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걷기·도보)/산티아고 순례길 42

[2022.10.06] D+08 산티아고 순례길 (로스아르꼬스 Los Arcos)

그나마 보이던 침엽수 나무들은 사라지고 수확이 끝난 텅 빈 들판이 멀리 산밑까지 펼쳐진다. 에스떼야와 로스아르꼬스간 23.1Km의 거리를 8시간 가까이 걸었다. 누적 거리 137Km이다. 이 구간에는 오래전부터 순례자에게 생수와 와인을 24시간 무료로 공급하는 이라체 수도원이 있는데, 지금은 관광객이나 도보 여행자가 그 기회를 이어 가고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여름의 한 복판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걷는다고 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하루 종일 걷는 이유는 뭘까? 여름이 지나갔다고 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햇볕은 역시 부담스럽다. 무리하다 싶은 몸씀이 일주일 가까이 되다 보니 신체의 부실한 부분들이 튀어 나온다. 발바닥에는 물집이 보이기 시작하고 배낭을 멘 어깨는 천근 만근이다. 늦..

[2022.10.05] D+07 산티아고 순례길 (에스떼야 Estella)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 날씨가 분명하나 한낮에는 우리나라 한 여름 온도를 오르내린다. 심한 일교차와 짧은 시간 이나마 겪는 더위도 어려움을 하나 보탠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여행자 숙소를 이용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공용숙소의 2층침대이다. 대사기능이 떨어져 두 세번 화장실은 가야 하는 것, 하루 종일 걷고 힘에 부치는 몸을 끌고 2층을 오르는 일, 특히 야간에 저하 되는 공간지각능력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이유가 있었다. 매일 새로운 숙소를 구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숙소 예약플랫폼이 가장 쉬운 방법 이겠지만 이곳에선 풀랫폼에 등록이 돼지 않은 숙소들이 많다. 이경우 일반적으로 왓츠앱을 사용하여 숙소와 직접 예약을 한다. 앱 설치 후 두세번 진행을 해보니 잠자리로 인한 한가..

[2022.10.04] D+06 산티아고 순례길 (뿌엔떼 라 레이나)

스페인의 중소도시인 팜플로냐에서 도보여행으로 지친몸을 하루정도 쉬어갈 계획이었으나, 도보 여행자의 마음은 이미 도시와 결별을 다짐 했나보다. 기껏해야 닷세동안 별거를 하고 있는 도시가 새삼 부담스럽게 느껴지니 말이다. 팜플로냐에서 시작하여 뿌엔떼 라 레이나까지 27Km에 달하는 거리를 걷는길에 만날 수 있는 "용서의 언덕"은 구간중의 백미 이다. 아침 안개속을 두시간 이상 걸어 도시를 빠져 나와 풍력 발전기가 있는 300여m 고도의 언덕을 오르는 순간 그림같이 안개가 걷히고 지금까지 걸어오던 동편마을과 앞으로가야할 서편 마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용서의 언덕이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싶지 않았다. 그 의미를 아는순간 지금눈에 보이는 풍경들이 그 아름다움에 빛이 바랠 것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22.10.03] D+05 산티아고 순례길 (팜플로냐 Pamplona)

정보 앵꼬다. 그동안 준비했던 정보는 여행 초기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할것 같은 불안에서 가능성있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했었다. 두달 가까운 계획을 틀을 마추듯 짤수도 없으니 나머지 일정은 지나간 닷세의 경험을 토대로 진행 시켜야 한다. 유연하게 움직이며 순간순간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않다. 순발력은 떨어져 있고, 그 많다고 자만 하던 경험은 오히려 결정에 장애요소가 되어간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도착한 팜플로냐는 나바라의 주도답게 복잡하다. 공립알베르게 (순례자 숙소)를 찾아가 겨우 잠자리를 구하고 지친몸을 뉘고 나니 내일 숙식이 걱정이다. 도보구간 24Km에 중국식당을 찾아 그 동안의 에너지 공급방식을 잠시 탈피하느라 걸은거리가 4Km 총28Km에달하는 오늘 걸은거리는 생존 본능을 포..

[2022.10.02] D+04 산티아고 순례길 (주비리 Zubiri)

도보거리 23Km, 도보시간 7시간, 드디어 정상궤도의 도보여행이 시작 되었다. 론세스바예스에서 주비리 구간은 산티아고 순례길중에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구간이라고 한다. 나바라 지역에 속해있는 이곳은 전통 지중해 문화권의 영향을 고이 간직하고 있으며 피레네 산맥의 환경 영향을 받아 밀과 포도주, 채소, 올리브 나무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숲속으로 난 길과 목장지대가 잘 어울어져 있고 길 중간중간 위치한 마을은 깨끗하고 조용하다. 건물은 가정집 임에도 규모가 크고 서유럽 특유의 풍경인 베란다와 창가에 화려하게 꽃이담긴 화분을 늘어놓아 한껏 여유를 느끼게 만든다. 오늘 걸은 길은 한국과 위도가 비슷하니 주변의 야산을 산책 하는기분이다. 잔뜩 우거진 숲 속으로는 초가을 분위기의 낙엽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일은..

