들의 모습에서 성격이 여유로우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내 생각을 정당화 시켰다. 우리가 우리 의지대로 부담을 갖지않고 움직일 수 있는 나이가 70세정도라는 사안을 근거도 없이 그것이 통계에서 나오는 것으로 기정 사실화하면서 친구들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혹시 매스컴의..

[2021.10.30] 수리산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수리산으로 향한다. 잠시 버스를 타고 관악역으로 가서 오랫동안 잊고있었던 삼성산을 오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서울대학교 수목원정문에서 왼쪽능선을 타고 오르다 보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염불암의 모습도 눈에 어린다. 학우봉을 지나 삼막사 뒤 바위능선을 지나다 보면 상불암이 보이고 삼막사를 거쳐 다시 염불암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삼성산의 기본적인 코스이다. 생각을 접고 수리산으로 향한다. 왜 수리산인가? 우선 접근성이 좋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한가지 행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귀찮지 않다는 건가? 10여년 전 까지만 해도 동일한 조건이지만 삼성산을 자주 올랐다. 중간 중간 바위와 그 바위가 부서진 마사토를 바지작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밟는 느낌..

[2021.10.30] 가을단상

10월을 하루 남겨 놓은 주말이다. 텃밭으로 가서 갈무리를 하고 겨울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아내는 일주일에 한번 있는 탁구 렛슨을 포기 할 수 없다며 이른아침 탁구장으로 나갔다. 아침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을 밀고 다니고 오랜만에 원두커피를 갈아서 텀불러 물병에 가득 담아 아지트인 옥상으로 올라온다. 난 특별히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원두를 갈고 필터에 담아 끓는 물을 붇는 일련의 행위는 가끔 해 보고 싶은 행동이다. 그동안 옥상을 올라오게 만든 화초의 잎들도 떨어지고 구겨져 단정치 않다. 봄에서 가을까지 새 생명이 태동하는 기쁨과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소담스럽게 그리고 때로는 안스럽게 감정에 이입되던 식물들이다. 사람도 나이가 들어 가을이 되면 저와 다름 없겠지? 낙..

[2021.08.29] 휴일 오후산행

휴일 오전이 지나갔다. 조금은 시끌벅적 복잡했을 법한 오전과 달리 갑자기 조용해진 오후의 산은 외로 와 하지 않을까? 택도 없는 핑계를 소환하여 산을 오른다. 늦게 하산하는 사람들과 교행하며, 왕성하게 산을 오른 시기 이른 아침 산에 올랐다가 하산 길에 사람들을 만나면 뭔지 모를 뿌듯함과 뒤늦게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없었던 그때와 또 다른 감정을 느낀다. 산의 날 머리에서 버스정류장까지 어둑어둑 땅거미가 밀려오는 평탄한 길을 터벅터벅 걸으며 평안함을 느낀다. 남은 날들, 이제 시작하는 노후의 일상이 이랬으면 하는 바램이다.

[2021.08.08] 수리산 우중산행

비 오는 날 산행을 해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오늘같이 준비되지 않은 날의 산행은 아니었는데. 복잡한 휴일의 오전 산행을 피해 느지막이 수리산에 오른다. 한껏 습기를 품어 무덥기는 하지만 그래도 숲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함도 함께 할 수 있고, 더구나 한적 하여 여유롭다. 산 중턱을 오를 때 여러 종류의 풀 벌레 소리는 시끄럽지만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쓰름 매미(방언으로 ‘쓰르라미’라고도 하는데, 저녁매미와는 달리 여느 다른 매미들처럼 아침~한낮에 울며, 소리가 굉장히 밝고 활기차다.)가 울면 여름이 막바지에 달한다고 들었는데, 쓰름 매미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이름 그대로 "쓰~름 쓰~름"하고 들리지만, "스테~얼 스테~얼"이나 "스치~열 스치~열"로 들리기도하는 쓰름 매미는 사실 ..

[2021.05.05] 수리산 관모봉/태을봉

적지않은 봄비가 밤새 쏟아졌음에도 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내의 시계는 생각보다 짧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에서는 송화를 볼 수 없다. 그 봉우리에 올라서야 비로소 건물의 시야를 흐리게 만드는 것이 송홧가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5월초순의 색갈은 이제 연록, 신록의 계절이다. 새순이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산이 숲으로 가려지고 있는 것을 보며 세월 참 빨리도 그리고 무심히 흘러가고 있음을 느낀다.

[2021.03.13] 수리산(관모봉-태을봉-슬기봉-군포도서관)

토요일 오후의 산행은 북적이는 오전 산행과 사뭇 다르다. 여유를 보이며 산책하듯 돌아다니는 평일 산행과도 또 다르다. 휴식이 주어진 날의 번잡하지 않은 여유로움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비장한 각오를 하고 오르지않아도 된다.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면 된다. 분주한 산객들은 이미 일정을 마쳤으니 피해 갈 일도 없다. 뒷동산을 오르듯 물 한 병과 이제는 신체의 한 부분이라고 인정해야 할 스틱을 들고 한시간의 거친 호흡 끝에 관모봉에 오른다. 산에 오르면 공기가 맑다고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아득하다. 미세먼지를 언제쯤 보지 않을 수 있을까. 관모봉에서 태을봉을 거쳐 슬기봉으로 가는 길은 비록 능선길이라고 하지만 오르내림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 오르내림이 없다면 집에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하얗게 비워져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