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都) 2촌(村) 67

[2023.10.22] 겨울로 가는 삼배리텃밭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몇일 전까지만 해도 기세 등등하여 큰 키의 소나무를 덮어가던 호박덩굴은 된서리를 맞고 주저 앉았다. 한여름 깻잎을 따먹으려 심어놓은 깨에 맺은 열매를 수확해 보려 데크 위에 널어 놓은 들깨에서는 아직 가을 냄새가 폴폴 올라오고, 서리가 올수록 기세 등등한 국화와 뒤늦게 핀 다알리아, 김장용으로 몇 포기 심어놓은 배추도 가을이 이제 막 시작하는 줄 알고 있는데, 고구마 줄기위로 내린 서릿발과 아침 최저 기온은 텃밭을 겨울로 재촉 한다.

[2023.09.01] 농막풍경(나비와 고양이)

두 달 전부터 계획 했던 퇴직 전 회사 동료들의 농막 방문을 취소 하였다.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 발생한 허리 통증이 다리로 전달 되면서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한끼 먹거리의 준비와 차라도 한잔 같이 하는 행동이 어려워서 이다. 더구나 계획 예정된 인원이 많다 보니 반나절이라 하더라도 남루한 농막에서의 머무름이 불편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SNS를 하는 목적과 이에 대한 허와 실에 대한 생각을 하고는 했었다. 내 생활의 기록과 나를 아는 지인에게 혹시 궁금해 할지도 모를 내 안부를 전하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다. 그러다 보니, 왜곡이나 가장은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상황이나 밝은 생각만을 공유하려 했었다. 가끔 SNS에 올렸던 농막을 보며 제법 먼 거리에 있어 교통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까지 방문계획을 촉발..

[2023.06.07] 계절에 끌려가듯

정신없이 흐르는 시간.. 잠시 생각을 다듬어 왜 그리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나 살펴본다. 당연히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은 아니고 나의 행동이 느려지고 있으니 상대적을 시간이 모자라게 느껴진다. 빨리 흐른다. 회전근개파일로 통증을 느끼다 보니, 봄은 그냥 지나가고 있는게 아니고 여름에게 밀려가고 있다. 텃밭을 놀리는 것도 마음에 내키지 않고, 어쩔 수 없이 밭을 갈고 채소를 심을 환경을 만들어 주기는 하였는데, 조만간 다가올 장마에 쓰러지고 꺽여질 수 밖에 없는 식물 지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내게 텃밭을 잘 가꾼다는 의미는 동일한 면적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꾸어 많은 량을 생산할까 보다는 오 와 열을 마추고, 직각이 되도록 지주 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고추대를 박더라도 땅의 깊이보다는 고추대의 높이가 같..

[2023.05.26] 붉은 인동

시간이라는 것을 평소에 의식하며 사는 사람들은 흔치 않을 것이다. 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텃밭에 발을 딛기 시작한지 10년이 되어간다. 두번째 해인가?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붉은 인동에눈길이 갔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노랑색의 인동도 붉은 인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하여, 수소문해서 텃밭에 심어 놓고는 꽃이 필 때를 기다리다가 꽃이 피기도 전에 그 관심이 모두 소진되어 버렸다. 함께 심어 놓았던 노란 인동은 너무 무성하게 번식을 하여 주체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년전인가부터 붉은 인동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파란 소나무 주변에 지주대를 세워 주니, 있는 듯 없는듯 서너 해가 지나더니 파란소나무를 배경으로 붉은 인동 꽃이 피었다. 노랑 인동을 키우면서 너무..

[2022.07.12] 우후잡초

한동안 가물었던 날씨, 장마비가 지나가니 우후잡초(雨後雜草)다. 2주 동안 들여다 보지 못한 텃밭은 잡풀로 무성해 졌다. 이번 방문도 텃밭일 보다는 지나가다 들렸으니 잡초에게 응징을 가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나마 화초의 개체 수가 조금 늘어난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매년 들러리 서듯 놀다가 심심하면 방문하던 텃밭에 올해는 조금 더 신경을 쓴다고 화단에 퇴비를 뿌렸는데, 모르긴 몰라도 퇴비에 잡초의 씨들이 섞여 들어왔음이 분명하다. 텃밭이며 이어지는 산 경계 비탈까지 잡풀들로 무성하다. 개화시기가 6월에서 8월사이인 초롱꽃은 이름만 들어도 꽃이름의 유래를 알 것 같다. 마치 초롱(호롱)같이 생겨 초롱꽃이라고 한다. 분홍색, 연한 홍자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찍힌 종 모양을 한 꽃이 아래를 향하고 ..

[2022.04.22] 산벚꽃 그늘 아래서

산골짜기 오롯이 난 길은 그리움이다. 그 길에 더하여 산벚꽃 한그루가 그 그리움의 깊이를 더해준다. 텃밭의 위치가 산 중턱이어 산아래 길을 내려다 볼 수있다. 누구 초대한 이 없고, 누구 알아서 찾아올 이 없건만 텃밭일을 하다 땀이차면 벌써 10여년의 세월을 함께한 구상나무 그늘에서 굽이굽이 난 길을 한량없이 바라다 본다. 인생도 그리움의 연속이 아닐까? 앵두나무, 배꽃, 그리고 복숭아 꽃이다. [앵두나무] 텃밭을 만들면서 횡성장에서 사다 심었던 앵두나무는 고난의 연속이다. 무수히 많은 열매를 맺었지만, 한알도 내 입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 익기도 전에 낙과가 되었거나 어느한해 모르긴 몰라도 제법 탐스럽게 익었던 그 해는 주인이 텃밭 방문을 할 수 없었다. 지난해에는 너무 키가 자랐다고 사정없이 가지치기..

[2022.04.15] 텃밭 일구기

나이가 들어갈수록 매사 조급함이 앞선다. 자신감이 떨어지니 일의 마무리를 위해선 서두르는 방법뿐이 없다는 것을 몸이 실천하려 하는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일의 마무리가 점점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도 텃밭에 거름을 뿌려 일구어 놓고, 비닐을 덮어놓아 농사를 준비한다. 가는 날은 기온이 30도를 육박하다니 오후부터 날씨가 꾸물거리더니 급기야 봄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땅을 적시는 봄비이니 반갑기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하필이면 우리가 움직이는 날이다. 텃밭지기의 야속함은 아랑곳 없이 대지는 신이 난 것 같다. 지난해, 전정pruning, 剪定(가지를 잘라 주는 일) 방법에 미숙한 주인을 만나 삭발을 당해 몇가지 남지않은 앵두나무에도 어김없이 꽃이 핀다. 도..

[2022.04.07] 텃밭에서

삼배리의 봄은 게으른 주인을 편하게 만들려 하는지 늦게 찾아온다. 남쪽 지방으로부터 만개한 꽃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이제야 꽃 눈망울을 만들어 가고있다. 매해 벼르고 벼르지만 결과는 뻔하다. 올해는 처음으로 꽃망울이 터지기 전에 월동기 전용 꽃눈 잎눈 보호제 (결론은 농약임)를 살포하여 유실수에서의 수확을 기대해 본다. 유실수의 전지 방법은 너무 어려워 관리할 수 있는 범위의 가지를 무조건 쳐 내다 보니 마치 깍두기를 썰어놓은 형태다.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는 할인된 가격으로 농가에 공급하는 거름은 자격이 안되어 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름을 사고, 텃밭에서 나온 부산물을 태우고 나니 그냥 저냥 텃밭의 형태가 갖춰졌다. 바야흐로, 삼배리에도 봄 소식이 전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