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걷기·도보) 218

[2022.10.20] D+22 산티아고 순례길 (레온 Leon)

스페인의 북서부에 위치한 레온은 주도로서 제법 큰 도시 임에도 인구가 40만이 채 되지 못한다. 도시는 해발800m에 위치하며, 기원 전부터 도시가 형성되었고 이슬람문화의 지배를 받다가 910년부터 1300년까지 레온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고 한다. 대표적 건물인 레온 대성당 외 에도 다수의 역사적 건축물을 비롯해 많은 관광명소가 있으나, 그것 보다 더 시급히 해야 할 일이 건강 점검이다. 이곳에 오래전부터 한인 침술원을 운영하시는 분이 있다 하여, 나는 발목 근처의 통증 그리고 아내는 무릎의 통증에 대한 상담과 처방을 받았다. 침술 원장님이 하루 정도 더 쉬고 치료를 받고 가라고 권유하기에 레온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하였다. 렐리에고스에서 레온까지 26.4Km 약7시간, 누적 거리 474.6Km를 걸..

[2022.10.19] D+21 산티아고 순례길 (렐리에고스 Reliegos)

어제 숙소의 물리적 환경은 지금껏 머문 중 최고였다. 물론 가격도 역대 최저 금액으로. 산타크루즈 수도원이 소유로 되어 있는 이 숙소는 영리보다는 종교적 지원을 받아서 운영 하는 것 같았다. 수도원의 기숙사를 들어 온 듯 깔끔하고 정갈했다. 하지만 순례자 친교의 시간, 성당미사, 순례자강복, 각자 준비한 음식으로 저녁식사 나눔 등의 행사와 아일랜드 인이라고 소개한 신부로 보이는 분의 입실 절차가 마치 속세와 단절시킬 것 같은 분위기 이다. 강제성은 없다고 했으나 아침에 그곳을 빠져 나오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편한 그 속세로 돌아오는 야릇한 경험을 했다. 사아군에서 렐리에고스까지 30.9Km 약8시간, 누적 거리 449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347Km로 추정된다. 중간 중간 놓여진 이정 표지석에 쓰여..

[2022.10.18] D+20 산티아고 순례길 (사하군 Sahagún)

이틀째 걷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약간의 다리 통증과 거리에 따른 숙소 확정 그리고 비까지 지속적으로 내린다. 삶이 그러하듯 매일 매일이 의미가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약간의 믿믿한 일상이 또 다른 행동을 유발 시킬 수 있으려나? 레디고스에서 사하군까지 17.8Km 5시간, 누적 거리 418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378Km로 추정된다. 새벽에 비 내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온다. 도보여행 첫날 심하게 비가 내리고 그동안 맑았었는데~~ 우비는 챙겨 입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숙소와 오늘 걸어야 할 거리에 신경이 쓰인다. 일단 숙소를 나서며 중얼거려 본다. 오늘 같이 날씨가 을씨년스럽고 추적거리는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면 도보고 뭐고 다 접고 바닥을 따뜻하게 덥힌 농막에서 빈대떡 하나 부쳐 놓고 막..

[2022.10.17] D+19 산티아고 순례길 (레디고스 Ledigos)

햇볕은 차제하고 탁 트인 들판에서 시원스럽게 불어오는 바람은 온 몸으로 맞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준다. 나시 반팔과 짧은 반바지가 그 욕구를 해소 시켜 줄 것 같은데 지금 내겐 없는 것들이다. 주변을 걷고 있는 서양인 중 몇몇이 그와 같은 복장으로 걷고 있어 부러워 보이기는 하다만, 설령 그런 여건이 된다고 하더라도 두어 시간 그리 걸으면 내 모습은 불에 그을린 검둥이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 분명 하기에 생각을 접는다. 하늘의 구름과 어우러진 바람이 시원하니 별의 별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다 해본다. 까리온데 로스꼰데스에서 레디고스까지 23.6Km 6시간 조금 넘게, 누적 거리 401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395Km로 추정된다. 하루 걷는 거리를 조금 줄이면 또 다른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달았..

[2022.10.16] D+18 산티아고 순례길 (까리온데 로스꼰데스 Carrión de los Condes)

보아디아 델 까미노에서 까리온데 로스꼰데스까지 26.5Km, 7시간 누적 거리 378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418Km로 추정된다. 도보여행이 중반으로 접어 들자, 주변 풍경을 두리번거리던 모드는 자신의 신체 상태와 내면의 심적 성찰로 신경이 옮겨 가는듯 하다. 평소 보지 못했던 풍경에 대한 만족감과 서서히 나타나는 신체적 헛점, 그리고 두가지 사이에 내가 취해야 할 현실은 어떤 것이고 지금의 심적 육체적 고통은 걷는 것으로 해소 될 수 있는 것 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예방 차원에서 서둘러 착용했던 무릎 보호대는 무릎 근육과 발목 근육사이에서 혈관을 압박하여 정강이 부분의 통증을 수반한다. 내일은 도보 중간에 마을을 볼 수 없이 17Km이상을 걸어야 한다. 얼른 내일 머무를 숙소를 예약하고 일찍 ..

