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알제리

[2019.10.25] 10월 어느 휴일 일상 (2)

루커라운드 2019. 10. 26. 01:49

[휴일 전야 회식]

휴일 전날 현장 풍경은 한결 같다

식당에서는 평소보다 푸짐한 음식을 만들고 배급을 하듯 일정량의 주류를 공급한다. 함께 일하던 동료, 같은 팀, 평소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소모임으로 휴일 전야를 보낸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밖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며, 몇 종류의 복지시설(풋살장, 탁구장, 스크린 골프장, 헬스장)이 있지만 자유를 억압받은 사람들은 그렇게 음식과 술로 한주 동안의 스트레스를 푼다


술이나 모임 자체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성향의 사람들은 아마도 영화나 드라마 예능프로를 보면서 지낼 것이다.

 

오늘은 본사에서 현장의 운영실태를 점검 나온 팀과 저녁 회식이 준비 되어있다. 몇몇 현장의 책임자와 함께 식당에서 와인을 곁들인 식사이며, 과하게 술을 먹거나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평소 같이 일하는 부서의 동료들은 오늘도 휴가 때 들고 온 삼겹살이며, 술과 안주, 그리고 식당에서 준비한 음식으로 다른 장소에 모여 회식을 하고 있다.



[세대간 소통의 어려움]


부서 동료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팀장급 직원과 나의 나이는 20여년 차이가 난다.


지난번 막내벌 되는 현장 2년차 여직원은 아침 식당에서 제공하는 삶은 계란이 사흘 지났다고 껍질을 까서 먹을 수 있을지를 냄새로 판단 해 달라고 했다. 내가 개띠인지 어떻게 알고 냄새를 맡아 달라는거냐며 가벼운 농을 던졌더니, 자기도 개띠라고 한다. 세 바퀴를 돈 띠 동갑이다.


이렇듯 나이차이가 나니 아무리 내가 노력을 하고 신경을 쓴다고 해도 많은 세대간의 대화의 벽이 생긴다. 난 공식적으로 너댓번 모일 때 한번 정도는 참석을 하겠다고 했으나, 주말마다 회식을 한다는 공지와 장소를 보내오면서 꼭 참석 해 달라고 직접 말을 전달 하는 것이 고맙다.  참석을 하더라도 두어 순배 술이 돌고 나면 빠지겠다고 슬며시 말을 하고 자리를 뜬다.

 

회식에 참석해 있을 동안 만이라도 그들과 소통을 위한 대화에 가담을 하려하나, 가끔씩 중요한 이야기가 귀에 들리지 않을 때는 되물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웃고 지나가야 하는지 판단이 어렵고, 그들 세대에서만 통용이 되는 은어를 사용하였을 때 이해가 가지 않으면 더욱 자리의 부자연스러움을 느낀다



[평소 휴일 전야 행보]

팀원들과 어울리지 않은 날은, 그나마 나이가 어울릴 만한 연배의 동료들과 함께 술을 곁들여 저녁을 먹거나, 아니면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운동에 시간을 할애 하거나, 그도 아니면 일찌감치 똬리를 틀 듯 숙소에 들어와 영화를 보고는 한다. 요즈음은 골프에 입문하여 시간만 나면 골프장으로 간다.

 

본사 팀과의 식사를 하며 와인 서너잔을 마셨기에 운동은 할 수 없고 숙소로 가서 영화를 볼 계획이었는데 함께 참석했던 팀장급 직원은 굳이 팀원들의 회식장소로 가자고 한다. 결국 그곳에 합류하여 너댓잔을 더 마시고 숙소로 돌아오니 급 졸음이 쏟아진다. 아홉시가 되기 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깊은 잠으로 빠져 들었다.


[빗소리]

컨테이너 형태로 만들어진 숙소에 직접 받는 해를 피하고자, 공간을 두고 양철로 지붕을 덮었다.


그 양철 지붕은 비가오면 유난히 커다란 소리를 낸다. 지붕 간의 공간이 소리를 증폭시키고 밤이 되니 그 소리는 가히 빗 소리라 할 수 없을 만큼 시끄럽다.


