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접하는 음식 중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음식 하나가 홍어 일 것이다. 또한, 홍어를 먹기는 하지만 기회를 만들어 찾아다니면서 먹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가 없으니 특이한 음식이기에 틀림 없다.
최근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가 홍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지되고 있음에 홍어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 보려 한다.
어머님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식성이 변해간다고 말씀하셨었다. 내가 자라면서 어머니로 부터 라면이라 던가 사이다를 자발적(?)으로 얻어 먹어본 기억은 없다. 라면은 건강을 해치는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사이다는 농약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러던 어머님이 환갑이 넘에 홀로 사시면서 라면과 사이다를 드시기 시작 하셨다. 라면은 준비의 간편성 때문이라 하더라도 사이다를 마시는 것은 그동안 고집해 오신 과정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라면과 사이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어서 이해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린 결론 또한 나이가 들어가며 입맛이 변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귀하게 구한 홍시 하나 손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삼박 사일 감기를 앓고 헬슥해진 내 모습이 안스러워 보기에도 먹음직한 홍시를 구해 주셨던 것 같다. 그 홍시는 물러 터져 먹을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내 손을 떠났다. 그때 난 홍시를 싫어했던 것 같다.
도시락에 반찬 투정은 내 단골 메뉴였다. 여러 형제의 도시락을 싸는 어머니에게는 부담이 아닐수 없다. 며칠 동안의 반찬 투정 후에 어머니께서 웃으시면 내게 도시락을 손수 건네는 날은 볶은참깨와 소금을 섞여 뿌린 도시락의 흰 쌀밥 아래 계란 후라이가 들어가 있고는 했었다.
가장이 되고 사회 활동을 하면서 몇몇 음식을 제외하고는 없어서 못 먹는 나를 모았을 때 나는이미 중년이 되어있었다. 내가 괴상한 음식을 스스럼 없이 먹게 되는 과정을 굳이 설명 하자면 이렇게 시작을 해야 할 것 같다.
홍어를 처음 접한 것은 오랜 동안 동고동락을 해온 동창이자 같은 직장에 근무하던 친구의 제안으로 아마도 50이 되기 몇 해 전인 것으로 기억한다. 오랫동안의 친구이다 보니 같은 지역에 살아서 퇴근 후 전철역에 내려 집으로 헤어지기 전 막걸리 한잔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들어간곳은 홍어 몇 점과 마늘쫑 몇가닥을 썰어서 내 놓은 것이 전부여서 안주가 심하게 단순했던 주점이다. 대신 가격도 비싸지 않아 막걸리 딱 한잔 하고 헤어지기에 더할 나의 없이 좋았던 곳이라 서너번 이용 했던 것 같다. 아마도 처음 주점을 시작하는 그 주인은 홍어라는 특이한 음식을 내세워 시작은 했지만 서빙하는 것 이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많이 어설퍼 보이더니 몇 개월 후 문을 닫았다.
그 전까지는 홍어 라는 음식이 있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나와 10년 정도 차이 나는 직장 후배는 고향이 신안군이었다. 그 당시 직원들의 복지차원에서 회사의 식당을 무료 결혼식장으로 대여하는 제도가 있었다. 그의 고향에서는 주요 행사 때 빠지지 않고 제공을 한다는 홍어가 고급 지고 특별한 맛이었다는 이야기는 한동안 주변 동료들의 결혼식장에서 회자 되었던 것이 기억으로 남아있다.
홍어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해외 근무를 다시 시작한 쉰이 다 된 나이였었다. 그당시 이미 오랫동안 해외 생활을 해 왔던 비슷한 연배의 동료들은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오면서 별의별 특이한 먹거리를 챙겨와 함께 나누어 먹으며, 그들만의 독특한 음식공수방법을 전략적(?)으로 각인 시켰다.
옻나무 가지를 챙겨오는 사람도 있었다. 닭을 구해 옷을 넣고 끓인 백숙은 여러사람이 모여 먹기에 해외에서는 쉽지 않은 메뉴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는 옷 알레르기를 우려하여 관련된 약까지 챙겨 왔었다. 어란을 정성껏 가지고 온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가격으로 차별화한 체인점 오*탄에서 비싼 가격을 들여 양념한 양 곱창을 가지고 온 사람도 있었다. 꼼장어나 회를 떠서 냉동팩과함께 아이스 박스로 포장하여 2~3일 동안 운송이 되었고 냉동 삼겹살이나 소주를 들고 오면 가장 보편적인 음식을 가져오는 것으로 인지 되었다.
