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33

[2022.10.24] D+26 산티아고 순례길 (라바날델까미노 Rabanal Del Camino)

오늘 도보 구간 조정으로 20여Km의 거리를 걷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어 느즈막히 숙소를 나섰다. 날씨가 흐리기도 했지만 해도 늦게 뜨니 8시가 되어도 주변은 어두 컴컴하다. 아스트로가 대성당과 가우디가 설계에 관여 했다는 주교궁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들이 이곳에 있다고 하는데, 초심과 달리 걷는 것 이외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 시간도 못 가 비와 강풍으로 우비를 뒤집어 쓰고 걷다 보니 갑자기 나 여기 왜 있는 지가 궁금해 진다. 더구나 평소 비를 맞으며 움직이기를 너무 싫어하는 아내와 함께 걷고 있자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한 시간 반 정도 비를 맞고 걷다 보니 비가 그친 하늘에 커다란 무지개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우중충 했던 마음도 무지개를 보니 맑아지기 시작했다. 아스또르가부터 라바..

[2022.10.23] D+25 산티아고 순례길 (아스또르가 Astorga)

오늘도 하늘은 잔뜩 화가 났다. 우기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도보를 시작한 이후 비 다운 비를 만나지 못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비로 인한 거리 계획을 수정하는 것 같다. 지금껏 걸은 기록을 근거로 열 하루 정도 더 걸어야 할 것 같은데, 비와 누적된 피로가 계획된 일정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늘은 산 마르띤 델 까미노에서 비아레스데 오르비고를 거쳐 아스또르가까지 13.9 + 10.4 = 24.3Km 약7시간반, 누적 거리 524.8Km를 걸었다. 남은 거리는 271.5Km로 추정된다. 트래킹 앱이 생각지도 않게 종료가 되는 바람에 오늘은 두개로 기록을 내어 합산을 했다. 어제 머물렀던 숙소는 작은 마을에 속해 있었다. 숙소에서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니 주변 식당이나 숙소의 주방을 ..

[2022.10.22] D+24 산티아고 순례길 (산마르띤델까미노 San Martín Del Camino)

드디어 남은 거리의 백 단위 숫자에 2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레온에서 산 마르띤 델 까미노까지 27.1Km 약7시간, 누적 거리 500.1Km를 걸었다. 남은 거리는 296.2Km로 추정된다. 어제까지 이틀 이곳에서 침술원을 하고 계신 분에게 나는 발목 통증, 아내는 무릎 통증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도 결과가 좋은 것 같다. 도보여행은 시간이 흐를수록 같은 강도의 피로나 통증이라고 하더라도 배가되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언제 이렇게 다시 길 위에 서 있을 기회가 주어질 줄 모르니 통증을 수반한 걸음 일지라도 열심히 걸어야겠다. 새벽부터 안개비가 레온 시가지를 덮고 있다. 해는 뜰 생각을 하지않고 기온은 영상10도 안 밖으로 싸늘함이 느껴진다. 도시 레온을 빠져 나오는데 한시간 이상이 걸렸다. 그리하..

[2022.10.21] D+23 산티아고 순례길 (레온 Leon) 2

도보여행을 하루 멈추고 이곳 레온에서 휴식을 취하고있다. 결혼 날짜를 잡아 놓고 직장을 그만둔 다음 산티아고에 온 수원 사는 딸 또래의 여자 젊은이는 생각처럼 체력이 받쳐 주지 않는 것 같다. 오늘 레온에 들어오면 침술원에 들리겠다고 꼭 치료 받은 후기를 알려 달라고 했다. 대구에 사신다는 72살의 할아버지와 인천에 살다가 해외로 나가 살다가 한국으로 되돌아 왔다고 하는 60대 중반 두 초로의 남자들은 팜플로냐에서 만나서 지금껏 아웅다웅 하면서 함께 걷고 있단다. 발에 물집이 생겼음에도 일정을 맞추느라 우리를 앞질러 갔다. 그 나이에도 건강보다 더 비중을 둘 일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건 내 생각 일 뿐. 물과 간식을 구하려 들렀던 대형 마트에서 현지인으로서 70은 넘었음 직 한 두명의 도보 여행자중 흰머..

[2022.10.20] D+22 산티아고 순례길 (레온 Leon)

스페인의 북서부에 위치한 레온은 주도로서 제법 큰 도시 임에도 인구가 40만이 채 되지 못한다. 도시는 해발800m에 위치하며, 기원 전부터 도시가 형성되었고 이슬람문화의 지배를 받다가 910년부터 1300년까지 레온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고 한다. 대표적 건물인 레온 대성당 외 에도 다수의 역사적 건축물을 비롯해 많은 관광명소가 있으나, 그것 보다 더 시급히 해야 할 일이 건강 점검이다. 이곳에 오래전부터 한인 침술원을 운영하시는 분이 있다 하여, 나는 발목 근처의 통증 그리고 아내는 무릎의 통증에 대한 상담과 처방을 받았다. 침술 원장님이 하루 정도 더 쉬고 치료를 받고 가라고 권유하기에 레온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하였다. 렐리에고스에서 레온까지 26.4Km 약7시간, 누적 거리 474.6Km를 걸..

