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위해 알제를 떠나는 날 아침 감기 기운이 있었다.
감기.
내 기억 속에는 감기는 결혼 전 기억만 있다. 결혼 후에도 경미한 감기가 스쳐 지나갔을 테지만 감기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감기에 대하여 특별하게 기억을 하고 것은 젊은 시절 병원에 입원을 한 때이다. 물론 젊은 나이에 지나치게 비관을 했었던 것은 있지만, 의사의 진단으로는 생사를 오갈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감기가 찾아오니 의사는 병세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때 였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감기를 안 걸렸 다기 보다는 감기에 대해 적극 대응을 했었다. 조금 이상한 기운만 있으면 몸을 무리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으며 감기약 보다는 민간요법을 사용하여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감기예방에 힘을 썼다.
주위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며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감기는 분명 몸의 균형이 깨지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질환이다. 휴가 가기 전 현장 직원들과 잦은 술자리와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평상시 보다 운동을 열심히 한 것이 과로를 부른 것 같다.
여하튼, 넉 달 여 만에 집으로 휴가를 가는데 때를 맞춰 감기라니..
최근 몇 번 휴가를 오가며 체력이 떨어진 탓인지, 도착하면 시차와 나른함을 느끼니 이제는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도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고 1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는것이 분명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은 자리가 안락한 비즈니스 석이 생각이 난다.
비행기에 오르자 몸 컨티션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주기적으로 스트레칭을 해 주고, 자주 물을 마신다. 기분에 따라 마시던 맥주 또한 오늘만큼은 삼가 하였다.
이스탄블에서 환승을 하면서 발생하는 세시간 대기하는 시간에는 마침 생 과일을 갈아 공급하는 과일 주스 점에서 오렌지 쥬스를 주문하여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비록 잠은 오지 안았지만 몸을 관리하니 피곤함이 덜 하다.
공항 수화물 찾는 곳에는 노란 조끼를 단체로 입은 40~60대 이상 되는 아주머니들로 북새통이다.
궁금하기도 해서 어디를 다녀오나 물었더니, 불교 순례를 위해 불교 대학에서 240명이 단체로 인도를 다녀 온다고 한다. 전세 비행기로 움직였다고 하던가?
그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움직이면 많음 불편함이 동반 할 텐데, 순례 라는 명목이 그들의 사사로운 요구사항을 많이 절제를 시키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본다.
공항버스와 택시를 이용하여 집에 도착 한다.
늦은 점심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짐을 정리 한 다음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님을 보러 갔다.
년 전 까지만 해도 언제 오는지 자주 물어보시거나, 전화가 자주 오지 않으니 무슨 일 있는 건 아니냐, 언제 출국하냐, 건강 좀 잘 챙겨라며 걱정을 하시던 어머니인데 최근 들어서는 전화는 차제 하고라도 지금 있는 상황만을 말씀하신다.
가까운 과거의 기억도 가물 거리 시는 것 같지만 그나마도 다행인 것은 정신을 놓지 않으려는 당신의 의지가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하시는 원동력인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아들, 딸 부부, 아내)과 오랜만에 저녁을 먹는다.
술이라도 한잔 하고 싶지만, 내일은 정기적인 검사로 병원을 예약 해 놓았으니, 술은 고사하고 식음도 밤에는 하지 말아야 한다. 감기와 오랜 여정으로 잠이 쏮아진다.
평소 현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낮잠을 자던 습관이 더욱더 잠을 부른다. 오후10시가 되지 않아 잠자리에 들었다.
정확히 네 시간을 자고 나니 잠이 깬다. 시차 적응과 피로회복을 위해서는 잠자리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고 다짐하며 한시간 이상을 뒤척이다 곁에서 자는 집사람에게 불편을 줄 것 같아 거실로 나온다.
목이 칼칼하고 코감기 기운이 있다. 감기가 몸으로 잠입할까 말까 망설이 중인 것 같다. 이럴 때는 차를 한잔 마셔 줘야 하는데..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타 먹을 차를 찾았다. 식탁 위에는 두 종류의 차 상자가 있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사온 영국 유명한 차TWININGS 녹차는 양철통에, 그리고 도라지 작두 콩차는 종이 상자에 있다.
수납장 구석에는 진액 홍삼 차가 있었다. 감기 기운이 있으니 뜨거운 물에 꿀을 듬뿍 넣어 한잔을 하려 꿀을 찾으나 눈에 띠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고있는 홍삼액은 유효기간이 2년이 지났다.
녹차통을 열어보니 다 사용한 빈통 이다. 도라지 작두콩차는 무늬만 도라지 작두콩, 차 상자에는 비타민류의 영영제를 담아 보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차를 찾다가 문득, 오늘 아침 검사를 하기 위해 금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 생각 났다.
잠은 오지 않고, 감기 기운은 계속 느껴 지는데, 물 한 모금 맘대로 먹을 수 없는 휴가 첫날 새벽이다.
이번 에도 그렇게 호락호락 내가 원하는 환경으로 휴가를 보낼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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