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네 팔

[2012.04.09] 힐레 ~ 티르게둥가 ~ 울레리 ~ 반타니 ~ 고라파니 (네팔여행 D+3)

루커라운드 2012. 4. 9. 05:33

<울레리에서 반타니로 가는 길에서>

 

새벽공기는 여지없이 맑았다.

 

트래킹을 하며 조금 일찍 출발해서 조금 일찍 목적지에 도착해야 함은 굳이 사전에 Study 하지 않아도 자연 발생적으로 얻어진다.

이른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일찍 잠자리에 들을 수 있어서이고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은 저녁에 특별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트래킹을 목적으로 산으로 간 사람이 열다섯 시간여를 롯지에서 머물면서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래서 어떤 책자에는 저녁에 할 일들을 준비해가라고 한다. 할 일이 없다고 그 열다섯 시간 중에 일부를 떼어내서 좀 더 많은 거리를 간다면 제법 객관적으로 짜인 프로그램을 준수할 수 없게 된다.

 

이는 푼힐언덕에서 일출과 함께 안나프르나의 여러 능선이 보이는 장엄한 광경을 보는 것을 포기해야 하거나 반타니로 가는 능선에서 만년설과 꽃들이 공존하는 그 아름다운 멋진 경관을 비나 안개로 볼 수 있는 확률이 적은 시간대를 택하게 될 것이고 결국 트래킹의 주목적인 안나프르나의 특징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힐레를 출발하여 울레리까지 가파르게 산을 오를 때는 이른 아침 동남쪽에서 오는 측광의 빛을 받아 만들어진 풍경 (경사진 마을과 그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모습)을 보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힐레나 티르게둥가에서 머물러야 하고 그곳에 머물려면 아침나절 나야폴에서 출발하여 대여섯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한나절에 쉽게 갈 수 있는 거리이다.

트래커 중에는 어린아이들로부터 80을 바라보는 황혼의 부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옥수수빵과 밀크티>

 

아침 식사로 옥수수빵과 밀크티를 주문한다.

조금은 거칠게 만들어진 옥수수빵은 빵이라기보다는 도우넛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옥수수 반죽을 기름에 튀긴 빵은 고소한 맛이 특징이며 밀크티와 나름 어울리는 음식이다.

 

산에 들어와 세끼와 한두 끼의 간식을 해결하며 인상 깊게 느낀 점은 원주민이 운영하는 깊은 산 속의 롯지임에도 조리의 방법이 조금 눈에 거슬릴 뿐 메뉴는 충분히 서구화되어있었다.

다만 조리방법에는 나름 그들의 문화와 관습이 배어있기 때문인지 아직 서구화되어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토스트를 구워 내놓는데 가장자리가 검게 숯덩이같이 타 있어서 가장자리를 떼어내고 먹어야 할 정도다.

 

<힐레마을에서 디르케둥카 마을로 이어지는 마을을 이어주는 길>

 

네팔로의 여행 ~!!

산속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다.

만년설산의 험하다고 이름 붙여진 봉우리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곳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바람이 차게 불어 오가고 산세는 험하여 주변에는 일반 사람들이 살지 못하는 지형의 어느 산의 중턱쯤으로 상상했었다.

 

난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작은 갈등이며 일상에서 부딪힘을 잠시 피하여 짧은 휴식을 위해 아무도 없는 산으로 가려 했었다.

그곳에 가면 산과 구름과 바람만이 있을 뿐, 주위에 항상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며 그곳으로 갔었던 것이다.

 

하지만, 안나프르나를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이유는 산을 보러오기보다는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보러 가는 것이다.

이틀이 지난 후에 사람들은 깊은 산에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고 자연과 어울리고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웅장하고 거대한 산만이 그곳에 있었다면, 그리 많은 사람이 그곳을 찾아가지 않았으리라. 산과 어울려 겸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가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고 배워야 할 삶의 방법 중 하나이며 추구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결국 난 지금 사람을 피하러 왔다가 왜 사람을 피하려 하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하는지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디르케둥카 에서 울레리로 오르는 가파른길>

힐레에서 티르케둥가(1,540m)를 거쳐 울레리로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직선거리로 얼마 되지 않는 곳을 한 시간에 거쳐 오르면 500 미타의 고도를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울레리까지 오르는 길은 마치 설악산의 금강굴 입구에서 마등령을 오르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대부분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길을 오르면서 차를 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계단식 논과 잘 어우러짐을 볼 수 있다.

 

 <울레리에서 고라파니로 가는 정글숲길>

 

울레리를 지나면서 정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아열대몬순기후에서 볼 수 있는 숲길이 나야탄티까지 이어진다.

정글지대를 지나면서 특이한 풍경은 커다란 나무에 무성히 붙어있는 꽃들이다.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라스가 한참의 절정이었지만 어제내린 우박으로 훼손되고 떨어진 꽃잎들의 모습이 특이하다.

이랄리구라스는 4월의 안나프르나를 지천으로 덮고 있었고 어떤 위치에서는 만년설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게 된다.

 

 <네팔의 국화 이랄리구라스>

 

오늘 묵어갈 고라파니 언덕에 안개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고라파니는 안나프르나의 여러 코스를 오갈 때 들려야 하는 트래킹의 중심지이다.

크고 작은 롯지들이 모여있는 모습에서 많은 트래커들이 쉬어가는 숙소의 중심지임을 알 수 있었으며 식당의 규모나 등산용품을 파는 곳, 피씨방과 유료로 전화를 할 수 있는 장소 심지어 작은 서점과 같은 상점도 눈에 띄었다.

2,860고지의 작은 마을에 빵집과 서점이라 이건 당연 트래커를 들을 상대로 만들어진 것임을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높은 산 위의 마을에는 운동시설과 그들 고유의 놀이시설도 갖추어져 있었다.

 

조금 일찍 출발시킨 포터가 창밖으로 안나프르나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룸을 예약하였으나 때마침 밀려온 안개로 인하여 봉우리는 신비감만을 주었을 뿐 실체는 볼 수가 없었다.

 

 <고라파니의 트래커 숙소밀집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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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일찍 잠들었다가 이른새벽에 눈이띄여 밖으로나오니, 보름달이 떠있다. 달빛만으로도 사진을 찍을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산을 보러가기 보다는 산에 사는 사람들을 보러간다>

 

 

 

 

 

 

 

 

 

 

 

 

 

<메뉴에서 카레를 선택하였다. 국물에 카레가루를 넣어 끓인듯 하다. 산길을 걷다 먹으니 먹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