[2022.10.01] D+03 산티아고 순례길 (론세스바예스 Roncesvalles)

기대했던 날씨는 아침부터 비를뿌렸다. 어제 산장에 묵은사람들이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갈즈음 주인은 30여명이 되는 여행자에게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했다. 본인 이름과 어느 나라 에서 왔고 이곳에 오게된 이유를 간단히. 싱가폴, 캐나다, 미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 브라질 각국의 사람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사연을 말하지만 의미는 제대로 전달 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일찍 차례가 와서 소개를 한 내게 많은 박수 세례가 쏟아져 의아해 했었다. 다른사람의 사연이 끝날때마다 나도 열심히 박수를 보냈다. 정확한 의미를 이해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또한 그러 하였을 듯이. 길을 걷는다는데 무슨 사연이 필요할까? 그냥 좋으니까 걷고, 사람사는 것들을 볼수있으니 걷고, 어떡하면 조금더 현실..

[2022.09.30] D+02 산티아고 순례길 (오리슨)

순례길 도보여행을 시작하는 첫날 인데, 아침부터 비가 추적거린다. 9월 내내 붐비었다던 생장의 아침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 스럽기까지 하다. 피레네산맥을 넘으려던 많은 사람들은 순례자 사무소의 권유에 따라 버스를 타고 론세스바예스로 넘어갔다. 첫 코스는 두번에 잘라 가기로 결정 하였으니 일단 절반의코스를 걷고 날씨변화 상황에따라 다음 계획을 결정 하기로 하고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비도 비지만 워밍업에 의미를 두니 서두를 필요가 없어 우중도보도도 할 만 하다. 약 8Km 도보를 마치고 오늘 머무를 오리슨 산장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이어 비가 그치고 하늘이 열리니 그림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간절하게 다가가니 기회가 오는듯 하다. 아마도 내일은 고대하던 피레네 산맥을 넘..

[2022.09.29] D+01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생장)

여행이든 인생이든 뜻한 바대로 되어 져야만 의미가 있는것일까? 반대로 뜻대로 되지 읺는다고 가치를 부여 할 수 없는 것일까? 험하진 않지만 높고 길어 도보여행자에게 시작부터 시련을 준다는 피레네 산맥은 오늘 비.강풍.안개로 통제 되었다고 한다. 철도파업과 낯설은 프랑스표지판 등으로 쉽지않게 도착한 생장 피드포르에는 비가내린다. 이제곧 우기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여행기간 약간의 편의를 받을 수 있는 크리덴시알(순례자 여권)발급을 받고 옛성벽으로 둘러싸인 중세의거리와 여행자들이 붐비는 거리를 돌아 운무에 가려진 피레네 산맥을 한눈에 올려다볼수 있는 숙소에 여장을 푼다. 첫 걸음부터 비와조우를 하고 있지만 느낌은 그리 나쁘지 않다.

[2022.09.28] D-0 산티아고 순례길 (비아리츠)

파리의 유명하다는 소매치기와 복잡한 대중교통망을 잘 빠져나와 도보여행의 출발점으로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첫 관문이다. 열세시간의 힘든 비행을 마치고 오후늦게 숙소에 도착하여, 다음날 아침 고속철도인 TGV를 타고 7시간여를 움직일 철도가 불과 12시간을 남겨놓고 파업으로 취소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일정이 지연되는 것만 으로는 상관 없겠지만 몇일간 예약 해놓은 대중교통과 숙소가 줄줄이 취소가 될 수 있는 복잡한 상황이다. 늦은밤 출발점근처의 공항 (비아리츠) 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을 하고 잠깐 눈을 붙인 다음 택시를 호출하여 공항으로 왔다. 호기심은 그정도로도 충분히 충족 되었으니, 더이상 변수가 없길 바라며. "부엔카미노~~~!"

[2022.09.26] D-02 산티아고 순례길 도보여행 준비물

D-1 일이다. 내일 파리행 비행기를 탄다. 지난 한 달 동안 별일 없으면 도보여행 관련 자료수집에 시간을 쏟았다. 그러한 과정 중에 이미 집중력과 판단력이 전과 같지 않음이 직감 되었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 또한 상대적으로 줄어들다 보니 체력의 저하도 눈에 뜨인다. 그동안 준비한 물품들을 늘어놓아 보았다. 짐의 무게가 도보여행의 질을 좌우 한다고 했다. 나의 짐 8Kg, 아내의 짐 7Kg 이 무게를 감당하며 하루 평균 23Km의 거리를 한달 이상 걸어야 한다. 가끔은 황량한 들판의 풍경을 보고, 가끔은 순례를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가끔은 아내의 도보 환경을 보살피고, 그리고 또 가끔은 내가 이곳에 오고자 했던 목적이 현실과 부합이 되는지 나를 들여다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