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 32

[2022.10.12] D+14 산티아고 순례길 (브르고스 Burgos)

아따뿌에르까에서 부르고스까지 21.7Km의 거리를 6시간 걸었다. 누적 거리 290.5Km, 목적지까지 약 1/3지점에 와있다. 부르고스는 인구17만명의 주도이다. 대성당 주변으로 관광객과 그들을 안내하는 가이드들이 설명하는 소리가 성당의 벽을 타고 울려온다. 배낭 말이다. 여행자의 생필품과 반 일치 분의 간식, 그리고 마실 물을 담으면 8~9Kg의 무게가 된다. 이 배낭을 짊어지고 매일 20Km이상의 거리를 걷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도가 상당하다. 걷는 것과 걸으면서 보는 것 그리고 느끼는 것에 충실 하려는 마음가짐은 배낭의 무게에 눌려 반감 되고는 한다. 그래서 도보여행자의 요구를 충족 시켜주기 위해 배낭을 옮겨주는 운송업체가 생겨났고, 시스템화 된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조금도 불..

[2022.10.11] D+13 산티아고 순례길 (아따뿌에르까 Atapuerca)

다행히도 아침 일찍 살짝 비를 뿌린 후 그쳤고 기온은 서늘하여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다른 어느날 보다 일찍 숙소를 출발 하였다. 도보여행을 시작하고 가장 긴 거리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30Km이상의 거리는 걷지 않겠다고 계획 잡았지만 이번 구간은 숙소 상황과 다음날 걸을 구간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 벨로라도와 아따뿌에르까 32Km의 거리를 8시간반에 걸었다. 누적 거리 270Km이다. 오크 나무와 소나무 숲이 민가도 없이 10Km이상 지속 되는 구간이다. 또 한번 스페인 국토의 광활함을 느끼게 만드는 곳이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어려움을 덜 겪고 도착했다 하더라도 숙소는 가장 열악하다. 작은방 두개에 20여명이 머물러야 하니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어쩔 수 없이 도보로 지친 몸을 닦고 근..

[2022.10.09] D+11 산티아고 순례길 (산토도밍고데라칼사다)

나헤라에서 산토 도밍고 구간 23.0Km의 거리를 6시간 반 걸었다. 누적 거리 216Km, 드디어 200Km가 넘었다. 하늘이 흐려 기온은 떨어져 초가을 날씨를 보이니 도보여행자의 마음은 괜스리 바쁘고 심란하다. 수확기가 지나 쓸모가 없어진 포도의 양은 상상초월이다. 그럼에도 길을 걷는 이방인에게 수확을 포기한 포도를 건네는 농부에게서 넓은 대지를 가꾸는 여유를 본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갔거나 그곳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 이라면 한번쯤은 사진으로라도 접했을 법한 길을 걸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도 될 만큼 감동을 줄 수 있는 그 길에 앉고, 서고 생각 하고를 반복 해 본 하루였던 것 같다. 여행은 벌써 중반부를 넘어가고 있다.

[2022.10.08] D+10 산티아고 순례길 (나헤라 Nájera)

로그로뇨와 나헤라 구간 30.7Km의 거리를 8시간 반 걸었다. 누적 거리 194Km 이다. 오늘 걸은 30여 Km의 거리 중 포도밭이 눈에서 벗어난 적은 드물었다. 스페인이 포도주의 주요 생산국이라고 하지만 막상 걸으면서 보여지는 포도밭의 규모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집을 떠난지 열흘이 지났다. 여행이라고 하지만 생활 자체는 단순해 졌다. 아침에 눈뜨고 어떻게든 세끼 챙겨먹고, 하루종일 걷고, 하루 전 정한 숙소를 찾아가 샤워와 세탁을 하고 조금 늦게 문을 여는 식당 주위와 마을 주변을 배회 하다가 저녁 먹고 내일을 위해 취침을 한다. 하루 일과의 전부 이다. 정보가 부족하여 걱정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부질 없는 짓이다. 그냥 그렇게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니 감사 할 따름이다. 이렇게 보..

[2022.10.07] D+09 산티아고 순례길 (로그로뇨 Logroño)

로스아르꼬스와 로그로뇨간 31Km의 거리를 10시간 가까이 걸었다. 누적 거리 165Km 이다. 오늘 도착한 로그로뇨그 (스페인어 : Logroño)는 스페인 라리오하 지방의 중심 도시이자 주도이다.고도384m로 인구는 153,736명이다. 일주일동안 거친순례자 길을 걷던 여행자는 여느 도시와는 다르게 무장을 해제 해도 될 것같은 중세의 도시에서 잠시 긴장을 푼다. 도시는 중동과 유럽에서 여유로움 만을 택하여 꾸려 놓은듯 거리엔 낭만의 느낌이 가득하다. 시내 중심가의 타파스 거리는 주일이 아니어도 초저녁 부터 흥청(?)대는 분위기다 꼬챙이라는뜻의 핀초는 조그만 빵위에 식재료를 토핑하여 꽂아놓은 것으로 때로는 술안주로 때로는 간식으로 먹는 스페인 바스크지방에서 타파스를 대용해서 쓰는 용어다. 그리 비싸지 ..

