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걷기·도보) 218

[2015.08.07~10] 에필로그 (영덕블루로드 도보여행)

평소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생활을 하는 나의 얼굴색은 조금은 퇴색된 듯한 색갈의 핏기가 모자라는 얼굴일 것이다. 원래 희고 고운 살결이 아닌, 조금은 거무튀튀한 살결이지만, 그나마 내업을 주로 하다 보니 웬만한 사람의 중간 정도의 빛갈을 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한 두 시간 야외활동을 하면 여지없이 깜뎅이가 되어있는 것을 보면 햇볕에 유난히 약한 체질인가 보다. 나흘간의 도보여행과 텃밭에서 하루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와 피곤해 진 몸을 하루 종일 편한 자세로 쉬었다. 출근 첫날 주변 동료들은 나름 특별한 여행이었다고 생각 되었던지 (함께 근무하는 절친에게는 중간 중간 메신저를 통하여 도보상황을 전달 했던 터라) 주변에서 휴가에 대한 내용이 오갔던 모양이다. "왜 걷습니까?. 도대체... 이 무..

[2015.08.10] 목은사색의 길 (영덕블루로드 C코스)

몸이 작년하고 올해하고 다르다는 말들을 한다. 어차피 체력적으로 인생의 절정기를 넘어섰으니,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갈수록 힘이 든다”가 맞는 것 같다. 가끔씩 출근을 위해 일어나면서 하루만 푹 쉬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은연중 내 뱉으면 즉각 되돌아오는 멘트가 있다. 반나절 정도 쉬고 나면 안절부절 하면서 습관처럼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를 고민하는 내게 “일주일을 쉬라고 해도 다음날이면 힘들다고 할 텐데??” 라고.. 인정… 인정한다. 기본적으로 잠시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습관은 피의 성분인가? 아니면 멘탈 인가 그도 아니면 후천적인 정서불안에서 오는 행동인가?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도 내 행동을 보면 가끔은 이해가 가지 않는가 보다. 몸이 피곤하면 잠을 보충하거나 소파를 끼고 티비에 ..

[2015.08.09] 푸른 대게의 길 (영덕블루로드 B코스)

여름도보여행이니 조금 더울 수도 있겠지. 그럴 땐 길옆의 바닷가에 잠시 몸을 담궈 더위를 잠시 식힌 다음 또 길을 걸어 가는 거야. 동해안 쪽빛바다를 옆에 두고 걸어가니 당연히 그렇게 하지 않겠어? 수영복은 필수라고..그렇게 맘을 먹고 출발했었는데.. 첫날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걷기를 마무리 해야 하고, 해수욕장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오후였다. 더구나 그 맑고 너른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은 가물에 콩 나듯 몇 명 되지 않는다. 왜일까? 궁금해 하면서 결국 물에 들어가지 못했다. 둘째날은 산길로 이어지는 길이어서 바다와 접할 기회가 없었다. 오늘 걸어 갈 길엔 해안가 마을과 해수욕장이 이어져 있었다. 안내책자를 보면 하루 동안 걸어야 할 코스 중 상대적으로 가장 짧은(15Km, 5시간)코스로..

[2015.08.08] 빛과 바람의 길 (영덕블루로드 A코스)

8월8일 토요일 강구항 근처의 민박집 창문으로 따뜻한(?) 아침햇살이 들이친다. 오늘 도보여행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암시하는 듯 하다. 우리가족 중 큰 딸만이 도보여행에 참여를 하지 않았다. 녀석은 한 달전 인도를 여행하겠다며 두 달의 여정으로 홀연히 떠났다. 가끔씩 SNS를 통하여 사진이나 문자를 보내 그리 궁금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그녀석의 생일이다. 녀석의 생일인 88년8월8일은 음력으로 6월 26일이다. 음력으로 따지면 내 생일 다음날이다. 올해는 내생일 보다 하루 빠른 날인 오늘이 녀석 생일인 것이다. 가끔… "사랑한다." 라던가 하트를 문자로 날리면 녀석의 답변은 한결같다. 진지 하게 ”아빠 술 드셨어요?” 라고.. 오늘은 사전에 아빠 아침이라 술 안 먹고 생일 축하문자 보낸다는 단서를 ..

[2015.08.07] 쪽빛 파도의 길 (영덕블루로드 D코스)

8월7일 금요일 아침 평소 출근시간에 맞춰 기상을 하였다. 준비물을 챙기고 집을 나서니 7시 반, S통신사의 길안내 프로그램으로 목적지를 검색하니 12시 도착 예정이다. 네시간 반 동안 준비한 간식거리를 먹으며 영동고속도로 – 중무내륙고속도로 – 북부로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IC – 영덕 – 강구항 에 도착하니 열한시 반.. 네비가 일러준 시간보다 30분을 일찍 도착하였다. 거리상으로는 320Km. 도착한 강구항에서 물회로 이른 점심을 먹고는 강구터미널로 이동하여 주차장 근처에 차를 대고 포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쪽빛 파도의 길”이라 명한 영덕블루로드 D 코스는 부경리의 대게공원에서 시작을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대게공원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장사해수욕장에 내려 포항방면으로 2Km를 걷거나 ..

[2015.08.07~10] 프롤로그 (영덕블루로드 도보여행)

경정 해수욕장 입구> 지천명(하늘의 이치와 뜻을 앎)도 지나고 이제 곧 이순(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할 수 있다)을 두 세해 앞 두고 있는 나이에~~ 내게서 걷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시간에 대한 목마름으로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나에게 쉽게 나지 않는 시간을 쪼개어 어딘가를 걸어서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 걷고 싶은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차 있는 건 어떤 이유일까? 여행을 항상 갈망하는 건 무슨 이유일까? 욕망일까? 지난 겨울 연휴 아들과 변산 마실길을 2박3일 걸었던 기억들이 모든 것을 대변해 줄 수 없겠지만, 한 가닥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그 길에 서지 않았다면 그나마 아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기억은 극히 제한적 일 것이다.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많아야 1주일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