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2023.08.24] 3주년 추모일

루커라운드 2023. 8. 24. 21:36

올해도 장마 끝의 잔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지난 3년동안 오늘을 포함 2번의 비가 내렸다. 비온후의 날씨나 간간이 불어오는 날씨는 가을을 예고하고 있었다. 어쩌면 가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와 날씨를 몸으로 느껴보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시동을 거니 라디오소리가 나오고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려 오는데 이 또한 가을을 재촉하는 음악으로 들린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영훈이 작사 작곡을 한 “가로수 그늘아래서면”을 볼쇼이극장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곡이 “출발 FM과함께”의 마지막 곡으로 흐른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 잊을 수 없는 기억에 /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안고 /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 떠가는 듯 그대 모습 /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 우 우 여위어 가는 가로수 / 그늘 밑 그 향기 더 하는데 / 우 우 아름다운 세상 / 너는 알았지 내가 사랑한 모습 / 우 우 저 별이 지는 가로수 / 하늘 밑 그 향기 더 하는데 /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 떠가는 듯 그대 모습 /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 우 우 여위어 가는 가로수 / 그늘 밑 그 향기 더 하는데

오늘은 친구가 이세상을 떠난 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주기적으로 함께 하던 4명의 친구 중 회사에 매여있는 한 친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명이 그가 영면한 공원 묘지로 가고 있는 길이다.

3년째 찾아가는 그 길에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캘린더에 기록 된 날이 가까워 지면, 그리고 그 날 별 일이 없다면 친구들의 의향을 물어 함께 동행을 했다. 살아있을 때 조금 더 세심하고 살갑게 다가 가는 것이 더 합리적(?) 이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매번 해 본다.

양평, 북한강이 보이는 골짜기의 공원 묘지의 8월말은 장마 끝의 보슬비와 낮은 산을 감도는 구름 그리고 수없이 눈에 뜨이는 수목장의 수목들로 눈은 시원하다. 함양에서 개척교회 목사로 있는 그의 형과 우연히 마주쳤다. 장례식 이후 처음이다. 4시간을 운전하여 작은 화물차를 몰고온 그의 형과 무심한 인사를 한다.  

 

세월 그렇게 흐르고, 점차 잊혀져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