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레마을 롯지>
안나프르나로 트래킹을 하려면 포카라로 이동을 하여야 한다.
여건이 되면 차량을 이용하여 7시간의 거리를 이동하려 했으나, 여행기간이 짧아 30여 분을 국내선 비행기로 이동하였다.
대부분이 산악지형인 네팔을 국내선을 이용한다는 것은 제법 긴장감을 느낄는 방법이다.
설산을 눈앞에 두고 움직이는 것이나, 공항활주로가 타 공항에 비해 비교적 짧다는 것,
그리고 공항의 규모로 보아 수시로 뜨고 내리는 비행기의 이착륙 횟수가 많음, 낙후된 시설의 국내선 비행기 탑승장,
정원이 2~30여 명인 크지 않은 항공기 등등이 비행기를 타는 사람을 한없이 불안하게 만든다.
마치 고속버스 정류장과 같은 국내선 공항에 들어서면 네팔의 각지로 운행하는 항공편을 수시로 방송하여 안내한다.
그리고는 버스로 잠시 이동한 후 작은 비행기 앞에 사람들을 내려놓으면 그 작은 탑승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불안한 여행이 시작된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하면서 눈 아래 펼쳐지는 풍경에 조금 넋을 놓다 보면 어느새 만년설로 가득한 봉우리들이 눈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에 웅장하게 나타난다.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에서>
포카라에 도착하니 만년설과는 어울리지 않게 날씨는 쾌청하고 아열대성 식물들이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수하물은 작은 트레일러를 이용하여 운반하는데 수하물 찾는 곳의 모습 또한 공항답지 않게 소박해 보였다.
어제 출발했던 포터를 만나 곧바로 산행 시작점인 나야폴로 이동을 하였다.
제법 높은 산허리를 돌고 돌아 그 산을 넘어 한 시간 이상을 택시로 움직여 내린 나야폴은 트래킹을 위해 안나프르나로 들어가는 산의 입구다.
삼십여 분을 걸으며 트래킹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트레킹 준비물을 거래하는 사람들 그리고 높은 산까지 물건을 가지고 올라갈 당나귀를 보면서 드디어 나도 안나프르나로 들어 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야폴의 상점들>
경사가 없는 평탄한 길을 삼십분 정도 걷다 보면 빙하가 녹은 희뿌연 물들이 오른쪽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고 왼쪽으로 깊은 숲이 우거진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물이 합쳐지는 비레탄티라는 마을에 도착을 하게 된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식당 들러 식사주문을 하고 본격적으로 산으로 오를 준비하며 몰려드는 트래커들을 구경하다 보니 점심이 나온다.
롯지의 형태를 띄고 있는 이곳 식당에서 나흘 동안 먹고 지낼 첫 음식을 대한다. 안락미로 만든 밥을 야채와 함께 볶음밥이다.
벌써 너덧 끼니 다른나라 음식을 먹었다고 느끼함이 몰려온다. 다행히도 튜브에 넣은 볶은 고추장을 준비해 왔기에 볶음밥과 함께 먹을 수 있었다.
<비레탄티의 식당에서>
12시 30분 점심을 마치고 산에서 묵을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평소 보지 못했던 사물을 보면 생각 자체도 다른 느낌으로 전해지는가 보다.
마을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돌계단이 놓여있고 주변으로는 잘 정돈된 농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십여 분을 오르다 보니 차량이동이 가능한 넓은 길이 나오고 산 아래로는 사람들이나 당나귀가 이동할 수 있는 좁은 길들이 정겹게 놓여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량통행을 할 수 없었던 길을 최근에 개통하였으나 우기에는 산사태로 자주 길이 막힌다는 말을 들었다.
이곳에도 개발과 보존으로 갈등이 시작 되는듯하였다.
도시에 일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집에 볼일을 보러 가기 위해 길게는 며칠 동안을 걸어간다는 말을 듣고는 그들은 닦인 이 길을 고마워 할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
<차가 다닐수 있도록 닦아놓은길>
두 시간 반 정도를 걸어올라 오늘 묵을 힐레마을의 롯지에 도착한다.
20여 분을 더 올라가면 당초 계획했던 티르케둥가, 많은 트래커들이 이곳에서 숙박을 계획하고 그래서 많은 숙박시설이 있어 좀 더 편리할 수 있겠지만, 잠깐 동행했던 가이드는 편리함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내 마음을 금방 꿰뚫은 듯 조금은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힐레라는 작은 마을로 숙박지를 추천하였다. 조금 이른 시간일 수도 있었지만, 어디에서 지내든 내가 산에 들어와 있음은 부인할 수 없기에 그곳에 머물기로 했다.
포터가 가져다준 짐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문을 나서려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세시를 전후해 어김없이 쏟아지는 비를 피할 겸 그곳에 머물자고 했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는 그의 경험 존경할 수 밖에 없었다. 두세 시간 동안 세차게 비를 뿌리고 어숨프레 저녁이 된 후에야 멎었다. 호기심과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기대하던 고봉의 만년설을 눈으로 볼 수 없었다.
피로감이 몰려오고 마을은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어둠 속을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 또한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이른 잠에 빠져들었다.
<힐레마을에서 비온후풍경>
서너 시간 잠속에 빠진 나를 깨운 것은 적막한 밤 공기를 가로지르는 노랫소리였다.
깊은 밤이었으나 내가 잠을 자는 동안 전기가 공급되었나 보다. 마을은 불빛으로 밝혀져 있었고 롯지의 창밖을 내다보니 고도를 가파르게 타고 오르며 가로등인 듯 불빛들이 반짝인다.
다음날 가이드를 통해 들은 노랫소리의 출처는 통상 단체로 트래킹을 끝내고 시내가 가까워 지면 함께한 팀들과 회식을 하게 되는데 그럴 때 분위기가 고조되어 나오는 노래였단다.
음력으로 보름이 지났을법 한 그날은 늦은밤 끌수있는 모든불을 껏음에도 달빛이 살포시 내려와 산촌을 밝혀 주었다.
그 달빛을 이용해 찍힌 사진만이 그날의 정겨움을 기억하게 해 주었다.
<롯지에서 본 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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