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출 한지 한달이 다되어 간다.
이제 도보여행은 종반을 향해, 그리고 여행 전체로는 중반을 향해 가고있다. 시간의 흐름을 잠시 망각하며 살고 있다 보니, 그 시간의 흐름이 내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 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유심 교체 주기가 되었다. 한달이 유효 기간인 유심을 구입하여 쓰다 보니 지금껏 쓴 기간과 앞으로 써야 할 기간을 고려, 그리고 매장이 있는 도심을 지나가는 시점을 고려하니 딱 오늘이다.
매장을 찾고 필요한 사양을 요청하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설령 유심 교체가 끝났다 해도 이것 저것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니 한시간 이상을 매장에서 보냈다. 그래서 확보한 조건이 130GB, 한달 사용, 20유로다. 데이터 없이는 촌음이 불안하다 보니 오늘 유심을 해결 한 것 만으로도 하루를 유용하게 보낸 느낌이다. 더구나, 오늘 걸어야 할 거리도 다 걸었다.
몰리나쎄카에서 까까벨로스까지 24.8Km 6시간반, 누적 거리 594.2Km를 걸었다.
도중에 본 이정표지석으로는 이미 백 단위의 앞자리가 1자를 보이기 시작 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기록의 남은 거리는 202.1Km로 추정된다.
최근 몇 일동안 추적이는 비를 맞고 걷다 보니 해가 무척 그리웠다. 오늘 갑자기 미류나무잎이 노란색으로 다가오는 걸 보니 이미 가을이 잔뜩 미류나무 가지에 걸려있다. 포도밭은 또 어땠던가? 오랜 동안 보이지 않던 포도밭에도 노란 잎으로 가을이 찾아 들었다. 집 떠난 지 제법 오래 되었다는 것이 실감 된다. 오랫 만에 보는 해는 또 얼마나 반갑 던지? 세상경험하고 해가 그립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는 것 같다.
환경 바뀌면 사람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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