[2022.10.19] D+21 산티아고 순례길 (렐리에고스 Reliegos)

어제 숙소의 물리적 환경은 지금껏 머문 중 최고였다. 물론 가격도 역대 최저 금액으로. 산타크루즈 수도원이 소유로 되어 있는 이 숙소는 영리보다는 종교적 지원을 받아서 운영 하는 것 같았다. 수도원의 기숙사를 들어 온 듯 깔끔하고 정갈했다. 하지만 순례자 친교의 시간, 성당미사, 순례자강복, 각자 준비한 음식으로 저녁식사 나눔 등의 행사와 아일랜드 인이라고 소개한 신부로 보이는 분의 입실 절차가 마치 속세와 단절시킬 것 같은 분위기 이다. 강제성은 없다고 했으나 아침에 그곳을 빠져 나오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편한 그 속세로 돌아오는 야릇한 경험을 했다. 사아군에서 렐리에고스까지 30.9Km 약8시간, 누적 거리 449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347Km로 추정된다. 중간 중간 놓여진 이정 표지석에 쓰여..

[2022.10.18] D+20 산티아고 순례길 (사하군 Sahagún)

이틀째 걷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약간의 다리 통증과 거리에 따른 숙소 확정 그리고 비까지 지속적으로 내린다. 삶이 그러하듯 매일 매일이 의미가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약간의 믿믿한 일상이 또 다른 행동을 유발 시킬 수 있으려나? 레디고스에서 사하군까지 17.8Km 5시간, 누적 거리 418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378Km로 추정된다. 새벽에 비 내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온다. 도보여행 첫날 심하게 비가 내리고 그동안 맑았었는데~~ 우비는 챙겨 입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숙소와 오늘 걸어야 할 거리에 신경이 쓰인다. 일단 숙소를 나서며 중얼거려 본다. 오늘 같이 날씨가 을씨년스럽고 추적거리는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면 도보고 뭐고 다 접고 바닥을 따뜻하게 덥힌 농막에서 빈대떡 하나 부쳐 놓고 막..

[2022.10.17] D+19 산티아고 순례길 (레디고스 Ledigos)

햇볕은 차제하고 탁 트인 들판에서 시원스럽게 불어오는 바람은 온 몸으로 맞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준다. 나시 반팔과 짧은 반바지가 그 욕구를 해소 시켜 줄 것 같은데 지금 내겐 없는 것들이다. 주변을 걷고 있는 서양인 중 몇몇이 그와 같은 복장으로 걷고 있어 부러워 보이기는 하다만, 설령 그런 여건이 된다고 하더라도 두어 시간 그리 걸으면 내 모습은 불에 그을린 검둥이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 분명 하기에 생각을 접는다. 하늘의 구름과 어우러진 바람이 시원하니 별의 별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다 해본다. 까리온데 로스꼰데스에서 레디고스까지 23.6Km 6시간 조금 넘게, 누적 거리 401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395Km로 추정된다. 하루 걷는 거리를 조금 줄이면 또 다른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달았..

[2022.10.16] D+18 산티아고 순례길 (까리온데 로스꼰데스 Carrión de los Condes)

보아디아 델 까미노에서 까리온데 로스꼰데스까지 26.5Km, 7시간 누적 거리 378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418Km로 추정된다. 도보여행이 중반으로 접어 들자, 주변 풍경을 두리번거리던 모드는 자신의 신체 상태와 내면의 심적 성찰로 신경이 옮겨 가는듯 하다. 평소 보지 못했던 풍경에 대한 만족감과 서서히 나타나는 신체적 헛점, 그리고 두가지 사이에 내가 취해야 할 현실은 어떤 것이고 지금의 심적 육체적 고통은 걷는 것으로 해소 될 수 있는 것 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예방 차원에서 서둘러 착용했던 무릎 보호대는 무릎 근육과 발목 근육사이에서 혈관을 압박하여 정강이 부분의 통증을 수반한다. 내일은 도보 중간에 마을을 볼 수 없이 17Km이상을 걸어야 한다. 얼른 내일 머무를 숙소를 예약하고 일찍 ..

[2022.10.15] D+17 산티아고 순례길 (보아디아델카미노 Boadilla De Camino)

숙박 여건과 다음날 걸을 거리를 계획하다 보면 무리를 하게 되는 구간이 나오곤 한다. 어제와 오늘 30여Km씩 걷고 나니 진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혹 님의 도보여행에 대한 적응력이 대단하다. 출발하기 걱정은 기우 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앞서 나가는 님의 걸음과 달리 내 발걸음은 자꾸 뒤쳐져만 간다. 가사에서 받았던 의무감이 없어지고 하루 세끼 누군가 만든 음식을 제공 받는 것이 크나큰 기쁨이고 따라서 아무리 걸어도 즐겁단다. 오늘 부로 혹 님이란 별칭은 삭제다. 온따나스에서 보아디아 델까미노까지 33Km를 8시간반, 누적 거리 352Km를 걸었다. 남은 거리는 444Km로 추정된다. 오늘도 광활한 대지 위로 난 길을 가을바람 맞으며 중간중간 나타나는 예쁜 마을에 들러 커피와 음료 그리고 간식으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