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루크메니스탄 공항을 떠나며
다섯 가지 술을 섞어 만든 오색약주로 테러(?)를 당한 다음 날 이른 새벽 국내선을 타고 국제선이 있는 이곳의 수도 아시가바트로 탈출을 하였다. ( 오색약주 = 보트카+소주+맥주+포도주+막걸리)
일 년 반의 현장근무를 마치고 무사히 복귀를 환영한다는 명분이었다. 미지로의 트래킹을 눈앞에 둔 터라 요리조리 피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기세는 대단했었고 이렇게라도 상황을 마무리한 것이 다행스럽기까지 했다.
인도의 델리행 비행기는 다음날 새벽 한시 사십 분에 있었다. 몇몇 동료가 휴가를 위해 함께 이곳으로 나왔지만, 그들은 저녁 일곱 시경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로 되어 있었다. 남은 시간 무료함을 달래려고 게스트하우스 앞의 작은 언덕에 올랐다.
봄이다. 이곳에서도 봄기운은 완연하였고 푸릇한 풀들이 모래 언덕을 뒤덮고 있었다. 드문드문 노란색 꽃들이 파란 풀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서 그들은 방콕으로 떠났고 밤 열한 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에 나도 일찌감치 공항으로 향했다.
언어소통이 완벽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걱정과 네팔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서둘러 출발을 했던 것 같다. 투루크메니스탄의 공항의 수하물 검색대는 가히 상상 초월이다. 예닐곱 번의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각자 자기가 맡은 임무만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각자 자기 맡은 임무 = 비자 유효기간을 중점적으로 보는 임무, 실물과 여권에 있는 사진을 대조하는 임무, 항공권과 여권의 이름이 같은지 검사하는 임무 등등...)
사회주의 국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업무의 세분화는 고용의 극대화를 위해서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극명하게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일화가 있다.
한 사람이 작은 구덩이를 적당한 간격으로 파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두 번째 뒤를 따라오는 사람은 그 구덩이를 메우면서 지나갔다.
세 번째 따라오는 사람은 그 메워진 구덩이에 물을 흠뻑 뿌리며 지나갔다.
그것을 지켜보던 외지사람이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책임자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 무슨 작업을 하는 거죠?"
그 책임자 왈...
"아..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에 묘목을 배치해야 하는 사람이 오늘 결근을 했네요."
이렇듯 분업화된 일을 자기 몫의 일만 충실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예약된 E-Ticket으로 탑승권(Boarding Pass) 교환하던 중 항공사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즉, 내가 경유해야할 델리는 인도로서 VISA가 필요한데 난 당연히 비자를 발급받지 않았다. 인도는 반드시 비자가 필요한 나라이니 비자 없이 비행기를 태울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델리공항 내에서 출입국심사대를 통하지 않고 공항 내에서 네팔로 가는 비행기로 Transit 할 예정이어서 비자가 필요 없다는 게 내가 가진 상식이었고, 이 경우 수화물을 찾아 네팔로 가는 비행기로 다시 붙이려면 출입국 심사대를 거쳐야 하나, 비자가 없는 승객을 위해 Transit Manager에게 여권과 수하물 Ticket을 맡기면 네팔로 가는 항공편으로 수화물을 옮겨 실어 준다는 정보까지 사전에 확인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막 무가 내다. 인도 VISA가 없이는 갈 수가 없다면서 현지에까지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결국에는 각서까지 쓰라고 한다. 만약 비자 문제로 투루크메니스탄으로 돌아온다면 벌금 1,500불을 부과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어떤 규정을 근거로 그런 요구를 하는지 알 수도 없었고, 꽉 막힌 그들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한 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하고 나니 더는 그들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
혹시 그들이 우려하는 경우의 비자문제가 제기된다면 이곳으로 돌아올 수도 없겠거니와 굳이 이곳으로 올 이유도 없었다. 비자가 필요없는 가까운 방콕으로 가면 되지 왜 이곳으로 돌아오겠나. 난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각서를 써주고서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세 시간 반의 비행 후 내린 델리에서 Transit Manager를 찾아 수화물을 부탁하고 다섯 시간을 공항 내에서 기다리다가 아무런 문제 없이 네팔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카투만두에서의 첫날
델리에서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로 가는 비행기는 크지 않은 비행기로 자주 운항을 한다. Transit 시 수하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다섯 시간이 후의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건만, 기다리는 동안 서너 대가 카투만두를 향해 이륙하는 것으로 보고 인도를 거쳐 네팔을 여행하는 여행객이 제법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팔의 비자는 공항에서 신청하여 발급받을 수 있다. 비자발급을 위해 기본적인 시간이 필요한데다 여행객 대부분은 사전에 비자를 받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공항에서 비자를 신청하여 발급을 받는다.
인터넷에서 양식을 내려받아 신청서를 작성하였건만 여행객 대부분도 그와 같은 방법을 알고 입국하기에 무려 두 시간 가깝게 비자발급을 위해 기다려야 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네팔에 거주하는 게스트하우스와 여행사를 함께 운영하는 사장님과 다음날부터 나를 안내할 가이드를 만나 숙소로 가서 짐을 풀고 장비(내가 갖춘 트래킹 장비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모든 것을 그곳에서 부탁하여 임대하였다.)를 확인하고 등산화까지 얻어 신고나니 비로소 고대하던 트래킹이 시작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니,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가이드와 함께 카투만두의 관광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스와얌부나트(Swayambhunath) :
네팔에서 제법 오래된 사원이다. 야생원숭이, 라마 스님과 카투만두 분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시간상 택시를 타고 입구까지 올라갔다가 계단을 걸어내려 왔다.
아산 광장(Asan) :
과일 야채 향신료 등을 파는 노점상이 많아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으로 저녁 늦게까지도 장이 열린다.
듀버광장(Durbar Square) :
카트만두 구시가의 중심광장. 쿠마리 사원(Kumari Banal)등이 밀집되어 있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잠시 처마밑에서 비를 피하면서 신시가지로부터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듀버광장에서 사람들의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네팔을 경험하는 코스 중의 하나이다.
카투만두에 가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리얼 볼 수 있다는 것이 여행기나 네팔을 소개하는 사람들의 이구동성이다. 내방식대로 바꾸어 말해도 된다면, 조금은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았으며 위생에서도 문제가 될만한 환경을 가진 도시로 보였다.
도로의 생성이나 교통질서는 정신이 없을 정도이고 네팔의 수도임에도 어둠이 밀려옴에도 불빛은 일부 지역만을 밝혔었다. 밤이 되어 사물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 시점에 제한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새벽이 되면 단전을 하였다.
걷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을 눈치챈 나의 가이드는 걸어서 스와얌부나트의 계단을 걸어내려 온 다음 아산광장의 시장통을 지나 여행자들의 거리로 이름붙여진 타멜까지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걸었다.
네팔의 전통음식을 먹어보겠다는 나를 위해 타멜지역의 전통음식점을 몇 군데 돌아보았으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였다. 결국, 왕족들이 네팔의 음식을 중심으로 영업하여 소문으로 유명세를 탄 음식점에서 한국의 정식에 해당하는 달밧으로 저녁을 먹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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