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보이던 침엽수 나무들은 사라지고 수확이 끝난 텅 빈 들판이 멀리 산밑까지 펼쳐진다. 에스떼야와 로스아르꼬스간 23.1Km의 거리를 8시간 가까이 걸었다. 누적 거리 137Km이다. 이 구간에는 오래전부터 순례자에게 생수와 와인을 24시간 무료로 공급하는 이라체 수도원이 있는데, 지금은 관광객이나 도보 여행자가 그 기회를 이어 가고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여름의 한 복판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걷는다고 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하루 종일 걷는 이유는 뭘까? 여름이 지나갔다고 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햇볕은 역시 부담스럽다. 무리하다 싶은 몸씀이 일주일 가까이 되다 보니 신체의 부실한 부분들이 튀어 나온다. 발바닥에는 물집이 보이기 시작하고 배낭을 멘 어깨는 천근 만근이다. 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