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182

[2022.02.01] 설날 성묘

방역 지침을 따른다는 명분하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지 않았던 습관적인 의식 행사도 함께 줄어드는 것 같다. 너 댓 시간을 달려가 차례상에 절을 하고 다시 너 댓 시간을 올라와야 하는 것도 합리적이지는 않다. 올해는 지방에 계신 형님이 차례를 모시고, 수도권에 모신 아버님 산소는 우리가 방문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지난 추석에도 같은 방법으로 멀리 서로 오가는 수고를 덜었었다. 지난 추석날에는 늦가을 비가 제법 내려 모두가 산소에 가는 일정을 생략하고 홀로 간편하게 다녀왔다. 이번 설에도 밤새 눈이 내렸다. 꼭 가야만 할 상황은 아니었다. 꼭 가지 말아야할 상황도 아니니 산책 삼아 가족이 집을 나섰다. 출가한 딸과 사위 그리고 아들, 집사람 다섯이서. 39번 도로는 한산했다. 큰 도로에는 눈이 녹았지만 산소..

[2022.01.30] 무거운 삶

조금은 무거운 삶을 살아도 괜찮은 거 아닌가? 삶이 무거워 지기를 바라는 건 아니고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에 무게를 주어 살고 싶다는 바램이다. 스마트 한 삶이나, 약삭빠른 삶이나,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삶은 인간 본능의 삶일 것 같다. 더구나 지금껏 살아온 경쟁의 사회에서는. 그래서 얻어지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점차 알 것 같다. 하지만 몸은, 마음은 이미 그 습관에 젖어있어 쉽게 바꾸어 지지 않는다. 심지어 물건이나 고쳐 쓰는 거지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말에 공감을 한다. 아마도 사람 관계에서 쉽게 변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이라 생각한다. 현재까지 그 사람의 모습 이상을 기대하지 말라는 뜻일 터이고. 그렇다고 정작 내 삶도 고쳐지지 않는 걸까? 좀 고민 해볼 사안이다...

[2021.11.03] 횡성역 KTX, 그리고 친구

무채색에 비유할 만한 친구가 하나 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안면을 텃으니 45년 이상 되었다. 인문계와 달리 공업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공부 같은 것에 목숨을 거는 일들은 없다. 하지만, 일년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네 번 있는 시험에 그나마 신경을 쓰는 친구들도 있는데, 아마도 시험 중 도서관에서 우연히 대화를 했던 것이 그와 알게된 인연이다. 같은 반도 안해봤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 많은 친구들이 같은 직장에 입사했으나 그 대열에 함께 하지도 않았다. 그 친구의 취미가 무엇인지 그가 꿈꾸는 앞날은 어떤 것인지 특별히 우리가 왜 가끔 만나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지냈었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두들 취업했지만, 그 친구는 실습을 나간 회사에 적응이 쉽지 않다며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수도권의 대학에 입학했으니..

[2021.10.30] 가을단상

10월을 하루 남겨 놓은 주말이다. 텃밭으로 가서 갈무리를 하고 겨울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아내는 일주일에 한번 있는 탁구 렛슨을 포기 할 수 없다며 이른아침 탁구장으로 나갔다. 아침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을 밀고 다니고 오랜만에 원두커피를 갈아서 텀불러 물병에 가득 담아 아지트인 옥상으로 올라온다. 난 특별히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원두를 갈고 필터에 담아 끓는 물을 붇는 일련의 행위는 가끔 해 보고 싶은 행동이다. 그동안 옥상을 올라오게 만든 화초의 잎들도 떨어지고 구겨져 단정치 않다. 봄에서 가을까지 새 생명이 태동하는 기쁨과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소담스럽게 그리고 때로는 안스럽게 감정에 이입되던 식물들이다. 사람도 나이가 들어 가을이 되면 저와 다름 없겠지? 낙..

[2021.08.24] 소풍 끝내고 돌아간 지 1년

친구가 이세상 소풍을 끝내고 돌아 간지 1년이 되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친구를 찾아가는 길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보다 차창에 맺힌 물방울에 더 눈이 갔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 더라고 말하리라.” 그 또한 소풍이 아름다웠다고 말 했으리라 믿고 싶다. 운무가 오락 가락 하는 양평 서종의 공원묘지 산자락에서 오랫동안 친구와의 추억을 되새겨본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대부분의 시간을 잊고 살아갈 수 밖에 없을테니.

[2021.07.27] 기상이변, 생활환경의 변화

텃밭과 캠핑하는 동안 친구들로부터 점심을 같이 하자는 전화를 받고도 함께하지 못했으니, 잠시 시간을 내서 연락을 하고 그동안의 안부를 나눈다. 대화의 내용중 최근의 기상 변화와 중국본토까지 영향을 준 태풍으로 인한 사고와 일본동해에서 서해를 거치는 태풍은 예전에 쉽게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라고 한다. 중국정부는 그 재난의 정도를 외부로 알리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개인 유튜버 들은 어떤 경로로든 그 상황을 전달 하는데, 영상으로 보는 재난은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한 나는 그나마 TV와도 친하지 않다. 그렇다 보니 뉴스와도 자연스레 거리가 멀다. 날씨가 예년보다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몸소 느끼지만, 그로 인한 사건 사고는 아는 바가..

[2021.07.18] routine

routine 명사 1. 2. (지루한 일상의) 틀, (판에 박힌) 일상 형용사 1. 정례적인 2. 일상적인, 보통의 성격상 루틴한 일상을 거부해 왔었다. 매일 매일이 다른 날들이길 바랬다. 오늘과 같은 내일이 될까봐 새로운 일들을 만들고는 했었다. 새로운 일들이 몇일 계속되지 않을 때 내 인생이 정체 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매일 무엇인가를 정해놓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루틴하지 못한 나의 생활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본적도 있다. 나와 행동을 같이 해야 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내는 더없이 루틴한 생활 패턴을 유지한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한 후 운동을 하러 나간다. (코로나 이전에는 오전 수영, 오후 탁구를 하였으나 코로나로 환경이 바뀌자 집 근처 산길을 걷는다.) 최근 날..

[2021.07.17] 무더위 유감

고온과 습기가 많은 날씨가 여름의 특성이라고 하지만, 최근의 무더위는 마치 동남아를 방불케 한다. 7월 중순 임에도 온도는 줄 창 30도를 넘는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여름 날씨에 사무실에 에어컨을 가동하며 근무하는 것이 당연 했었지만, 그보다도 일에 집중을 하다 보면 웬만한 날씨의 변화를 민감하게 몸이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한낮의 더위로 후끈 달아오른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면 역시 여름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지만, 여름이라고 해서 사무실과같이 자연스럽게 에어컨을 가동시키지도 않았다. 그 알량한 전기세와 혹서기 한 두주를 제외하면 그래도 부딪혀서 보내야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던 때문이기도 하다. 은퇴를 하고 백수로 지내다 보니, 하루 종일 날씨와 실랑이를 한다. 이른 아침에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