[2022.10.06] D+08 산티아고 순례길 (로스아르꼬스 Los Arcos)

그나마 보이던 침엽수 나무들은 사라지고 수확이 끝난 텅 빈 들판이 멀리 산밑까지 펼쳐진다. 에스떼야와 로스아르꼬스간 23.1Km의 거리를 8시간 가까이 걸었다. 누적 거리 137Km이다. 이 구간에는 오래전부터 순례자에게 생수와 와인을 24시간 무료로 공급하는 이라체 수도원이 있는데, 지금은 관광객이나 도보 여행자가 그 기회를 이어 가고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여름의 한 복판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걷는다고 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하루 종일 걷는 이유는 뭘까? 여름이 지나갔다고 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햇볕은 역시 부담스럽다. 무리하다 싶은 몸씀이 일주일 가까이 되다 보니 신체의 부실한 부분들이 튀어 나온다. 발바닥에는 물집이 보이기 시작하고 배낭을 멘 어깨는 천근 만근이다. 늦..

[2022.10.05] D+07 산티아고 순례길 (에스떼야 Estella)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 날씨가 분명하나 한낮에는 우리나라 한 여름 온도를 오르내린다. 심한 일교차와 짧은 시간 이나마 겪는 더위도 어려움을 하나 보탠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여행자 숙소를 이용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공용숙소의 2층침대이다. 대사기능이 떨어져 두 세번 화장실은 가야 하는 것, 하루 종일 걷고 힘에 부치는 몸을 끌고 2층을 오르는 일, 특히 야간에 저하 되는 공간지각능력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이유가 있었다. 매일 새로운 숙소를 구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숙소 예약플랫폼이 가장 쉬운 방법 이겠지만 이곳에선 풀랫폼에 등록이 돼지 않은 숙소들이 많다. 이경우 일반적으로 왓츠앱을 사용하여 숙소와 직접 예약을 한다. 앱 설치 후 두세번 진행을 해보니 잠자리로 인한 한가..

[2022.10.02] D+04 산티아고 순례길 (주비리 Zubiri)

도보거리 23Km, 도보시간 7시간, 드디어 정상궤도의 도보여행이 시작 되었다. 론세스바예스에서 주비리 구간은 산티아고 순례길중에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구간이라고 한다. 나바라 지역에 속해있는 이곳은 전통 지중해 문화권의 영향을 고이 간직하고 있으며 피레네 산맥의 환경 영향을 받아 밀과 포도주, 채소, 올리브 나무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숲속으로 난 길과 목장지대가 잘 어울어져 있고 길 중간중간 위치한 마을은 깨끗하고 조용하다. 건물은 가정집 임에도 규모가 크고 서유럽 특유의 풍경인 베란다와 창가에 화려하게 꽃이담긴 화분을 늘어놓아 한껏 여유를 느끼게 만든다. 오늘 걸은 길은 한국과 위도가 비슷하니 주변의 야산을 산책 하는기분이다. 잔뜩 우거진 숲 속으로는 초가을 분위기의 낙엽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일은..

[2021.04.09]남파랑길 39코스(남해 삼동면)

어제 장포항에서 걷기를 마치고 하루 묶어가려던 계획은 그곳에서 저녁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택시로 숙박과식사가 가능한 지족(삼동)으로 이동하였다. 그런까닭에 오늘은 어제끝부분에서 이어걷기가 아닌 한구간을 건너뛰어 넘은 걷기를 이다. 걷기 마지막날인 오늘 서울로 가는 마지막버스인 오후 네시버스는 이미 예약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오늘걸을 구간의 길이가 짧다. 급히 걷기를 마무리하고 일찍 점심을 먹은다음 나흘간의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가는 버스에 무사히 올랐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했지? 몸은 집으로 향하고 있지만 마음은 벌써 또다른 떠남을 기대해본다.

[2015.08.07~10] 에필로그 (영덕블루로드 도보여행)

평소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생활을 하는 나의 얼굴색은 조금은 퇴색된 듯한 색갈의 핏기가 모자라는 얼굴일 것이다. 원래 희고 고운 살결이 아닌, 조금은 거무튀튀한 살결이지만, 그나마 내업을 주로 하다 보니 웬만한 사람의 중간 정도의 빛갈을 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한 두 시간 야외활동을 하면 여지없이 깜뎅이가 되어있는 것을 보면 햇볕에 유난히 약한 체질인가 보다. 나흘간의 도보여행과 텃밭에서 하루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와 피곤해 진 몸을 하루 종일 편한 자세로 쉬었다. 출근 첫날 주변 동료들은 나름 특별한 여행이었다고 생각 되었던지 (함께 근무하는 절친에게는 중간 중간 메신저를 통하여 도보상황을 전달 했던 터라) 주변에서 휴가에 대한 내용이 오갔던 모양이다. "왜 걷습니까?. 도대체... 이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