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욕심은 화를 부른다.

루커라운드 2020. 7. 11. 05:29

 

주변 많은 사람들이 해외근무를 하여 자가격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회자된다. 2주동안 외부와의 교류가 되지 않으니, 먹는 것에 집중하여 체중이 많이 늘었다는 사람부터 할 수 있는 일이 한정 되어있다 보니 매일 술을 먹느라 일시적으로 알코홀릭이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나에게 자가격리로 2주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스스로 시간을 내어 서라도 체험해 보고 싶었던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접근을 했었다. 그렇게 기회가 주어져 농막에 도착한 순간은 자유를 얻은 기분이었다. 지난 몇 주에 걸쳐 격리기간동안 해야 할 일, 해보고 싶은 일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홀로 끼니 해결하기, 텃밭 돌보기, 오랫동안 돌보지 못한 농막 주변 정리하기, 책 읽기, 나만의  사색시간 갖기, 향후에 대한 계획 세우기, 주기적으로 운동하기, 일기 형식의 글 쓰기, 친구들과 SNS로 연락하기 등등..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수시로 느끼며 지내 왔지만, 이번 격리기간동안의 계획도 그렇게 쉽고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에는 일주일정도로 족했다.

 

하루 세기 해결하고 농막 주변 정리하는 일로 하루가 눈결에 소진되었다. 육체 노동을 하지 않던 내가 하루 대여섯 시간 동안 땡볕에서 일을 하니, 하루 이틀 정도는 성과도 있는 것 같고 뿌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만큼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사흘 이후부터는 저녁에 근육통이 생기고 손이 저려왔다. 몸이 아파왔다. 지속적인 육체 노동으로 인함이다. 오랫동안 비워둔 농막 주변을 일시에 해결한다는 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그때 까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일주일 이후부터는 힘든 일은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전날 힘든 일로 아침 해가 뜬 이후에 기상을 하여 한끼를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해가 내리쬐는 늦은 오전부터 일을 시작하는 나와 달리 옆집 5년차 귀촌인은 새벽에 일어나 주변 정리를 하다가 해가 뜨면 일손을 놓았다. 햇볕을 피하여 하루 두 시간 정도 꾸준히 일을 하는 것이었다.

 

2주 격리 기간이 되었을 때 집사람은 그동안 정리된 텃밭에서 몇일 보내겠다며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집사람을 보는 순간 그동안의 긴장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몸살이 나는 듯 했다. 텃밭은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에 반도 끝나지 않았고, 일을 하는 동안 라디오를 틀어 놓아 음악은 원없이 들었지만, 산책을 하거나 일기 형식의 글은 쓰지 못했다. 한끼한끼 집중하겠다는 다짐은 어떻게든 한끼를 때우는 방법을 택하여 지냈고, 어느정도 휴식을 갖은 후에 다시 텃밭을 정리 해야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집사람이 내려온 이틀 동안은 횡성5일장과 주변의 관광지를 둘러보며 소일을 했고, 집으로 돌아온 2일차 꼼짝 않고 휴식에 전념 하고 있다.

 

육십갑자가 지났으니 단순히 세월로만 보면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나이이기도 하건만, 아직도 세상이 내 맘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으니 얼마나 더 어리석은 삶이 지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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