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都) 2촌(村)

[2022.04.22] 산벚꽃 그늘 아래서

루커라운드 2022. 4. 23. 19:01

산골짜기 오롯이 난 길은 그리움이다.

 

그 길에 더하여 산벚꽃 한그루가 그 그리움의 깊이를 더해준다. 텃밭의 위치가 산 중턱이어 산아래 길을 내려다 볼 수있다. 누구 초대한 이 없고, 누구 알아서 찾아올 이 없건만 텃밭일을 하다 땀이차면 벌써 10여년의 세월을 함께한 구상나무 그늘에서 굽이굽이 난 길을 한량없이 바라다 본다.

 

인생도 그리움의 연속이 아닐까?

 

 

 

 

앵두나무, 배꽃, 그리고 복숭아 꽃이다.

 

[앵두나무] 텃밭을 만들면서 횡성장에서 사다 심었던 앵두나무는 고난의 연속이다. 무수히 많은 열매를 맺었지만, 한알도 내 입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 익기도 전에 낙과가 되었거나 어느한해 모르긴 몰라도 제법 탐스럽게 익었던 그 해는 주인이 텃밭 방문을 할 수 없었다. 지난해에는 너무 키가 자랐다고 사정없이 가지치기를 당했다. 올해 제법 많은 꽃이 피었지만 지난해 수난을 겪고 남겨지 가지에 맺혀있는 꽃이 안스럽게 보이기 까지 한다.  너.. 두고 볼껴.

 

[배꽃] 해걸이라고 해야하나? 올해 역시 꽃이 많이 달렸다. 배꽃 역시 주인의 심경 변화로 지난해 호되게 가지 치기를 당했다. 올해는 싺이 나오기 전, 그리고 꽃이 핀 어제 살충제를 뿌렸다. 나무에 달린 배를 꼭 먹어봐야겠다는 건 아니다. 적어도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라도 나무에 붙어 풍요로움을 전해 주어 달라는 부탁이다. 너도 ... 두고 볼껴.

 

[복숭아꽃] 지난해 너무 많은 열매를 맺어 한쪽 가쟁이가 찢어지는 아품을 겪은 복숭아 나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복숭아꽃 고유의 색갈로 이봄을 도발하고 있다.

 

 

텃밭의 주인이 결코 시간이 남아서 그대에게 무한한 시간을 쏫아 붓는것은 아니다. 제한된 공간을 모두 채울듯 세력을 확장해 가는 너로 인하여 자연에서마져 답답함이 느껴질까 두렵다.  위로 솟아오르는 나무의 중심이되는 큰 가지의 목을 잘랐다. 옆으로 퍼진 가지는 덥수룩한 솔잎이 답답해 보여 숱을 솎어 내고보니 조금은 미안함이 앞선다. 

 

할말이 없지만 그래도 위로의 말을 같다 붙이자면,

 

 아픈만큼 성숙 해 지는 거래.

 

 

 

텃밭을 덮는 비닐이 모자라 잠시 횡성읍내로 향한다. 내 기억으로는 서너해 전부터 봄이면 화사한 가로수 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근면사부소 부근의 5번국도, 그리고 공근면사무소에서 노천으로 가는 406번 지방국도 주변으로.

 

호기심에 꽃 검색을 해보지만 복숭아꽃, 매화꽃 등 엄한 이름으로 결과를 제시한다. 회성 장에서 본 묘목은 가로수에 있던 그 나무다. 다행히도 묘목에 이름표를 달아놓아 외웠다고 생각 했는데, 텃밭으로 오며 까 먹었다. 아직도 젊은 시절의 기억력을 과신하고 있는건 아닌지? 차라리 사진이라도 한장 찎어 놓을걸. 

 

푸릇 푸릇 파란색 새싹이 돋아오르는 들판에 진홍색 꽃이 무리를 지어 달려있는 저 가로수 어누 누구의 눈에서 외면을 받을 수 있을까?

 

금낭화는 이식 일주일이 지난 오늘 땅 냄새를 맞고 힘들게 일어서고 있다.

 

점심을 먹고 장날이라고 하는 서석장을 배회하다가 백합을 구했다. 노랑색과 붉은색 세뿌리에 만원을 주었다.

 

텃밭에 있던 허브는 작년 다이소에서 구한 씨가 추위를 견디고 살아남아서 소나무 밑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라지는 집 옥상에 키우던 것을 옮겨왔다. 야생국화는 사촌 처형의 집에서 얻어왔다. 색갈이 특이하다고 하여.

 

모두 모두 올해 텃밭의 일익을 담당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두꽃을 유심하게 쳐다본다. 종류가 다른 자두나무 4그루를 심었었지만, 역시 한번도 내 입속에 들어온 자두는 없었다.

다행이다. 이렇게 고운 연분홍의 자두꽃이라도 볼 수 있어서. 하지만, 이제는 꽃으로 만족을 못해.

 

이름 값들 해라. 

 

 

꽃 사과에 올해 처음 꽃 망울이 맺혔다. 매번 기대와 실망이 번복되는 복숭아, 배꽃, 자두, 앵두와 달리 기쁜 소식을 기대해 본다.

 

 

해가 갈 수록 어렵게만 느껴지는것이 텃밭 밭고랑을 일구는 것이다. 올해는 고랑의 폭을 넓혀 달라는 아내의 부탁으로 정말 어렵게, 그리고 열심히 일구었다. 평소 두배의 노력을 들이고 그만큼의 시간도 투입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어찌 갈수록 맘에 안드냐????

 

농사..
아니 텃밭 일구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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