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2020.06.01]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커라운드 2020. 6. 2. 01:13

 

[관용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제어: 그렇다 ) ,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사전에서 찾아본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관한 내용이다.

 

최근 며칠 사이 이 단어가 시시때때로 뇌리를 자극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한 잡념이겠거니 하면서 지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카랑카랑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관용구를 넣어 기자회견을 하던 누군가가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사흘전인 금요일 이곳의 현지시각으로는 휴일 새벽8, 실시간으로 방영하는 윤미향 당선인의 기자회견을 들었다. 그 동안 정치에 보인 무관심에 비하면 획기적인 행동이었다. 아마도 그 동안 모든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휴일 아침이라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야무지게 그리고 논리 정연하게 정리한 글들을 똑 소리 나게 읽어가는 모습과 기자들의 질문에도 흐트러짐 없이 답변을 하는 그를 보며 사실여부의 관계를 떠나 그 동안 언론에서 너무 과장되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인식 받았다. 그리고는 또 평범한 시간들이 흘러갔다. 책 읽고 운동하고 음악을 들으며..

 

 

다음날 친구들의 단톡방에 평소 침묵으로 일관하던 친구가 뜬금없이 글 하나를 던지듯 올렸다.

 

요즘 느끼는 건데 지록위마란 고사성어가 생각나네!”

 

처음 듣는 고사성어이니 이해가 가지 않아 곧바로 검색을 한 것은 오랜만에 글을 올린 친구에게성의있게 대응을 하여 앞으로도 단톡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했던 때문이다.

 

지록위마 [ 指鹿爲馬 ] (손가락 지, 사슴 록, 될 위, 말 마)

요약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

즉 거짓된 행동으로 윗사람을 농락하는 모습. 사슴도 예전에는 흔한 동물이었나 봅니다. 이 이상한 표현은 윗사람을 농락하여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입니다. 그 외에 억지를 부림으로써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의미도 갖습니다.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지록위마 [指鹿爲馬] - (손가락 지, 사슴 록, 될 위, 말 마) (고사성어랑 일촌 맺기, 2010. 9. 15., 기획집단 MOIM, 신동민)

 

 

처음보는 고사성어라 얼른 찾아봤는데, 세 명 이상 있는 자리에선 분란(?)의 여지가 있을 법한 글이라서 패스~~ 즉, 노 코멘트.

실시간으로 내가 회답한 글이다.

 

가끔 동창회의 단톡방에 정치 혹은 종교적인 글이 올라와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를 보았다. 동창회는 정치나 종교를 목적으로 만나는 집단이 아니다. 정치와 종교를 논하려면 그 목적에 맞는 모임에 가서 토론을 해야 한다. 그 이후에 별다른 의견이 올라오지 않았다.

 

 

내용이 조금 옆으로 샌 것 같다.

 

오늘 또 갑자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어구가 머릿속을 스쳤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기자회견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내용이다. 하여, 사전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져 기자회견 원문을 읽어 내려갔다. 원문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글을 발견할 수 없었다. 잘못된 기억인가?

 

다시 기억을 더듬다가 회견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내용에서 그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려 네번 이나 그 문구를 쓴 것이 내 머릿속에 깊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반전을 꿰 하는 느낌이 있다.

 

난 참 성실히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생활환경은 불행하기까지 하다.

난 너를 무척 존경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나에 대하여 불신과 폄하를 했다.

난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업적은 평가 절하되어있다.

 

물론, 윤 당선자의 답변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위에서 표현한 것과 맥을 같이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다. 라고 말을 한다.

 

기자회견 당시 카랑카랑하게 답변을 하던 그의 모습과, 많은 생각과 탈고를 해서 만들어졌을 기자회견 내용에는 한번도 표현이 안되었던 그 글과, 기자들의 질문에 무려 네 번이나 언급한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왜 지속적인 신경이 쓰이는 걸까?

 

사람들은 본인의 선입관을 가지고 여러 상황을 접한다.

난 아직 내가 정치적으로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막연하게 현정부에 대하여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언론의 편파보도 때문일 수도 있고, 지속적으로 주입되어온 반 사회주의사상 일 수도 있고,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 결과만큼 차등을 주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고, 무엇인가 의구심이 가는데 너무도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은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보수파들의 관료적이고 경직된 행동에는 더욱 손을 들어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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