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의 산행은 북적이는 오전 산행과 사뭇 다르다. 여유를 보이며 산책하듯 돌아다니는 평일 산행과도 또 다르다. 휴식이 주어진 날의 번잡하지 않은 여유로움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비장한 각오를 하고 오르지않아도 된다.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면 된다. 분주한 산객들은 이미 일정을 마쳤으니 피해 갈 일도 없다.
뒷동산을 오르듯 물 한 병과 이제는 신체의 한 부분이라고 인정해야 할 스틱을 들고 한시간의 거친 호흡 끝에 관모봉에 오른다. 산에 오르면 공기가 맑다고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아득하다. 미세먼지를 언제쯤 보지 않을 수 있을까.
관모봉에서 태을봉을 거쳐 슬기봉으로 가는 길은 비록 능선길이라고 하지만 오르내림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 오르내림이 없다면 집에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하얗게 비워져 가는 머릿속으로 새롭게 한 종류의 의식이 쌓여가는 것이 감지된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거지?'
슬기봉에서 군포 도서관으로 내려오는 길은 마치 절벽을 내려 오듯 가파르다. 그 가파름의 끝에 작은 샘을 만들어 놓았다. 그 샘에 누군가 생명체 하나 부여했다. 요즈음 쉽게 볼 수 없는 도롱룡 알이다. 마치 투명한 순대에 검은 점 몇개 올려놓은 것 같다.
산행 후에는 일정거리 평지의 터덜거림이 있어야 하는데, 산 밑까지 파고든 아파트로 인하여 그바램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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