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2005.02.09] 설~~그리고 기억의 저편

루커라운드 2005. 2. 9. 00:20

 

 

   <중앙 시장 서쪽 변두리>

 


1.언제부터인지 추석날이나 추석이 되면 내가 살던 동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불과 10년전부터 생긴 습관듯한데,
  얼마전 부터는 습관이 아닌 의무적인 행사로 마음속에 자리 매김 해가고 있는 듯 했다.

 

 

  <어린시절 집이 있던곳 - 개발을 위해 대형 건설사에 의해 매입이 된 부지>

 

 

   <예의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오직 우체국만이 형체를 바꾸어~~>

 

2.유년시절 살던동네는 안양의 중앙시장의 변두리로서 시장중심부와는 걸어서 불과 3~4분거리에 있었다. 어릴때 어머니는 그 시장의
  중심에 옷가게를 하셧다.  난 친구들과 놀다가 지치거나, 하릴 없을때는 시도 때도 없이 어머니에게 달려가고는 했었다.
  그당시 용돈이라는 말자체가 생소하드시, 거기간다고 뭔가 일상에서 달라지는 일도 없었지만, 그래도 재수가 좋은 날은 몇냥의 동전을 얻어,
  세상을 다얻은양 기뻐하고는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랬었다.
  그 당시에는 누추가 누추인줄 모르고, 가난이 가난인줄 모르는 시절이었다. 모두가 누추하고 가난했던 시절이었기에..
  내 생활 주변을 돌이켜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농촌으로 형성된 동네에서 생활을 했고, 그 농촌에서도 잘사는 집과 못사는 집이 구분이
  되어 있었겠지만, 시장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냥 시장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그뿐이었다.
  굳이 양반과 상인, 뼈대있는 집안을 논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그런다고해서 알아줄 사람도 없었던 때문이리라. 두명이 지나가면 어깨가
  스칠정도의 좁은 골목길, 그렇게 형성된 동네를 하루종일 영하의 날씨인 겨울을 뛰어다니면서도, 전혀 누추하지 않았었다. 

 

 

 

  <시장 근처 -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곳>
 
3.오늘도..
  난, 설음식을 차리기 위한 일들을 대충 도와주고 남는 시간을 내가 살던 동네인 시장 근처를 배회한다.
  그 시장의 끝좌측단에는 제지회사가 있었다. 그 제지회사의 창고와 정문 그리고 예의 우리가 살던집이 삼각형을 이루고있었다.
 
  오늘, 그 회사앞에 서서 폐허가 된 공장을 보았다. 몇해전 부터 시에서 매입을 하여 공원으로 조성한다느니, 회사를 시에 기부하여 공원으로
  만든다느니, 소문만 무성하더니..  드디어 스러져 가는 그공장의 만년을 보게 된다.
 
  내가 기억이라는 단어를 의식하기 시작하기전부터 그곳에서 안양의 토박이 봉급생활자들의 경제적 근원지였으니, 50년은 족히 되었을터인데..
  오늘 저 앙상한 벽 뼈대만 들어 내놓고 있는것이다. 내년이면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아주아주 잊혀져 갈지도 모를
  모습들을 담아본다.
 
  하지만..
  이런일들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렇듯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경제의 중심에서 밀려나면서 슬럼화 되어가는
  시장의 뒷골목을 현재의 시각으로 본다면 아련한 어린날의 기억보다는, 처절했었던 과거를 떠 올리며,자랑스럽지 못하게 머릿속을 채워가는
  것이,나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 하는가?
 
  이는 뭔가 혼란스럽고 잘못되어가는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어쩌면 내가 그 자본주의사회의 중심에서 그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구성원이 아니라는 생각이..이런 현실을 더 비관적으로 보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삼덕제지 공장 사무실>

   <근면,자조,협동..언제부터 들어온 구호인가??>

  <간이창고인듯한 저 건물의 나이도 어림잡아 사십여년은 되었겠지??> 

   <콘크리트 블럭의 수명을 안다면 이공장의 나이도 짐작 할수 있으리라.>

 

 

 

  <폐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