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2023.04.20] 봄날 새벽의 단상

루커라운드 2023. 4. 20. 04:12

아침비행기로 일본을 여행하겠다는 아들녀석이 부산을 떠는 바람에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났다.

해외근무를 하다 휴가를 들어온 녀석은 친구와 3박4일 일본 여행을 간다고 했다. 삼개월 정도 근무하고 2주 남짓 주어지는 휴가를 나도 경험했었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모자란다. 몇몇 친구를 만나고 짧은 여행을 다녀오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다 보면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이 밀려온다.

사전에 아무리 계획을 잘 잡는다고 하여도 지나고 보면 후회투성이다. 어느 휴가 때는 아내의 훌쩍이는 모습을 보면서 현장을 발을 돌렸던 때도 있었다. 가족 보다는 친구나 본인의 볼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섭섭하여 나타난 감정이다. 차라리 휴가를 오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가정을 꾸리지 않고 있는 상태의 아들이니. 이런 저런 상황을 경험한 나와 아내는 그냥 아들이 하는 행동에 말없이 응원을 보낸다. 부모로서 조금 더 시간을 함께 해 주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그런 배려(?)는 뒷전이다. 

새벽 세시 반, 택시를 타고 공항 버스로 가는 녀석을 보내니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옥탑의 아지트로 올라간다. 깊은 봄 밤의 새벽 공기는 썰렁하다. 옅은 안개가 끼어 습도가 높다. 한때는 이런 밤에 깨어있는 내를 좋아했다.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분위기의 새벽에 시간을 내면 내 인생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난 지금 잘하고 있는지, 이렇게 잠시 짬을 낼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이런 분위기가 싫지는 않지만 부담스럽다. 잠이 오지 않는 것도 그렇고 이런 시간 이렇게 앉아 있는 몸의 컨디션도 썩 좋지는 않다. 최근 들어 치료(어깨 회전근개 파열)의 효과에 대한 불확실 성이 더욱 생활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다른 것이 아닌 어깨의 불편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제동이 걸리다 보니 자주 밀려오는 생각이 삶에 대한 회의다. 이런 생각들이 언젠가는 생활을 지배 할 것으로 예견을 했었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닥쳐올 일이 아닐 것 이라던가, 통상 노인이라고 칭하는 80 이후일 것이라 생각 했었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 희망을 갖어 보지만, 자주 드는 생각이 이제는 한정된 삶의 시간을 생각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끔씩 조급함도 밀려온다. 

그럴수록 더욱더 마음으로 몸으로 환경변화를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은 그저 머릿속으로만 인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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