특이하게 느껴졌던 휴가음식중의 하나가 홍어다. 음식 맛의 특징도 특징 이지만 오랫동안 보관으로도 유효기간으로 인한 문제가 있었던 적은 한번도 없다. 작정하고 보관을 하려면 냉동실에 4~5개월 이상 보관을 하였다가 먹어도 이상이 없었다. 발효식품 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강한 맛의 홍어를 먹는 날이면 집단적으로 숙식을 하는 숙소 주변으로 숨어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었다.
이 홍어는 스티로폴 접시에 얇게 썰어 담은 것을 진공 포장하여 상품화 시킨 *마트의 것이 가장 대표적인데, 서 너 개를 겹쳐서 마치 도시락을 신문지에 싸듯이 포장하여 운반이나 보관을 간편화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이용했다.
홍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그 어떤 동료는 진공 포장을 하지않고, 냄새가 나니 비닐 랩으로 여러 번 포장하여 수하물에 넣어 보냈지만, 공교롭게도 수하물이 며칠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시간과 더위가 만들어낸 특이한 냄새가 그 가방을 가지고 숙소로 들어오던 차량에 배어 외국인 운전사와 경비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심한 냄새를 공급하며 낭패를 본 일이 있었다.
보관과 운송이 편하고 사람들의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재고가 쌓이게 되니 오래된 홍어를 좀더 자극 적으로 먹는 방법이 개발이 되었다. 계란을 살짝 입혀 열을 가해 먹는 홍어 전이다.
기본적으로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홍어를 계란으로 엷은 막을 입혀 열을 가하며 그곳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가스는 빠져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요리의 비법이다. 식지않은 홍어 전에 잘 익은 김장김치 한점 올려 입 속에 넣고 한입 깨무는 순간 흡~~ 헉~~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바튼 기침 소리가 나야 제대로 먹는 것이다.
홍어전은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는 별미로 그 자리에서 홍어전을 맛보게 되면 반응은 여러가지이다. 강한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이다. 특이한 사항은 처음에 맛을 보면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으로 치부해 버리던 사람이 두 번을 거치면서 그 맛에 빠져들게 되는데, 그와 같은 방법으로 홍어에 입문하여 현장이 끝날 때쯤에는 많은 사람들이 홍어전 애호가가되어 습관적인 안주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나 또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홍어를 먹게 되고, 해외 근무가 지속되면서 보관과 운송이 편하여 휴가 때마다 빠질 수 휴가복귀품목에 포함을 시켰다.
아마도 이런 행동들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을 시켜준 것 같다.
횡성으로 자가 격리를 위해 들어오면서 집에서 준비해준 여러가지 물품 중에는 *마트 진공 포장 홍어 두 팩이 포함 되어 있었다. 휴가 때마다 홍어 사가는 것을 보아서 인지 준비해 준 그 홍어를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자가 격리 나흘째..
지인으로부터 인터넷 주문이 된 홍어가 이곳까지 택배 배달 되어왔다. 아이스 박스에 고급스럽게 포장이 되어있다. 유통 기한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는 다면 일주일, 냉동실에 보관하면 3개월 이상을 보관해도 상관 없다는 것은 경험상 알고있다.
그래서 무심코 받은 물품을 풀어보니 진공 상태가 아니며,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보급형이 아닌 고급스런 홍어다. 더구나 양도 장난이 아니다. 온통 홍어다.
내가 이곳에서 홍어를 먹어야 얼마나 먹겠나. 사람들과 어울려 먹더라도 작은 진공팩 하나면 될 것을, 진공팩 홍어의 서 너 배는 되는 양이다. 당장 보관이 문제가 되었다.
진공을 하지 않은 상태의 홍어에 대한 보관 경험은 없다. 일단 풀어서 뚜껑이 있는 프라스틱 용기에 넣어 놓고 버리지 않으려면 최단 시간에 소비를 해야 한다. 마음이 급해졌다.
토스트로 아침을 먹고, 홍어 너댓점을 먹는다. 점심에도 그리고 저녁에도 밥 서너한입에 홍어한점심지어는 저녁 늦게 일부러 또 몇 점 먹는다. 그냥 먹기에 부담스러우니 역시 택배로 주문한 옥수수 막걸리 한 두 잔을 곁들인다.
이렇게 아침 점심 저녁으로 홍어와 함께 이틀 정도 지나고 나니 식사시간도 부담스럽다. 격리기간이 아니어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라도 주던지 하지.
이렇게 나의 농막 격리 기간 중 한 시점이 홍어로 점철되어 가고 있다.
홍어.. 질린다.
아침에 일어나도, 일할 때도, 식사시간에도 시시때때로 콧속으로 홍어 냄새가 드나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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