새벽 두시, 일찍 잠자리에 든 것과 나이 들면서 잦아든 생리현상, 그리고 그 요란한 빗방울이 양철 지붕을 때리는 소음에 잠이 깬다. 소변을 보고 습관처럼 핸드폰을 집어 든다.


[잠이 깬 새벽에]

이곳에 온 이후, 그리고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점차 내려 놓기 시작했던 순간부터 들어진 습관이다

이곳 시간으로 한 시면 한국시간 9, 증시가 개장하는 시간이다. 평소 그렇게 잠이 깨면 개략적인 시세를 훑어보고 다시 잠으로 빠져든다. 괜스레 잠이 설치는 날 이라던가 증시의 변동폭이 신경이 쓰일 때는 스마트 폰으로 할 수 있는 몇가지의 일들을 더 하며 깨어있는 새벽시간을 때운다. 한두 시간을 그 짓을 하다가 다음날 근무에 대한 부담으로 다시 잠을 청하는 날엔 몸이 무겁게 하루가 시작이 된다.

 

우기가 시작되는 즈음인 오늘은 양철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잠이 깨었다. 그리고 잠시 증권시세를 본 후 뒤척이다가 비 오는 소리를 녹음해 본다. 그리고는 다시 잠으로 빠져 들었다.


[휴일아침식사]

휴일 아침엔 마음마저 느긋하다.

평소 540분 기상, 세수하고 6시 아침 식사, 양치하고 출근준비한후 6 40분 사무실출근, 7시 근무시작이다.


휴일은 이르면 6시반, 7시 전후에 식사를 한다. 주로 바게트 빵에 야채몇개를 넣고 잼을 바른후 우유와 함께 한다. 도마도 몇 쪽을 요거트에 찍어 먹고, 계란후라이 1개와 올리브 서너알을 먹고 난 다음, 식기를 반압하고 아이린(? 요구르트종류) 한컵을 들이킨 다음 계절과일(바나나, 복숭아,딸기, 사과등)을 들고 나온다.

 

평소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적어 놓고 보니, 작지않은 아침 식사다.

나와 같이 빵 종류를 아침으로 먹는 부류와는 다르게, 밥 위에 계란후라이를 얹어, 김치며 반찬 그리고 국 종류로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역시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끼 식사를 한 것 같은가 보다.

 

내가 현장에 오면 빵 종류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은 아마도 현장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들여진 습관에서 인 것 같다. 집에서 출퇴근 할 때도 아침에 밥을 먹지는 않는다. 콩을 갈아 머그컵으로 한잔, 계절과일(주로 토마토)주스 한잔이 전부인다. 밥으로 아침을 먹는다는 것이 내게는 부담이다.

 

식당으로 가야 할 시간이건만 비는 계속 내린다. 평소와 같이 식사를 하고 싶지 않은 분위기다.

은박지에 빵을 싸고, 우유를 작은 용기에 넣고 야채와 토마토를 따로 담아 방으로 돌아왔다. 가벼운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고, 믹스커피 한 봉을 넣고 끓는 물에 데워 만들어진 우유 커피와 빵을 먹는다. 똑 같은 식사 지만 식당에서 먹는 것 보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휴일 오전]

말이 휴일이지, 맘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드믈다


현장의 공정 자체가 많이 늦어지고 있고, 예산은 이미 초과되어 가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나의 업무처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 없겠지만 편히 쉴 수 없는 이유이다.

 

평소보다 한시간 정도 늦게 사무실로 향한다. 팀의 책임자 급 몇 몇과 일을 해야할 직원들이 이미 사무실에 나와있다. 혹시 본사에서 오는 연락이 있는 지와 개인적인 업무를 처리한다. 잠시 짬을 내서 야외이며 비를 피할 수 있는 주차장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비가 오는 먼산을 바라보며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번복한다. 그 와중에 앞의 사무실의 한 직원이 전화를 하려는지 나왔다가 머뭇거리며 슬며시 자리를 피한다.

 

점심시간까지는 두시간이 남았다. 인터넷을 보면서 시간을 때울까 하다가 우산을 들고 숙소로 돌아온다. 어차피 오늘 저녁에 본사에서 온 팀들과 내일 있을 발표의 사전점검 시간을 갖게 되어있다. 휴일 저녁에 업무의 연속 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