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2022.03.23] 해미읍성

루커라운드 2022. 3. 24. 22:54

점심을 먹자고 약속한 친구는 아침 열시에 집앞으로 차를 몰고 왔다.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이니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도 있겠구나 생각은 들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몇해전과 다르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하긴, 할 수 있는 일의 량이 한정되어 있다고 하니, 열정만 가지고 일을 해 나갈 수 있겠나?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내 의견에 일단은 아무곳을 떠나자고 하면서 정작 목적지는 나보고 정하라고 한다.

 

봄볕내리쬐는 오래된 고성을, 죽마고우 친구와 두런 두런 이야기하며 산책하는 꿈을 꾸어왔었다. 일방적인 생각이니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 할지 몰라 적극적인 제안을 하지 않고 있었던 터다.

 

구름이 낮게 깔리고 몇일전부터 내린 비로 기온이 떨어져 생각해 왔던 환경은 아니지만 나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를 해 준다. 목적지가 정해졌다고 하지만, 바쁠것이 없으니 서행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서산IC를 지날때 정오가 가까와 졌다. 얼마전 서산갯마을로 자전거를 타러 왔을때 이요한 식당이 생각 나서 그곳을 안내를 한다. 서산의 동부전통시장 내에있는 크지않은 식당 이름은 정성 식당이다. 만화가 허영만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그 식당의 이름은 만능식당으로 소개 되었으나, 서산동부재래시장에는 만능식당이 없다.

 

처음 어렵게 식당을 찾아 물어보니, 손님의 요구사항에 마춰 음식을 마음에 들게 만들어 주어서 만능식당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이 식당이 특이한 점은 특별히 메뉴가없다. 생선을 파는 시장이 옆에 있으니 손님에 시장에서 재료를 사오면 그것으로 요리를 해 준다. 물론 제철 음식위주로.

 

바지락 초무침은 술 안주로 안성마춤이라 한다. 요즘은 현지에서 잡은 쭈꾸미나 낚지가 제철이라고 한다. 쭈꾸미 샤브와 칼국수를 먹는 동안 손님은 우리 뿐이다. 점심 시간인데도.

 

해미읍성은 해미면 읍내리에 위치해 있다. 개발을 제한하는 건지 아니면 자연발생인지 높은 건물이 없고 해미읍성을 뒤로하고 작은 마을이 형성 되어져 있다. 읍성과 어우러져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것이 확실하게 도심을 탈피한 느낌을 준다.

 

너른 읍성을 천천히 걸어서 돌면 한시간 정도 걸린다. 읍성의 대문 역할을 하는 진남문 앞으로는 몇몇 카페가 읍성을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게 배치를 해 놓았다. 평일 오후 넓은 이층의 카페를 전세낸듯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동안 세세하게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끝없이 이어나와 웃고 떠들다보니 금방 시간이 흘러간다. 자주 이런자리를 갖아보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만나면 학교다닐때나 젊은 시절의 이야기가 반복 된다면 머지 않아 식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든다. 다음 부터는 운동이나 다른 목적을 부여하여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퇴근시간이면 여지없이 몸살을 앓는 39번 국도의 특성을 아는지라 서둘렀지만 집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다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