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매사 조급함이 앞선다. 자신감이 떨어지니 일의 마무리를 위해선 서두르는 방법뿐이 없다는 것을 몸이 실천하려 하는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일의 마무리가 점점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도 텃밭에 거름을 뿌려 일구어 놓고, 비닐을 덮어놓아 농사를 준비한다. 가는 날은 기온이 30도를 육박하다니 오후부터 날씨가 꾸물거리더니 급기야 봄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땅을 적시는 봄비이니 반갑기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하필이면 우리가 움직이는 날이다.
텃밭지기의 야속함은 아랑곳 없이 대지는 신이 난 것 같다. 지난해, 전정pruning, 剪定(가지를 잘라 주는 일) 방법에 미숙한 주인을 만나 삭발을 당해 몇가지 남지않은 앵두나무에도 어김없이 꽃이 핀다.
도심의 꽃들이 앞다투어 만개를 하는 시기임에도 산골짜기 나무들은 봄비를 신호로 이제야 기지개를 편다.
여지없이 삭발을 당했던 화살나무 끝에 새싹이 돋아난다.
촉촉히 적신 대지 위로 솟아오른 잡풀을 뽑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횡성 호수 – 병지방계곡 – 좌운리 – 노천리 – 군업리 – 장평리 – 서석 – 청일 - 속실리 – 춘당리로 한바퀴 돌며 봄비오는 산속을 드라이브 한다.
밭을 일구는 일은 다음주로 미루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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