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걷기·도보)/산티아고 순례길 42

[2022.10.16] D+18 산티아고 순례길 (까리온데 로스꼰데스 Carrión de los Condes)

보아디아 델 까미노에서 까리온데 로스꼰데스까지 26.5Km, 7시간 누적 거리 378Km를 걸었다. 남은거리는 418Km로 추정된다. 도보여행이 중반으로 접어 들자, 주변 풍경을 두리번거리던 모드는 자신의 신체 상태와 내면의 심적 성찰로 신경이 옮겨 가는듯 하다. 평소 보지 못했던 풍경에 대한 만족감과 서서히 나타나는 신체적 헛점, 그리고 두가지 사이에 내가 취해야 할 현실은 어떤 것이고 지금의 심적 육체적 고통은 걷는 것으로 해소 될 수 있는 것 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예방 차원에서 서둘러 착용했던 무릎 보호대는 무릎 근육과 발목 근육사이에서 혈관을 압박하여 정강이 부분의 통증을 수반한다. 내일은 도보 중간에 마을을 볼 수 없이 17Km이상을 걸어야 한다. 얼른 내일 머무를 숙소를 예약하고 일찍 ..

[2022.10.15] D+17 산티아고 순례길 (보아디아델카미노 Boadilla De Camino)

숙박 여건과 다음날 걸을 거리를 계획하다 보면 무리를 하게 되는 구간이 나오곤 한다. 어제와 오늘 30여Km씩 걷고 나니 진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혹 님의 도보여행에 대한 적응력이 대단하다. 출발하기 걱정은 기우 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앞서 나가는 님의 걸음과 달리 내 발걸음은 자꾸 뒤쳐져만 간다. 가사에서 받았던 의무감이 없어지고 하루 세끼 누군가 만든 음식을 제공 받는 것이 크나큰 기쁨이고 따라서 아무리 걸어도 즐겁단다. 오늘 부로 혹 님이란 별칭은 삭제다. 온따나스에서 보아디아 델까미노까지 33Km를 8시간반, 누적 거리 352Km를 걸었다. 남은 거리는 444Km로 추정된다. 오늘도 광활한 대지 위로 난 길을 가을바람 맞으며 중간중간 나타나는 예쁜 마을에 들러 커피와 음료 그리고 간식으로 시간..

[2022.10.14] D+16 산티아고 순례길 (온따나스 Hontanas)

새벽까지 몸살 기운으로 더 걸을 수 있을까를 고민 했지만 길을 나서니 가던 길을 간다. 환경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동물이 인간이라고 했던가? 부르고스와 온따나스간 32.4Km의 거리를 8시간 가까이 걸었다. 누적 거리 322Km이다. 오늘부터 메세타(스페인에 있는 고원으로 평균 해발 600m 정도이며 스페인의 2/3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를 걷는다. 그늘도 없는 고원의 평지를 열흘 이상 걸어야 하니 여름에 걷는 여행자에게는 더위로 인한 혹독한 시련을 주는 길이지만 초가을 평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도보여행자의 발걸음을 까지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https://youtu.be/X6kJ-UPEmsc

[2022.10.13] D+15 산티아고 순례길 (브르고스 Burgos 2일차)

그 동안 300 여Km를 걸으면서 보아 온 도시 중 큰 도시에 속하는 부르고스에서 하루를 쉬었다 간다. 큰 도시의 개념이 한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건물의규모는 웅장하나 일단 거리가 조용하다. 하긴 인구가 20만이 채 안된다고 하니 번잡스러울 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시에스타 시간에는 관광객들 마저 눈에 뜨이지 않는다. 아침을 먹고 대성당 뒷 쪽의 부르고스 성을 산책하듯 돌고 하루 종일 침대에 몸을 뒤척였다. 긴장이 풀린 건지 아니면 그동안의 도보가 무리였는지 몸이 무겁다. 내 몸의 컨디션을 내가 모르면 누가 알랴? 여직 껏 몸 보다는 일에 우선 순위를 두었던 습관의 결과 일 것이다. 내일 30Km를 걸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부담스럽다.

[2022.10.12] D+14 산티아고 순례길 (브르고스 Burgos)

아따뿌에르까에서 부르고스까지 21.7Km의 거리를 6시간 걸었다. 누적 거리 290.5Km, 목적지까지 약 1/3지점에 와있다. 부르고스는 인구17만명의 주도이다. 대성당 주변으로 관광객과 그들을 안내하는 가이드들이 설명하는 소리가 성당의 벽을 타고 울려온다. 배낭 말이다. 여행자의 생필품과 반 일치 분의 간식, 그리고 마실 물을 담으면 8~9Kg의 무게가 된다. 이 배낭을 짊어지고 매일 20Km이상의 거리를 걷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도가 상당하다. 걷는 것과 걸으면서 보는 것 그리고 느끼는 것에 충실 하려는 마음가짐은 배낭의 무게에 눌려 반감 되고는 한다. 그래서 도보여행자의 요구를 충족 시켜주기 위해 배낭을 옮겨주는 운송업체가 생겨났고, 시스템화 된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조금도 불..