[2022.10.15] D+17 산티아고 순례길 (보아디아델카미노 Boadilla De Camino)

숙박 여건과 다음날 걸을 거리를 계획하다 보면 무리를 하게 되는 구간이 나오곤 한다. 어제와 오늘 30여Km씩 걷고 나니 진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혹 님의 도보여행에 대한 적응력이 대단하다. 출발하기 걱정은 기우 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앞서 나가는 님의 걸음과 달리 내 발걸음은 자꾸 뒤쳐져만 간다. 가사에서 받았던 의무감이 없어지고 하루 세끼 누군가 만든 음식을 제공 받는 것이 크나큰 기쁨이고 따라서 아무리 걸어도 즐겁단다. 오늘 부로 혹 님이란 별칭은 삭제다. 온따나스에서 보아디아 델까미노까지 33Km를 8시간반, 누적 거리 352Km를 걸었다. 남은 거리는 444Km로 추정된다. 오늘도 광활한 대지 위로 난 길을 가을바람 맞으며 중간중간 나타나는 예쁜 마을에 들러 커피와 음료 그리고 간식으로 시간..

[2022.10.14] D+16 산티아고 순례길 (온따나스 Hontanas)

새벽까지 몸살 기운으로 더 걸을 수 있을까를 고민 했지만 길을 나서니 가던 길을 간다. 환경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동물이 인간이라고 했던가? 부르고스와 온따나스간 32.4Km의 거리를 8시간 가까이 걸었다. 누적 거리 322Km이다. 오늘부터 메세타(스페인에 있는 고원으로 평균 해발 600m 정도이며 스페인의 2/3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를 걷는다. 그늘도 없는 고원의 평지를 열흘 이상 걸어야 하니 여름에 걷는 여행자에게는 더위로 인한 혹독한 시련을 주는 길이지만 초가을 평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도보여행자의 발걸음을 까지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https://youtu.be/X6kJ-UPEmsc

[2022.10.13] D+15 산티아고 순례길 (브르고스 Burgos 2일차)

그 동안 300 여Km를 걸으면서 보아 온 도시 중 큰 도시에 속하는 부르고스에서 하루를 쉬었다 간다. 큰 도시의 개념이 한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건물의규모는 웅장하나 일단 거리가 조용하다. 하긴 인구가 20만이 채 안된다고 하니 번잡스러울 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시에스타 시간에는 관광객들 마저 눈에 뜨이지 않는다. 아침을 먹고 대성당 뒷 쪽의 부르고스 성을 산책하듯 돌고 하루 종일 침대에 몸을 뒤척였다. 긴장이 풀린 건지 아니면 그동안의 도보가 무리였는지 몸이 무겁다. 내 몸의 컨디션을 내가 모르면 누가 알랴? 여직 껏 몸 보다는 일에 우선 순위를 두었던 습관의 결과 일 것이다. 내일 30Km를 걸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부담스럽다.

[2022.10.12] D+14 산티아고 순례길 (브르고스 Burgos)

아따뿌에르까에서 부르고스까지 21.7Km의 거리를 6시간 걸었다. 누적 거리 290.5Km, 목적지까지 약 1/3지점에 와있다. 부르고스는 인구17만명의 주도이다. 대성당 주변으로 관광객과 그들을 안내하는 가이드들이 설명하는 소리가 성당의 벽을 타고 울려온다. 배낭 말이다. 여행자의 생필품과 반 일치 분의 간식, 그리고 마실 물을 담으면 8~9Kg의 무게가 된다. 이 배낭을 짊어지고 매일 20Km이상의 거리를 걷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도가 상당하다. 걷는 것과 걸으면서 보는 것 그리고 느끼는 것에 충실 하려는 마음가짐은 배낭의 무게에 눌려 반감 되고는 한다. 그래서 도보여행자의 요구를 충족 시켜주기 위해 배낭을 옮겨주는 운송업체가 생겨났고, 시스템화 된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조금도 불..

[2022.10.11] D+13 산티아고 순례길 (아따뿌에르까 Atapuerca)

다행히도 아침 일찍 살짝 비를 뿌린 후 그쳤고 기온은 서늘하여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다른 어느날 보다 일찍 숙소를 출발 하였다. 도보여행을 시작하고 가장 긴 거리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30Km이상의 거리는 걷지 않겠다고 계획 잡았지만 이번 구간은 숙소 상황과 다음날 걸을 구간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 벨로라도와 아따뿌에르까 32Km의 거리를 8시간반에 걸었다. 누적 거리 270Km이다. 오크 나무와 소나무 숲이 민가도 없이 10Km이상 지속 되는 구간이다. 또 한번 스페인 국토의 광활함을 느끼게 만드는 곳이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어려움을 덜 겪고 도착했다 하더라도 숙소는 가장 열악하다. 작은방 두개에 20여명이 머물러야 하니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어쩔 수 없이 도보로 지친 몸을 닦고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