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2010.06.06] 옥구공원에서

루커라운드 2010. 6. 6. 23:30

 

 

 

하나 둘 고장이 나는 몸의 상태를 실감하며 인정 해야 하는 보편적(?)인 나이가 되었다.

조금은 서글퍼지고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 들이려니 때로는 슬픔이 한없이 엄습해 온다.

 

한 직장에서 일을 하는 직원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것은 사촌 형의 아들 그러니까, 5촌 조카의 결혼식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중복이 된 때문이었다. 육 남매 중 남자로서는 막내였던 사촌 형은 환갑을 넘기었나 보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기에 경제적인 기반은

든든하게 잡혀있었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인지 당뇨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십 년은 넘었고 서너 해 전

어느 해엔가는 위에 종양이 생겼지만  초기에 발견하여 수술을 하였기에 그냥 저냥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불과 이십 여 년 전 까지만 해도 사촌이면 식구들과 다름없는 친척관계였음이 분명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세상이 너무 복잡하다는

핑계로 점차 왕래를 드물게 하더니 같은 지역에 살고 몸이 편치 않음을 알면서도 제대로 찾아가지 못했었다. 무녀 독남..

외아들 장가를 보낸다고 하기에 당연 열일 제치고 참석을 하였다. 그 동안 병고와 싸운 흔적이 여실히 나타나 나이보다 많이 수

척해 있음을 보면서 또..아쉬움이 앞선다.

 

그 감정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 없음에 현충일인 일요일..회사로 나왔다.

조금 일찍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 마음이 허허 롭다. 그 맑은 오후를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집사람을 불러내었다.

얼마 전 들렀던 옥구공원으로 가서 서해로 기울어지는 저녁노을을 보련다. 약속장소인 목감 나들목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치킨 집에

시간을 맞추어 주문을 하고 약속장소에서 집사람을 태우고 새로이 생긴 제 삼 경인고속도로를 타니 눈결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점심도 먹지 않았기에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포장해온 치킨과 캔맥주를 마시고 나니 세시 정도가 되었다. 날이 길어진 때문에 세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저녁노을을 볼 수 있었다.

 

남은 시간을 매립지를 돌았다.

사람의 인적이 드문 갯벌 매립지에 이름 모를 철새들은 소스라침과 시원한 바닷바람 그리고 초여름 한낮은 오후햇살들로 가득

차 있었다한가로움이 좋았다. 여유로움이 좋았다.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기껏 해서 몇 명..

두어 시간을 한적한 매립지를 돌고 옥구공원으로 올랐다. 아직 한 시간 정도가 더 있어야 저녁노을을 볼 수 있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저녁나절의 바람이 시원하다. 공단과 해양단지로 인해 바다는 생각만큼 탁 트이지 않았지만 그대로 좋았다.

 

지는 해를 기다리는 중간 손 전화가 울린다.

같은 회사에 근무 하는 직원으로 회사에서 같은 방향에 거주를 한다는 이유로 주기적으로 시간을 내어 만나는 사람.

음주가무로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멤버 중의 한 사람이다. 두 서 너살 나이가 어리다고는 하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 ~~하며 친근감을 보여오던 그가  약간의 비음을 내면서 명쾌해하려는 목소리로 전한다.

 

"형..나 어제 죽을 뻔 했어."

 

토요일 운동을 하고 이른 저녁 집에 도착해서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식은땀이나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그의 집사람이 119

불러 응급실로 향하고 한 시간 남짓 후 수술을 받아서 그나마 다행히 후휴증이 없을 거라고 한다.

심근경색..옛날에 심장마비 라고 하지 않았던가?

맑고 붉은 노을을 볼 수 없는 것도 이유이지만, 그의 병문안을 위해 서둘러 수원으로 갔다.

 

다시....

하나 둘 고장 날 확률이 높은 몸을 가지고 있는 보편적의 나이임을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