[2022.10.11] D+13 산티아고 순례길 (아따뿌에르까 Atapuerca)

다행히도 아침 일찍 살짝 비를 뿌린 후 그쳤고 기온은 서늘하여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다른 어느날 보다 일찍 숙소를 출발 하였다. 도보여행을 시작하고 가장 긴 거리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30Km이상의 거리는 걷지 않겠다고 계획 잡았지만 이번 구간은 숙소 상황과 다음날 걸을 구간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 벨로라도와 아따뿌에르까 32Km의 거리를 8시간반에 걸었다. 누적 거리 270Km이다. 오크 나무와 소나무 숲이 민가도 없이 10Km이상 지속 되는 구간이다. 또 한번 스페인 국토의 광활함을 느끼게 만드는 곳이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어려움을 덜 겪고 도착했다 하더라도 숙소는 가장 열악하다. 작은방 두개에 20여명이 머물러야 하니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어쩔 수 없이 도보로 지친 몸을 닦고 근..

[2022.10.10] D+12 산티아고 순례길 (벨로라도 Belorado)

특별한 일들도, 환상적인 풍경도 매일 지속되면 일상이다. 열흘 가까이 보아온 풍경이나 감정들이 연일 계속되는 도보로 감흥을 잃어간다. 오늘 코스는 국도와 함께 걸었다. 자동차 소리를 들어가며 하루 종일 걷다 보니 내가 꼭 이 길을 걸어야 하나, 난 왜 여기 와 있는 가 하는 근본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채워 간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니 그 들도 어제처럼 오늘도 그 길에 서 있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인문학적 지식이 이닐 런지? 그 많은 준비할 것 중 육신의 어려움 만을 생각하고 정작 필요한 길과 마주하는 인문학적 내용에 소홀했음을 깊게 후회해 본다. 작은 마을마다 수 없이 거쳐 왔을 성당은 하나도 달라 보이지 않았었다. 지방마다 특징이 있는 주택이나 공공건물도 그저 필요했기 때문에 지어졌을 뿐 역사적 ..

[2022.10.09] D+11 산티아고 순례길 (산토도밍고데라칼사다)

나헤라에서 산토 도밍고 구간 23.0Km의 거리를 6시간 반 걸었다. 누적 거리 216Km, 드디어 200Km가 넘었다. 하늘이 흐려 기온은 떨어져 초가을 날씨를 보이니 도보여행자의 마음은 괜스리 바쁘고 심란하다. 수확기가 지나 쓸모가 없어진 포도의 양은 상상초월이다. 그럼에도 길을 걷는 이방인에게 수확을 포기한 포도를 건네는 농부에게서 넓은 대지를 가꾸는 여유를 본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갔거나 그곳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 이라면 한번쯤은 사진으로라도 접했을 법한 길을 걸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도 될 만큼 감동을 줄 수 있는 그 길에 앉고, 서고 생각 하고를 반복 해 본 하루였던 것 같다. 여행은 벌써 중반부를 넘어가고 있다.

[2022.10.08] D+10 산티아고 순례길 (나헤라 Nájera)

로그로뇨와 나헤라 구간 30.7Km의 거리를 8시간 반 걸었다. 누적 거리 194Km 이다. 오늘 걸은 30여 Km의 거리 중 포도밭이 눈에서 벗어난 적은 드물었다. 스페인이 포도주의 주요 생산국이라고 하지만 막상 걸으면서 보여지는 포도밭의 규모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집을 떠난지 열흘이 지났다. 여행이라고 하지만 생활 자체는 단순해 졌다. 아침에 눈뜨고 어떻게든 세끼 챙겨먹고, 하루종일 걷고, 하루 전 정한 숙소를 찾아가 샤워와 세탁을 하고 조금 늦게 문을 여는 식당 주위와 마을 주변을 배회 하다가 저녁 먹고 내일을 위해 취침을 한다. 하루 일과의 전부 이다. 정보가 부족하여 걱정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부질 없는 짓이다. 그냥 그렇게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니 감사 할 따름이다. 이렇게 보..

[2022.10.07] D+09 산티아고 순례길 (로그로뇨 Logroño)

로스아르꼬스와 로그로뇨간 31Km의 거리를 10시간 가까이 걸었다. 누적 거리 165Km 이다. 오늘 도착한 로그로뇨그 (스페인어 : Logroño)는 스페인 라리오하 지방의 중심 도시이자 주도이다.고도384m로 인구는 153,736명이다. 일주일동안 거친순례자 길을 걷던 여행자는 여느 도시와는 다르게 무장을 해제 해도 될 것같은 중세의 도시에서 잠시 긴장을 푼다. 도시는 중동과 유럽에서 여유로움 만을 택하여 꾸려 놓은듯 거리엔 낭만의 느낌이 가득하다. 시내 중심가의 타파스 거리는 주일이 아니어도 초저녁 부터 흥청(?)대는 분위기다 꼬챙이라는뜻의 핀초는 조그만 빵위에 식재료를 토핑하여 꽂아놓은 것으로 때로는 술안주로 때로는 간식으로 먹는 스페인 바스크지방에서 타파스를 대용해서 쓰는 용어다. 그리 비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