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33

[2022.11.06] 산티아고 순례길 (피스테라 Fisterra)

대충 예상은 했었다. 당분간 어떤 Activity도 이 도보여행을 대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담배나 술(은 들은 바에 의하면)에 중독을 경험한 사람이면 그 어떤 것 보다도 우선 순위에 있었던 그것. 그저 걷는 것에만 온 신경을 쏟다 보니 말로만 듣던 피스테라와 묵시아는 왜 들 가는지 그곳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고, 시간도 나고 남들도 다 간다고 하니 그들을 따라서 현지 원 데이 투어에 참여를 결정 했었다. 산티아고에 도착하고 다음날로 일정을 잡았으나, 선뜻 나서질 못했다. 왠지 도보를 그쳤다는 기분이 들지 않아서 였다. 오늘 또 어딘지 걷지 않으면 안될 기분, 이런 것이 중독 증상의 일부 아닐까? 그냥 하루를 쉬었다. 먹고 쉬고 자고 포루투로 갈 버스 터미널로가서 표도 예약하고 와서 또 쉬..

[2022.11.03] D+36 산티아고 순례길 (라비꼬야 Lavacolla)

지금 머물고 있는 라비꼬야숙소에서 산티아고 공항까지 거리는 약 2Km정도다. 숙소에는 산티아고 도보길 완주 후 서쪽 땅끝 대서양 해안인 피스테라와 묵시아까지 패키지로 둘러보는 여행 안내문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운송서비스를 해준다는 안내문이 눈에 뜨인다. 완주 후 이곳에서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 같다. 살세다에서 라비꼬야까지 20Km에 7시간30분, 누적 거리 786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10.3Km로 추정된다. 예정대로 내일 오전에는 산티아고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비 예보가 신경이 쓰인다. 도보여행을 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중 가장 절실하게 오가는 내용 하나가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다. 한달 이상 한국 음식을 못지 못하다 보니 힘들고 어려울 땐 더욱 더 한국에서 먹던 음..

[2022.11.01] D+34 산티아고 순례길 (멜리데 Melide)

일주일쯤 되었나 보다. 젊은 친구 둘과 동행을 했었다. 우리 보다 사흘 늦게 출발 하였다고 하니 우리보다 사흘 빠른 걸음을 걷고 있었다. 숙소 정보 공유 관계로 다음 목적지를 물어보니 의외로 짧은 거리이다. 지금껏 걷던 패턴과 다른 이유를 물어보니 처음에 너무 거리에만 집착을 하다 보니 빨리는 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아 가능한 볼 것 보고 느끼며 걷기로 했다고 한다. 이제 사흘 후면 도보여행이 끝난다. 이제 서야 남은 구간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젊은이들과 달리 판단도 느려지는 것 같아 씁쓸함이 밀려온다. 벤따스데나론에서 멜리데까지 28.5Km 8시간50분, 누적 거리 742.3Km를 걸었다. 드디어 남은거리가 54Km로 추정된다. 어제 밤에는 심하게 내리..

[2022.10.31] D+33 산티아고 순례길 (벤따스 데나론 Ventas de Narón)

스페인은 오늘부터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날이다. 평상시 보다 한시간 시계를 뒤로 돌려놓고 한시간 늦게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 이태원에서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접했다. 사망자의 대부분이 20~30대라고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여튼 사고를 당한 분들과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사나흘 동안 지속된 비로 심신이 지쳐 있었지만 서머타임으로 한시간 여유를 갖고 도보를 시작한다. 더불어 날씨도 쾌청하다. 모르가데에서 벤따스 데나론까지 24.8Km 7시간30분, 누적 거리 715.3Km를 걸었다. 드디어 남은거리가 100Km 이내 (81Km)로 들어왔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나흘 내로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을 것같다. 사리아 이후 걷는 것이 더 ..

[2022.10.30] D+32 산티아고 순례길 (모르가데 Casa Morgade)

꿈을 언제 꾸었는지 기억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최근 들어 꿈을 꾼 적이 없다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밤 꿈이 선명하게 상기되었다. 막내 처남이 화가 난 표정으로 뭔지 모를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별일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모스에서 모르가데까지 27.4Km 7시간40분, 누적 거리 691.1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105.2Km로 추정된다. 오늘도 트래킹 앱은 비로 인함 인지 자주 파업을 했다. 아침부터 비와 바람을 안고 도보를 시작한다. 어제 내린 비로 길은 한껏 젖어 있었고, 사모스에서 사리아로 나오는 길은 오르막 내리막을 번복한다. 비의 변수를 생각 치 않고, 노르멀 하게 25Km이상의 거리를 오늘 걷기 목표로 잡았으나 이게 장난이 아니다. 10월중순 이후엔 많은 숙소와 쉴 수 있..

