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생활을 하는 나의 얼굴색은 조금은 퇴색된 듯한 색갈의 핏기가 모자라는 얼굴일 것이다. 원래 희고 고운 살결이 아닌, 조금은 거무튀튀한 살결이지만, 그나마 내업을 주로 하다 보니 웬만한 사람의 중간 정도의 빛갈을 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한 두 시간 야외활동을 하면 여지없이 깜뎅이가 되어있는 것을 보면 햇볕에 유난히 약한 체질인가 보다.
나흘간의 도보여행과 텃밭에서 하루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와 피곤해 진 몸을 하루 종일 편한 자세로 쉬었다.
출근 첫날 주변 동료들은 나름 특별한 여행이었다고 생각 되었던지 (함께 근무하는 절친에게는 중간 중간 메신저를 통하여 도보상황을 전달 했던 터라) 주변에서 휴가에 대한 내용이 오갔던 모양이다.
"왜 걷습니까?. 도대체... 이 무더운 여름 날에.."
라는 질문을 하는 직원에게 명확한 대답을 해 주지 못했다.
물어보는 그도 명확한 답을 원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한번 물어보면 대답해 주고 싶은 변명 같은 답이 머릿속에 스멀거린다.
"그...냥... 그냥 좋아서 걸었어"
떠나기 전부터 내가 왜 걷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던 나는 답이 될지는 모르지만 답을 찾았다. 결국 그냥 걸었다. 걷기 전엔 걸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고, 걷고 나서 좋았던 것 같으니 그냥 좋아서 걸었던 것 같다.
아들 녀석은 말한다.
"다음부터는 여름도보여행은 사양하겠습니다."
집사람의 한마디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셋째날 더위와 체력저하로 힘이 들었던지..
"괜히 동참한다고 했네"
난..혼자 중얼거렸다.
나 혼자 왔으면 어렵고 힘든 길이었을 터이고,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하나..라는 생각을 했겠지만, 지금 난 가족들과 나흘의 덥고 힘든 길을 걷고나서
"그냥... 걷기에..충실했었다."
걷기를 마치고 2주일이 지난 즈음, 더위와 갈증으로 고생했던 기억은 벌써 잊혀졌다.
하지만,
바닷가 마을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사람들의 인심이나, 길 위에서 만난 풍경들은 오래된 그리움처럼 오늘도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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