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집에서부터 한강을 목적지로 걷다가 반도 못간 금천구청 역에서 발길을 돌렸다. 힘도들고 배도 고팠던 때문이다. 오늘은 지난번 발길을 돌린 금천 구청역으로 전철을 타고가서 나머지 구간을 걸었다.
지난번보다 기온도 떨어졌지만, 천변을 따라 바람이 분다. 봄인 듯 겨울이다. 봄이 오는 가장 보편적인 표현은 ‘얼음장 밑에서 물 흐르는 소리’에서 봄이 온다고 한다. 지금 얼음 한점 볼 수 없는 징검다리를 건너지만 강물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은 봄보다는 겨울이 연상된다.
며칠 동안 기온이 떨어진 듯하여 집에만 머물렀더니 시간의 흐름이 감지되지 않는다. 생각은 한곳에 머물고 머리를 굴리는 듯하지만 인터넷 세상에 끌려들어가는 알고리즘에 갇혀 변화가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집을 나서니 평범한 사물에서도 시간의 흐름이 감지 되었다. 바람이 불고 해는 시시각각 그림자의 길이를 늘여갔다. 때로는 홀로 걷는 길에서 외로움이란 놈이 불쑥 올라온다. 하지만, 역시 집밖으로 나오면 그 단어 또한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흔히 하는 이야기를 빌면 어차피 인간은 외롭게 태어났다고 한다. 젊을 때는 그 의미를 절실하게 깨닫지 못하지만, 똑 같은 외로움이라 할 지라도 나이가 들어가며 그 외로움의 깊이는 깊어만 가는 것 같다. 이 또한 천변을 걸으며 재삼 공감하며 떠오르는 생각이다.
시간이 허락되면 집에서 나와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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