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2월10일인 내일(1월12일)은 아버님 기일(忌日)이다. 이런 저런 사유로 경주에 계신 형님이 제사를 모시기 시작한지 너 댓 해가 된 것 같다. 그동안 해외생활로 제사에 참석 하지 못했었고 작년에는 코로나라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으로 또 참석을 할 수 없었다.
제사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휴가는 지내고 있는 딸이 동행을 하겠다고 한다. 주 목적이 제사 참석이지만 먼 길을 다녀오며, 시간도 허락을 하니 잠시 시간을 내어 여행을 겸 하여 움직였다.
서울의 끝자락에서 출발하는 딸과 함께 움직이려니 시간의 손실이 많아 딸은 청량리에서 기차를타고 출발하여, 그리고 우리는 안양에서 차로 출발하여 영주에서 만난 시간은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함께 점심을 먹고, 소수서원과 부석사를 구경하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기온이 떨어져 한파 주의보가 발령 되었다. 추운 날씨에 평일이다 보니 관광객들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소수서원은 1543년에 풍기 군수 주세붕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교육기관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에 관한 내용 보다는 비로봉으로 흘러 내린다는 죽계천의 맑은 물과 500여년 이상 그 자리에 서있는 서원, 그리고 주변의 소나무들이 겨울이라는 계절과 어울린다.
수소서원 뒤쪽에 자리한 선비촌은 영주 선비들이 실제로 살았던 생활 공간을 복원한 건물 임에도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느낌을 준다. 건물의 크기나 안마당이 지금이라도 생활 할 수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부석사는 남대리와 이어지는 마구령이 가로지르는 백두대간 아래 위치한다. 우리나라 많은 사찰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부석사에 대한 느낌은 남다르다. 아마도, 백두대간 능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절의 위치와 10여년전 어느 봄날 도보여행 (https://blog.daum.net/gtree/49) 중 들렀던 기억들이 꿈과 같이 기억 되는 때문인 것 같다.
안양루에서 바라보았던 봄의 소백 능선과 꽃이 피지 않은 지금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한그루 배꽃의 어우러짐, 그리고 국어교과서에서 오랜만에 소환되어온 무량 수전의 배흘림 기둥이라는 단어들의 적절한 조합들로 이루어진 부석사 비록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부는 겨울 날씨를 보이는 오늘도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결혼한지 3년이 다 되어가는 딸은 이제 자식과 보호자의 중간 위치에 와 있는 듯, 오랜만에 동행하는 엄마아빠의 마음을 헤아리려 해 쓰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 잠을 잘 곳은 후포항이다. 어느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네비게이션을 통해 선택 하려면 대개 두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거리를 멀리 돌아가더라도 빠르게 갈수 있는 방법(이경우 대부분 고속화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주변 풍경을 보기에는 제약이 있다)과 최단거리로 가는 방법(이 경우는 심하면 먼 거리라 할지라도 작은 산길과 농로를 가로지르는 경우도 있다)이다.
여행중 목적지에 정해진 시간에 도착해야 할 필요가 없다면, 가끔은 최단 거리를 선택하여 목적지로 간다. 영주서 동해로 가는 짧은 도로는 36번 국도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가장 오지로 소문 나 있던 봉화, 춘양, 소천, 울진을 거쳐 후포항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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