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자가격리 열흘 차

루커라운드 2020. 7. 3. 04:16

 

그렇게 많아 보이던 시간이 2/3가 흘렀다.

바쁘게 보냈지만 그 동안 한일을 되돌아 보니 일상생활(밥 챙겨먹기, 빨래하기, 방 청소하기)과 텃밭 정리하는데 모든 시간을 썼다.이곳에 유선인터넷이 들어오지 않으니 스마트 폰을 이용하여 글과 사진 올리는 것 그리고 지인들과 연락 하는 것 이외에는 인터넷도 자제했다.

대신 아침 눈 뜨면 KBS FM라듸오를 틀어놓고 일상과 텃밭 일하는 하루 종일 음악을 곁들였다.

 

많다 싶을 정도로 챙겨온 음식도 하나 둘씩 떨어져, 어제는 집에서 김치와 몇가지 식품을 택배로 받았다. 격리가 끝나 갈 즈음이면 생각으로만 했던 텃밭 정리는 아직 반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 경계선 외부에서 올라오는 칡 덩굴 걷어내기, 구석진 곳의 풀뽑기, 데크의 오일스텐 바르기, 창고 정리하기, 불필요한 나무 제거하기, 등등 할 일은 무궁무진 하다.

 

처음 몇일 동안은 시차적응 때문인지 아니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새벽 두시에 눈을 떠서 꼬박 밤을 새고 아침을 맞았다. 다음날 꼭 해야 할 일이 없기에 있는 그대로 시간을 보냈다. 가져온 책을 읽고, 가끔 생각을 정리하는 글도 쓰고..

요즈음은 텃밭 일의 강도가 높아서인지 초저녁이면 눈을 붙여 새벽 한 두시에 눈을 뜬 다음 두시간 정도 보낸 후 다시 눈을 붙인다.

 

요즘 내 생에 가장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네.

아침 점심 저녁 꼬박 챙겨먹지, 빨래하지, 방 청소하지, 텃밭 정리하는 일도 열심히 하지..”

라는 나의 말에..

요즘 내 생에 (몸이) 가장 바쁜이겠지?

은퇴백수가 원래 그래. 머리는 한량 한 거.”

라고 몇 년 먼저 은퇴한 친구가 회신을 했다.

 

생각해 보니 그렇기도 하네. 그래도 몸이 바쁘니 만사가 바쁜 것처럼 느껴 지기는 하지만, 열흘동안의 하루 일과가 틀에 박혀가는 느낌 이어, 아직 텃밭 일이 남았음에도 격리기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