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네 팔

[2012.04.10] 안나프르나 푼힐에서 (네팔여행 D+4)

루커라운드 2012. 4. 10. 19:57

<푼힐 전망대에서 - 왼쪽으로부터 브르자이, 다울리기리, 구름에 가린 닐기리 봉우리>

 

새벽 네 시 조금 지나서 일출을 보기 위해 기상을 했다.

전날 저녁 주섬주섬 챙겨 놓았던 몇 가지의 도구를 들고 쌀쌀한 아침 길을 걸어 푼힐로 오른다.

 

"푼힐(Poon Hill 3,210m)은 히말라야가 선사하는 최고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 말을 지금까지는 믿을 수밖에 없다.

트래킹이 끝난 지금도 푼힐 에서의 일출을 기다리던 시간은 네팔 하면 함께 떠오르는 기억들이니.

 

이곳에 서면 안나푸르나 연봉들과 다울라기리, 닐기리, 마차푸차레가 순차적으로 그림과 같이 펼쳐진다.

 

푼힐에서 볼 수 있는 봉우리들을 순차적/해발을 보면

마차프레 6,990M 현줄리 6,440M 안나프르남봉 6,200M 바라시커 12 개봉(안나프르나 남봉과 1봉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음) 안나프르나 1

닐기리 3개봉우리 7,000M 정도 툭제픽 6,600M 다울리기리 6,200M 5개봉 브르자이 7,000M 라고 하니,

수많은 해발 6천 미터 이상의 봉우리며, 눈에 보이지 않고 이름없는 봉우리까지를 보면 얼마나 장엄하겠는가?

 

 

 <동트기 전의 안나프르나 1봉 - 옅은 구름에 가려져 있다>

 

뒤로 쫓아오는 작은 불빛들과 앞서나가는 불빛들이 늦은 가을 단풍철 일출을 보기 위해 설악의 대청봉을 오르는 행렬과 흡사하다.

시간상으로 1시간 거리를 오르니 어둠 속에서 실루엣처럼 철 구조물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보인다.

아직 여명이 동트지 못하여 어둠 속에 겨우 모습만을 나타내고 있었다.

구름이 조금 끼었지만 안나프르나 산군을 밝히며 올라오는 일출을 보기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일출이라.....

난 평소 일출에 대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중학교 때 인지 수학여행을 경주로 가서 일출을 보기 위해 토함산을 오른 적이 있다.

설악산으로의 무박 산행 중 일출 시간과 맞추어 대청봉을 오른 적이 너덧 번 있었다.

언젠가는 늦은 밤 차를 몰아 덕유산의 남덕유의 봉우리에서 나름 찬란한 일출을 맞은 적이 있었다.

울진의 용소계곡은 너무 먼 곳이어서 수도권에서 23일 계획을 잡아야 오를 수 있다.

그 용소계곡을 교통편이 좋아진 언제부터인지 무박 2일로 산행을 하면서 용소계곡의 뒷산인 응봉산에서 일출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는 작은 누님이 속초에 계실 때 온 가족이 그곳으로 가 청금정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 서두른 기억이 있다.

울산에 근무할 때 한 두번 사진을 담기 위해 동해바다로 일출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일출이 장엄하고 아름답기는 하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정작 일출이 아닌 일출을 기다리던 시간이다.

 

한 시간여 일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평소 잠들어있을 이른 아침에 이런 저런 생각들과 눈에 보이는 것 들을 보면서, 그리고 주변에 일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함께 일출에 대한 기대를 해 보지만 감정의 굴곡이 적어서인지 그리 깊게 감명을 받은 기억은 없다.

 

그러던 내가 지금 네팔의 안타프르나에 와 절실하게 원하지 않았지만 또다시 일출을 보기 위해 푼힐에 올랐다.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 푼힐 전망대에서>

 

해가 뜨는 시각까지 어숨프레 보이는 안나프르나 연봉들을 보며, 전망대를 오르내리며, 또 차를 한잔시켜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끈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지만 정작 한국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높은 봉우리에 산밑으로부터 떠오르던 해는 반대편인 닐기리 봉으로 부터 여명을 알려오기 시작했다.

 

안나프르나 봉우리는 어슴프레 구름에 가려져 있고 점차 해가 뜨기 시작한다.

돌이켜 보니 일출은 역시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단지 그 일출의 빛을 받고 장엄하게 서 있는 산군..

그 산군만이 눈을 사로잡다가 해가 머리 위로 떠오르면서 그 기대감에 찼던 일출은 마감하였다. 

 

<랄리구라스(네팔국화)와 안나프르나 봉우리들>

 

고라파니로 내려오는 길에 랄리구라스(네팔국화)꽃과 만년설이 어우러져 뒤덮인 봉우리들을 보면서 내려오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언젠가 네팔의 풍경이 그리워지는 날이 온다면 분명 저 아름다운 만년설과 꽃이 어우러진 풍경이 가장 기억이 날 것 같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고라파니를 떠나 타다파니로 가는 길은 푼힐에서 내려오던 그 장면의 연장이다.

마지막으로 데우랄리에서 닐기리 봉과 작별을 하기까지 한 시간 반여를 황홀한 풍경을 쉼없이 되돌아 보았다.

 

<푼힐 전망대에서 - 다울리기리를 뒤에두고>

 

 

 

 

 

 

 

 

 

 

 

 

 

 

 

                                 

 

 

 

<푼힐 전망대>

 

 

 

                       

 

 

 

                                

 

<고라파니 롯지에서 본 안나프르나>

 

 

 

 

 

 

 

                                 

 

 

 

<데우랄리에서 안나프르나 산군과 작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