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182

홍어유감

우리가 접하는 음식 중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음식 하나가 홍어 일 것이다. 또한, 홍어를 먹기는 하지만 기회를 만들어 찾아다니면서 먹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가 없으니 특이한 음식이기에 틀림 없다. 최근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가 홍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지되고 있음에 홍어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 보려 한다. 어머님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식성이 변해간다고 말씀하셨었다. 내가 자라면서 어머니로 부터 라면이라 던가 사이다를 자발적(?)으로 얻어 먹어본 기억은 없다. 라면은 건강을 해치는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사이다는 농약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러던 어머님이 환갑이 넘에 홀로 사시면서 라면과 사이다를 드시기 시작 하셨다. 라면은 준비의 간편성 때문이라 하더라도 사..

[2020.06.01]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용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제어: 그렇다 ) ,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사전에서 찾아본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관한 내용이다. 최근 며칠 사이 이 단어가 시시때때로 뇌리를 자극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한 잡념이겠거니 하면서 지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카랑카랑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관용구를 넣어 기자회견을 하던 누군가가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사흘전인 금요일 이곳의 현지시각으로는 휴일 새벽8시, 실시간으로 방영하는 윤미향 당선인의 기자회견을 들었다. 그 동안 정치에 보인 무관심에 비하면 획기적인 행동이었다. 아마도 그 동안 모든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휴일 아침이라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야무지게 그리고 논리 정연하게 정..

[2020.05.28] 세상의 모든 음악 중 마음이 머무는 곳

연령대에 따라 성향이 이렇다 저렇다 분류하는 것을 믿지 않는 편이지만 20대와 30대 보다 60대가 더 행복하다는 연구결과는 좀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60대에 행복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그 시기가 죽음을 인식하는 무렵 이라서 그렇다고 하지요. 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에 부딪치지 않겠다 그런 용기가 생긴다고 합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 부리지 않게 되고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오늘의 삶에 충실할 여지가 많아지는 것. 삶의 행복이 역설적으로 죽음을 인식하면서 더 뚜렷해 진다는 것이 인상적이지요. 현실적인 고민이 많은 20대와 30대에게 60대가 더 행복하다는 연구결과를 전달하는 일이 왠지 미안하지만 나를 ..

[2020.05.17] 건설현장으로 떠나는 아들

만 28살의 아들.. 결국은 플랜트 공사 현장으로 떠난다. 그렇다고 아들이 최종직업으로 택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지난4년 동안 서 너번의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보아온 것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부모의 눈으로 보는 아들의 모습은 항상 불안하기만 하다. 말로는 그리고 겉으로 표현하기로는 네 자신에게 맡기겠다 네 인생은 네가 책임지는 것이다 라고 말을 하지만 언제 정착을 할지, 그리고 본인의 직장에 만족을 하며 적응할지 조급하기만 했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 아무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을 했으나 나의 속마음을 들켜버린 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슬며시 밀려오기도 한다. 대학을 선택 할 때 까지만 해도, 서울의 중류 대학 정도는 가지 않을까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의 특성을 경험하..

[2019.09.12] 우기 [雨期]

북아프리카 알제리.. 우기가 시작되나 봅니다. 낮에는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집니다. 잠시 뜸하다가 칠흑 같은 밤이 되니 다시 양철 지붕을 세차게 때리며 마음을 심란하게 흔들어 놓습니다. 오랫동안의 생활에 익숙해 질 만도 한데, 건설현장의 한쪽구석 독방노인의 마음도 빗물이 스며듭니다.아마도 추석이 가까워 오니 더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껏 지탱해 왔던 자존감이나 의무감은 이제 개나 줘 버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선 몸의 평안과 아울러 마음의 안정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동면 같은 휴식.. 잠시라도 그런 휴식의 시간들이 필요한가 봅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버틸지 모르겠지만, 또한 주어진 시간까지 이 상황에서 튀어나가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스스로 책해 봅니다. 이럴 때 쓰라고 만..

[2018.10.14] 40대 이후의 얼굴은 본인 책임이다.

“40대 이후의 얼굴은 본인 책임이다.” 40전후 이 말에 대한 의미를 수시로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내 자신 에게 물었었다. 과연 네 얼굴에 대해 네가 책임을질 수 있겠느냐고.. 참 고집스러워 보인다. 내가 본 내자신의 모습이 불편하기만 하다. 몇 번을 봐도 경직된 표정이다. 교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때 얼굴을 본 이후 다시는 책임 연연하면서 내 얼굴을 본적이 없다. 40대 이전까지의 얼굴은 아마도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얼굴이라고 하는 것 같다. 40대 이전의 얼굴에게도 자신감은 고사하고 칭찬이나 자부심을 준 기억이 없다. 나도 다름 사람들처럼 부드러운 표정을 갖고 싶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 있게 내 표정을 내세우고 싶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맑은 미소를 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