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보 구간 조정으로 20여Km의 거리를 걷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어 느즈막히 숙소를 나섰다. 날씨가 흐리기도 했지만 해도 늦게 뜨니 8시가 되어도 주변은 어두 컴컴하다.
아스트로가 대성당과 가우디가 설계에 관여 했다는 주교궁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들이 이곳에 있다고 하는데, 초심과 달리 걷는 것 이외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 시간도 못 가 비와 강풍으로 우비를 뒤집어 쓰고 걷다 보니 갑자기 나 여기 왜 있는 지가 궁금해 진다. 더구나 평소 비를 맞으며 움직이기를 너무 싫어하는 아내와 함께 걷고 있자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한 시간 반 정도 비를 맞고 걷다 보니 비가 그친 하늘에 커다란 무지개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우중충 했던 마음도 무지개를 보니 맑아지기 시작했다.
아스또르가부터 라바날 델 까미노까지 22Km 약7시간, 누적 거리 545.7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250.6Km로 추정된다.
도보길 좌측으로는 소나무 군락지가 그리고 우측으로는 도로를 건너 개발되지 않은 황무지(?)가 몇 시간째 이어진다. 아스팔트 도로엔 차가 없다. 서 너 시간을 걷는 중에 대여섯 대가 도로를 지나 갔고 그중 두대는 산티아고를 향해 마라톤을 하고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차량 이었다.
도보길 옆쪽으로는 아마도 가로수 대용으로 심어진 도토리 나무 밑에 바람으로 떨어진 도토리 열매들이 지천이다. 이렇듯 여유 있는 토지의 활용 면에서 보더라도 이곳의 사람들이 갖는 여유가 어디서 비롯 되는지 짐작이 간다.
내일 전체 여정 중 가장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한 중간 마을에 머문다. 해발 1,500여 메타이니 우리나라의 웬만한 유명한 산의 높이에 비할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동안 지속된 도보와 피로를 감안하면 이곳 라바날데 까미노는 산을 오르기 전 쉬어가는 마을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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