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텃밭에 오면 대부분의 일정이 풀 뽑기에서 시작하여 풀 뽑기로 끝나고는 한다.
비가 내린 후에는 풀이 자라는 속도가 풀을 뽑는 속도를 추월이라도 하는 듯 뽑고 돌아서면 또 풀이다. 나보다 훨씬 이전부터 텃밭을 일구어 오던 친구는 텃밭의 풀을 보다 못해 제초제를 뿌리기 시작하니 맘이 편하다고 했다. 풀과 타협을 해야하나, 아니면 풀과 전쟁을 해야하나 그건 본인 성격에 따른 선택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땀에 흠뻑 젖어 오로지 손끝으로 정신을 집중하며, 자아 성찰을 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또다른 어떤 때는 비가 흠뻑 내려 젖어있는 땅에 수북하게 올라와 있는 풀을 뽑으며 짜릿한 손맛(주로 낚시에 쓰는 이 단어를 풀 뽑기에 느끼려면 주변의 꽃이나 채소보다 풀의 키가 커 있어야 한다)을 느낀다 해도, 그리고 시시때때 변화를 주는 주변의 꽃들과 시선을 마주하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 때가 있더라도, 복중 한낮의 뙤약볕에 사나흘을 지속하다 보면 인내심의 한계가 오고는 한다.
저녁뉴스를 보다, 고냉지배추의 풍작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를 보았다. 핑계 김에 외출이다. 풀 뽑기를 잠시 중단 할 수도, 한번쯤 가 보고 싶었던 욕구에 대한 충족할 수도있음에 안반데기로 향한다.
그늘 한곳 없는 고원의 평야와 접했을 때 괜한 일정을 잡았구나 후회를 했었는데, 말 그대로 고원이다. 기온은 상대적으로 낮고 산들 산들 바람이 분다. 모자 하나로 햇볕만 가리면 그냥 저냥 돌아다닐 만하다.
해발 1,100m 넓이 60만평에 달하는 고원마을 안반데기는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던 평창에서 접근을 할 수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강릉시이며, 1965년이후 화전민들이 산비탈을 개간하여 일구어낸 마을로 고냉지 채소밭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와 풍력 발전소를 볼 수 있는 장소이다.
돌아오는 길은 봉산리를 경유한다. 봉산리 라는 지명을 검색해 보면 수없이 많은 지역이 나온다. 한번쯤 들어보았을 지명임에도 누구든 쉽게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다.
하필 왜 봉산리 인가?
20여년전 지도에 나타난 길이라는 이유만으로 하진부의 신기리에서 봉산리를 거쳐 정선을 갔던 기억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조금은 무모한 여정인, 초행에 임도로 개설(1992년)된지 몇 년 안된 비포장 도로 40여Km를 낡은 소형 승용차로 가족들과 함께 오지로 들어갔던 기억 속의 지명을 둘러 보기 위함이다. 두시간 이상의 산길을 운행하며 교행하는 차량은 물론 사람 조차도 만나지 못했던 봉산리는 아직도 일부 구간 비포장 도로이며 오지속의 계곡에 물놀이 하는 몇몇 사람만이 눈에 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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