[2022.10.29] D+31 산티아고 순례길 (사모스 Samos)

갈리시아 지방의 날씨는 변덕스럽기 그지 없다고,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어제 밤새 창문을 덜컹 거리며 바람이 불더니 아무리 우기라고 해도 갑자기 비가 오는가 하면 잠시 또 그치기를 반복하니 도대체 날씨에 대한 예측을 할 수가 없다. 비 오고 바람 거세 져서 인지 길 위에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이른 아침 숙소 앞에는 평소 보이지 않던 택시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우린 너무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목적하는 바를 취하는 건 아닌지 잠시 생각이 깊어진다. 폰프리아에서 사모스까지 19.8Km 6.5시간, 누적 거리 663.7Km를 걸었다. 남은 거리는 132.6Km로 추정된다. 트래킹 앱도 비의 영향인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참고자료의 거리를 이용할 수 밖에. 오늘코스는 1,500m 고도에서 500m..

[2022.10.28] D+30 산티아고 순례길 (폰프리아 Fonfría)

오늘 이번 도보여행의 목적지이며, 주도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가 있는 갈리시아 자치주로 넘어왔다. 카스티야이레온과 갈리시아의 경계에는 약 1,500m의 해발에 달하는 고산이 경계를 하고있다. 이 산이 그 유명한 칸타브리아산맥의 일부인지 개인적으로 확인을 할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갈리시아 쪽으로 넘어 오면서 밀, 옥수수, 포도밭 등 평원에서 볼 수 있는 작물 재배지는 없어지고 고산 구릉지대에 가축을 방목 할 수 있는 초원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 지방에서는 축산이 발달 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하루 종일 걸으며 고산지대의 방목지가 눈에서 떠나지 않았다. 베가 데 발까르세에서 폰프리아까지 24.8Km 8시간, 누적 거리 643.9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152.4Km로 추정된다. 갈라시아로 넘어오면서 이..

[2022.10.27] D+29 산티아고 순례길 (베가 데 발까르세 Vega de Valcarce)

오늘은 두 종류의 길을 걸었다. 세시간 정도는 포도밭으로 꾸며진 전원을, 그리고 나머지 네 시간은 협곡(?)으로 난 도로 옆의 인도 길이다. 까까벨로스에서 베가 데 발까르세까지 26.7Km 7시간반, 누적 거리 620.1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176.2Km로 추정된다. 최근 몇일 중 비와 상관없이 걸었던 하루였다. 목적지에 일찍 도착하여 시간적여유가 생기면 주변 마을을 돌아보고 싶은 마음에 조금 일찍 출발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동이 틀 때까지 속도가 나지 않으니 결국 길 위에 있는 시간만 길어지는 것 같다. 세상 모두 만족 할 일 없고 하나 얻으면 하나 잃는다는 것을 머리는 깨우쳤는데 몸은 따라 가질 않는다. 포도밭 길은 포도밭 대로 좋은 의미를 부여 했다면, 계곡의 도로변 또한 지루하지만 의미를 ..

[2022.10.26] D+28 산티아고 순례길 (까까벨로스 Cacabelos)

집에서 가출 한지 한달이 다되어 간다. 이제 도보여행은 종반을 향해, 그리고 여행 전체로는 중반을 향해 가고있다. 시간의 흐름을 잠시 망각하며 살고 있다 보니, 그 시간의 흐름이 내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 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유심 교체 주기가 되었다. 한달이 유효 기간인 유심을 구입하여 쓰다 보니 지금껏 쓴 기간과 앞으로 써야 할 기간을 고려, 그리고 매장이 있는 도심을 지나가는 시점을 고려하니 딱 오늘이다. 매장을 찾고 필요한 사양을 요청하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설령 유심 교체가 끝났다 해도 이것 저것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니 한시간 이상을 매장에서 보냈다. 그래서 확보한 조건이 130GB, 한달 사용, 20유로다. 데이터 없이는 촌음이 불안하다 보니 오늘 유심을 해결 한 것 ..

[2022.10.25] D+27 산티아고 순례길 (몰리나쎄카 Molinaseca)

스페인의 대 도시를 보지 못했으니, 내가 본 스페인의 일부지역에 국한하여 말하는 것이다. 더구나 내가 지금 보고 느끼는 것이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수도권이 아닌 시골의 한 지역을 걷고 있기에 스페인 전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님을 전제 한다. 우선 너무 깨끗하다. 쓰레기 통은 보이지만 마을주변으로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마을이 돌이나 세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으니 그 또한 깨끗할 수 밖에 없다. 마을 대부분은 집 규모에 비하면 작은 도로와 골목길로 형성되어 있어 아기자기 한 맛이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집의 구조가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무얼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라바날 델 까미노부터 몰리나쎄카까지 26.4Km 약 9시간, 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