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을 하루 멈추고 이곳 레온에서 휴식을 취하고있다.
결혼 날짜를 잡아 놓고 직장을 그만둔 다음 산티아고에 온 수원 사는 딸 또래의 여자 젊은이는 생각처럼 체력이 받쳐 주지 않는 것 같다. 오늘 레온에 들어오면 침술원에 들리겠다고 꼭 치료 받은 후기를 알려 달라고 했다.
대구에 사신다는 72살의 할아버지와 인천에 살다가 해외로 나가 살다가 한국으로 되돌아 왔다고 하는 60대 중반 두 초로의 남자들은 팜플로냐에서 만나서 지금껏 아웅다웅 하면서 함께 걷고 있단다. 발에 물집이 생겼음에도 일정을 맞추느라 우리를 앞질러 갔다. 그 나이에도 건강보다 더 비중을 둘 일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건 내 생각 일 뿐.
물과 간식을 구하려 들렀던 대형 마트에서 현지인으로서 70은 넘었음 직 한 두명의 도보 여행자중 흰머리 가득한 한 분이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몇 일전 길에서 함께 쉬면서 1,300Km를 걷고 있다는 표시를 한 티셔츠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그와는 언어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반갑게 대해주며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지는 감으로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다.
처음 일주일 불안한 행보를 하는 동안 함께 움직이던 반포에 사시는 김여사와는 몇 일전 저녁식사를 같이하면서 우리 세대가 살아 온 그 흔한 마음 고생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서 셋이서 눈물 한 바가지씩 쏫았다. 덕분에 스페인 질 좋은 와인이 두병 나가 떨어졌다. 집 떠나면 평소보다 감정의 폭이 넓어 지나보다. 가족을 두고 홀로 어려운 여행길을 걷고있는 그녀에게 용기 실어 박수를 보내본다. 오늘 안부를 물어와 레온에 있음을 알고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로 유명한 아르누보 양식의건물로 현재는 스페인 회화가 전시된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보티네스 저택에 폰으로 동영상을 찍는데 파인더에 익숙한 얼굴이 반갑게 웃고 있다. 이틀 전 저녁 식사 때 신혼 여행으로 온 일본 젊은 커플과 함께 아시안 5인방이 늦게 까지 여행에 관해 떠들 때 만난 71년생의 대만 중년 친구다. 한자로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을 노트에 받아 적었던 그도 오늘 레온에서 하루 더 묵어 간다고 했다. 단지 그는 레온의 관광지가 표시된 지도를 들고 모든 곳을 둘러 볼 기세로 붉은색을 칠해가며 또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비가 온 맑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모습의 레온 대성당에 주눅이 들어 어리버리하고 있는 우리에게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한다. 산티아고 가이드 북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난 처자는 20대 후반쯤 되어 보였다. 일정이 모자라는 관계로 어제 부르고스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곳에 왔고 레온의 관광명소를 둘러본 후 오늘저녁 다시 대중을 이용하여 다음 도시로 이동한다고 했다. 우리가 포즈를 취하던, 대성당이 보이는 자리에 서서 사진 한 컷 부탁하는 것을 잊지 않았던 밝고 명랑했던 젊은이의 행동이 머릿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이유와 여러가지 사연 그리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길 위에 서 있다.
집을 나와서 열심히 움직이게 되는 것인지, 열심히 움직이기 위해 집을 나선 것인지 모르겠으나 여튼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으려면 집에서 나를 떠나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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