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5

[2008.10.21] 설악산 - 공룡능선

마등령을 오르며.. 보름달이 환하게 웅장한 바위들을 비추는 이른 새벽, 난 마등령으로 향하는 설악산 한 능선 중턱에 서 있었다. 두시간 동안 그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관념들을 하나 둘씩 버려가고 있었다. 다음주에 예정되어있는 회사의 일들, 가을이면 줄줄이 다가오는 경조사와 동창들의 모임, 지난주 이런 저런 일로 신경전을 벌이던 회사 동료, 책상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지내던 근무시간들.. 머리의 중앙으로부터 시작된 땀방울이 관자놀이와 얼굴을 지나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한지 오래되었다. 멀리 동해에서 먼동이 터 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리 찬란한 일출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순간 함께 산행을 하는 사람들 마저 의식 속에서 놓아 버린다. 최근 일탈을 꿈 꿀 때마다 항상 난 그곳에 가보려..

[2004.10.13] 설악산 흘림골로의 단풍산행

[산행기 기록에 앞서] 결혼하기 바로전해에 직장동료들과 가을설악산으로 단풍산행을 떠난적이있다. 여러가지 기억중에서 백담사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양양으로 가기위해 차를 기다리던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40대로 보이는 부부가 유난히 눈길을 끌렸었다. 오랜산행에 지쳐보이는듯 했지만 그들의 표정에서는 많은시간 동고동락을 해왔을터이지만 산을 찾아와 그 생활의힘듬을 더힘든 산행으로 마친, 그래서 더이상의 큰 고민은 없어 보이는 표정을 한 40대의부부(순전히 내 주관적인 느낌이었지만) 그느낌대로라면 나도 언젠가는 저들과 같이 저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순간을 맞을수있을거란 생각을 잠깐 한적이 있었다. 이번산행은 그리 힘든코스는 아니었지만 산행 중간 중간 오래전 백담사입구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혼자 슬며시 웃고는 했다. [설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