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보여행이니 조금 더울 수도 있겠지. 그럴 땐 길옆의 바닷가에 잠시 몸을 담궈 더위를 잠시 식힌 다음 또 길을 걸어 가는 거야.
동해안 쪽빛바다를 옆에 두고 걸어가니 당연히 그렇게 하지 않겠어? 수영복은 필수라고..그렇게 맘을 먹고 출발했었는데..
첫날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걷기를 마무리 해야 하고, 해수욕장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오후였다. 더구나 그 맑고 너른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은 가물에 콩 나듯 몇 명 되지 않는다. 왜일까? 궁금해 하면서 결국 물에 들어가지 못했다.
둘째날은 산길로 이어지는 길이어서 바다와 접할 기회가 없었다.
오늘 걸어 갈 길엔 해안가 마을과 해수욕장이 이어져 있었다. 안내책자를 보면 하루 동안 걸어야 할 코스 중 상대적으로 가장 짧은(15Km, 5시간)코스로 소개 되어져 있다. 오늘은 기필코 푸른 동해바다에 몸을 담궈 보리라.
이동거리 13.09Km, 소요시간 8시간(휴식시간, 해수욕시간 포함),
해맞이공원 -> 대탄항 -> 석리마을입구 -> 대게원조마을 -> 블루로드다리 -> 죽도산 -> 축산항 -> 남씨발상지
전날 버스를 타고 나오며 버스기사께 물어보니 영덕에서 해맞이 공원으로 가는 버스는 7시, 8시, 8시40분이라고 했다. 영덕시외 버스터미널근처 모텔에서 아침을 맞이하여 식사를 위해 주변을 둘러보니 마땅한 곳이 눈에 뜨이질 않는다.
24시간 편의점에서 아침식사 대용품과 어제 물 부족으로 어려웠던 일을 감안하여 컵 얼음, 생수, 음료수 등을 가방에 챙겨 넣고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8시 10분경, 8시에 해맞이 공원으로 출발하는 버스는 이미 떠났다.
8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 물어보니 목적지에서 약 2Km떨어진곳을 거쳐 다른 방향(경정리)으로 가는 버스라고 한다. 오늘 걷는 코스의 중간에 있기는 하지만 코스의 완주 위해서 2Km를 걸어갔다가 되돌아 와야 하니 맘에 내키질 않아 택시를 탔다. 택시는 어제 걸어가던 길의 해안도로를 따라, 하저리 대부리 창포리를 거쳐 해맞이 공원에 내려주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날씨가 더웠다. 해안가 기슭으로 걷기 위해 만들어 진 길은 평탄하질 못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라 하지만 오르락 내리락을 수없이 반복해서 더운 날씨와 함께 몸을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미 이틀 동안 더위로 인한 불평은 참을 만큼 참아왔던 터라 구비하나 돌 때마다 땀과 함께 탄식이 흘러 나온다. 중간중간 그리 원하던 쪽빛바다와 멀리 보이는 수평선도 더위를 대응하기 어려운가 보다.
이 길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 걸으면 훨씬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니 오르내리는 길이 많아 마을이 있는 동네나 해수욕장도 그만 그만 하다. 아담하고 복잡하지 않은 마을을 이어가다 보니 생수나 얼음과자를 구할 곳도 만만치 않다.
석리마을은 B코스의 1/3(5Km )지점 정도이나 체력은 이미 반 이상 써버린 지점으로 인식이 된다.횟집 이며 마을이 있다고 하여 마실 물과 음료수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했건만, 단체로 온 피서객과 다랭이 마을을 연상케 하는 어촌의 집들로 이어진, 여름이 아니면 조용하고 한적하기까지 한 마을이었다.
편의점이나 슈퍼가 없으니 물을 얻어야 할 수 밖에..
하지만 마을의 지형상 쉽게 물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포구에서 몇 마리 고기를 들고 오는 아저씨에게 물 좀 얻을 만한 곳을 물어보니 조금 미안한 기색을 띄며 머뭇머뭇 간이음식점을 가르친다.
그곳에 가서 물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시라고 하다가는 이내.. 우리 집에 가면 줄 수 있는데 언덕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어렵게 말을 꺼내신다. 얻어 먹는 사람이 언덕 아니라 어디든 갈 수 있겠다 생각하며 조금은 지쳐 보이는 두 가족을 이끌고 아저씨를 따라 언덕을 올라가다 보니, 왜 머뭇 거리신지 이해가 간다. 좁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 마을 맨 끝에 있는 민박을 하는 집이다.
마당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집에 들어서니 아늑하기 까지 했다. 깨끗이 가꾸어놓은 마당에서 바닷가를 내려다 보면 그 너른 동해와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경치를 관망하기에 더없이 좋은 위치다.
집 안쪽으로 놓여있는 평상 위로는 포도나무였나? 넝쿨식물이 그늘을 만들어주었고, 이내 집으로들어서는 아저씨는 방 안을 향해 얼음물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하시며 급히 다시 포구로 내려가신다.
집에 계시던 아주머니는 얼린 얼음물 두 병과 목을 축인 우리에게 복숭아며 옥수수를 선뜻 내 오신다. 작은 그릇에는 근처바닷가에서 잡은듯한 소라와 그것을 빼 먹을 수 있는 이쑤시게도 함께 주신다.
갑작스런 호의에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점심식사를 할 시간도 되어 점심식사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민박을 하는 집이기에 당연히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물었건만, 예약을 받아 운영하기에 가능하지 않다고 하신다.
이런 저런 상황을 되돌려 보건대..
그냥 나온다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약간의 사례를 하려니 기겁을 하면서 손 사례를 치신다. 그렇다고 그냥 나온다면 이래저래 호의 받았다는 마음이 불편하다. 이를 눈치챈 아주머니는 대가를 받아 필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하겠다고 하신다.
물론 그 대가가 생수 두어 병을 살 금액이지만 여행을 하면서 지역주민에게 이런 풋풋함을 느껴보기는 실로 처음이다.
간혹 여행기에서 간혹 읽었던 내용의 일부를 오늘 감명 깊게 경험 할 수 있었다.
몸은 지치고 허기는 져 오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마을 뒤 언덕을 오른다. 산기슭을 몇 번 더 돌아나오니 경정3리라는 마을이 나온다. 그곳의 마을슈퍼에서 물이며 음료수, 그리고 빙과류를 듬뿍 사서 물고 주변에 있는 해수욕장을 향했다.
평상이 놓여있는 샤워할 수 있는 민박집에 짐을 맡겨 놓고 한 시간 정도 해수욕도 하고 그곳에서 판매하는 해산물도 먹고, 석리 마을 민박집에서 얻은 옥수수와 복숭아를 먹고 나니 굳이 점심을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오늘 걸어야 할 남아있는 길이 만만치 않다.
죽도와 축산항을 돌아 버스를 타고 영덕으로 나오니 해가 저물어 간다. 짧은 거리, 바다와 맞닿은 해안풍경, 석동리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 기억에 남을 만한 하루였지만 또한 무던히 길게 느껴진 하루다.
저녁으로 투박하리만치 해산물이 들어간 해물탕과 모텔에서 아들녀석이 사온 케익으로 생일축하를 받았기에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각인되길 기대해 본다.
오르내리는 해안길과 아담한 해변마을 그리고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바다와 하늘이 걷는 길”의 B코스는 여름도보여행 블루로드의 결정판(?)이다.
<석리 마을 - 사진상으로 가장 위에 보이집에 민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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