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예술공원 계곡의 끝자락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이 4/15일부터 5/7일까지 일반인에게 개방을 한다.
집에서 5분을 걸어가면 안양예술공원에서 오는 버스가 회차 하는 지점이다. 오랫동안 가보지 못했던 수목원을 걸어 보기 위해 늦은 아침 집을 나섰다.
1960년대 들어선 수목원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이 깊은 장소는 소 잔디원의 아그배 나무와 계곡물을 막아 만든 오래된 수영장 부근의 오래된 집 한채 이다. 아그배 나무는 1977년 홍수 때 계곡을 떠내려온 7년생 나무가 터를 잡아 꽃을 피워가고 있는 나무다.
그때, 난 사회초년생으로 열사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홍수로 인한 물난리로 안양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성원 상떼빌 자리에 있던 공동묘지가 유실되었고, 물 난리를 겪은 수재민은 지금의 비산동 레미안 아파트자리에 마련한 주공아파트로 이주를 했었다. 그 물난리의 현장에는 나와 인연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었다.
수영장 부근의 집은 수목원 안에 있던 유일한 집으로 용도는 알 수 없었지만 오랫동안 그 널은 수목원에 우두커니 자리를 잡고 있었던 건물이다. 이번에 가보니 그 집은 철거가 되고 관리동과 화장실로 대체가 되었다. 건물 이야 새로 지었으니 편리한기능을 갖추게 되었다지만, 내 기억속의 그 지은 이제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산 국기봉에서 상불암, 망월암을 지나 계곡을 내려오면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넘어오는 무너미 고개를 지나온 계곡과 만난다. 그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수목원의 상부 지점인데, 그곳에서부터 예술공원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쁜숨을 몰아쉬며 오른 삼성산에서 하산하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길이었다.
한때는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도 있었으니, 안양에 몇 안되는 산과 접한 호젓한 계곡이라 심심치 않게 찾아가던 곳이다.
그 호젓함이 그리워 오랜만에 개방하는 곳에 기대를 앉고 찾아갔으나, 기대는 그냥 기대 일 뿐이다. 콘크리트 아스팔트와 획일화된 배수로만이 정비되어 있어 예의 그 호젓한 분위기를 상기 시키기에 부족하다.
그냥 덧없이 흐른 세월 때문에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걷기 시작한 김에 조금 더 걷기로 하였다. 때늦은 점심을 먹고 안양천을 따라 집으로 향한다. 약 10Km의 천변을 따라 걷다 보니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개울주변으로 이름 모를 꽃이 만발해 있다.
보라색의 그꽃.
가까이 가면 예쁜지 모르겠는데 무리로 피어 있으니 볼 만하다.
아마도 외래종 일 것 같은 저 꽃이 눈에 보이는 대로 예쁘게만 느낄 수 없는 것은 이것 또한 오래된 기억을 지워 버릴 수 밖에 없는 개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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