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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1] 강산무진 <김훈 소설집>

루커라운드 2022. 2. 12. 10:11

 

제목  ; 강산무진
지은이  ; 김훈
펴낸곳  ; 문학동네


배웅  <바자> 2006년 3월호

 

47세의 김장수는 택시 운전사이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오후 네시부터 새벽 네시까지 운행을 해야하지만 사납금을 벌지 못할 때도 때도 있다. 밤 11시이후에 취객을 태우고 합승을 해야 겨우 사납금을 넘겨 개인수입금을 만들 수 있다.

그는 IMF이전에 식품관련 하청 사업을 했다. 즉, 식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을 했다. 싸고 질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오지를 돌아다녀야 했는데, 윤애는 그 오지를 함께 돌아다니던 여직원이다. 그녀가 네 살짜리 딸을 데리고 시집을 갔던 라오스에서 한국을 방문하여 김장수에게 연락을 했다. 

김장수는 오랜만에 본 그녀를 비행기 시간에 마추어 공항까지 배웅했다.

가끔씩 뉴스나 TV를 통해서 알 수 있는 평범한 내용들을 글로 썼다. 작가라고 특이한 표현을 하거나 색다른 단어를 쓰지 않았다. 읽기는 편했다. 이해하기도 편했다. 

IMF를 겪은 중년의 택시운전사 김장수의 삶 자체가 적나라하게 그려지지만 그 삶 또한 특이한 것 없다. 인생이 그러하듯~ 


화장 <문학동네> 2003년 여름호 | 2004 이상문학상 수상작

오랫동안 뇌종양을 앓아온 아내와 죽음을 준비하는 동안, 그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해 본다. 진단이 내려지는 과정과 간병을 하던 기간중의 생활, 그런 와중에 본인은 전립선이 이상으로 비뇨기과에 들러 서야 강제 배뇨를 하고 아내의 몸은 여위고 오염되어간다.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했던 추은주를 멀리서 보던 그의 심리와 화장을 한 후, 회사 마켓팅 방향을 결정할 수 있었고 본인만의 생활로 돌아오는 듯 하다. 아내가 입양했던 반려견은 안락 사를 시키고 나서이다. 
“그날밤 나는 모처럼 깊이 잠들었다. 내 모든 의식이 허물어져 내리고 증발해 버리는 깊고 깊은 잠이었다.”

아내에 대한 섭섭함이나 간병으로 인한 괴로움 이별에 대한 절박함 이런 것들은 나타나 있지 않았다. 덤덤하게 일어난 일들에 대한 설명을 할 뿐이다. 상황의 종료(아내의 죽음과 화장)로 모든 것이 정리 되었다.

 


항로표지 <창작과비평> 2005년 겨울호


40세의 김철은 등대를 지키는 수로직 등대장이다. 둘째아들 출산일이 가까워졌고 일곱살 짜리 아들이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 섬을 떠나고 싶어했다. 그는 독학으로 준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중학교에 지원서를 냈다. 둘째가 태어나고 강원도 산골짜기의 작은 중학교에 부임을 요청 받았다. 오지의 섬에서 등대장으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

지방항만청 인사과장은 동 직급의 등대장의 후임은 선정할 수 없다며 등대 직원 중 한 명을 등대장으로 임명하고, 새로운 직원을 투입하기로 결정을 했다.

55세의 송수곤은 대기업(전자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하여, 25년을 근무하였다. 회사가 발전하는 동안 기술직과 관리직을 이동하며 인사담당 중역을 할 때 구조조정을 진두지휘를 했고, 재무 담당 중역으로 근무를 하다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회사 청산 담당을 했었다. 그는 계약 임시직원으로 오지인 소라섬을 지원하여 발령을 받아 등대지기 업무 인계를 받아 근무를 시작했다.

해월도, 서청도, 소라도, 명멸 주기, 백색 광선, 광달 거리, 풍향, 풍속, 기압, 운량, 항해등, 빛의 한계점, 섬광 섬의 등대에서 통용되는 단어들이 생소하다. 

상대적으로 젊은 김철은 오지에서 육지로, 나이가 든 송수곤은 육지에서 오지로 근무지를 이동한다. 김철은 둘째 아들을 얻었고 송수곤은 자식과 함께 유학 길에 있는 아내를 위해 남은 재산을 송금하고 오지 생활을 지원하였다. 
섬에는 폭풍이 몰려오고, 바람이 불고, 소라도 등대 등명기는 1분에 5회전, 12초 주기로 돌아가고, 갈매기들은 단애의 끝을 무리 지어 날아 다녔다. 

일상에 변화가 있었던가? 없었던가?

 

뼈  <문학동네> 2006년 문학동네 봄호

 

주인공은 지방대학 사학과 교수다. 유물이 출토 될 만한 곳이 아닌 기원리 절터부근 에서 현지 주민이 습득한 쇠붙이는 AD4세기경의 형체를 분간하기 어려운 철제 무기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주인공은 그의 조교 오문수를 ‘뚜렷한 생업도 없이 한적 한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학문 합네 하는 동네의 변두리에 빌붙어서 허송세월로 나이를 먹어가는 지식인 잡배’ 의 한 부류로 치부한다.

오문수는 패륜엽색 행각으로 주변에서 규탄을 받고 있었다. 조교로 지원한 그를 내치지 못한 것은, 동향인데다가 고등학교 후배였기 때문이다

조교 오문수와 사전답사를 하면서 절에 머무르는 석정이라는 여자에게 유물이 발견된 알터를 안내 받는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수집한 유물 중 여자의 뼈로 추정되는 유물에 ‘기원화’라는 별칭을 붙여 박물관에 전시를 한다.

십년이 넘게 박사과정을 수료하지 못한 오문수는 남쪽 지방도시에 학원 강의를 하면서 생활하며 소문에 의하면 술집여자이며 기원사에서 안내를 했던 석정과 동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발견된 유물에 대한 추정은 추정일 따름이다.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곳은 사람이 상주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했고, 서로 다른 부족들이 다투다가 죽어간 곳이라고 한다. 발견된 물건은 과학적으로 언제쯤 인 것을 추정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것에 살을 붙인 이야기는 그저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한 추정된 이야기 일 뿐이다.

 

고향의 그림자  <현대문학> 2005년 1월호


강력반 형사인 주인공의 고향은 P항이다. 강도 초범 조동수의 고향도 P항이다. 그는 범행 후 P항에서 원양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정확한 정보에 의해 조동수의 입항 날짜를 알게되고 주인공은 고향의 항구로 입항하는 그를 검거하기위해 닷세간의 출장을 간다.

‘고향은 끊어버려야 할 족쇄이거나 헤어나려고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이었다’

그가 지내온 어린시절과에 대한 기억과 아직도 그곳의 양로원에서 힘겹게 지내고 있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 그리고 늙은 조동수의 모친을 보면서, 조동수가 다른 나라로 도주했다는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다.

조동수가 몇번의 추가범죄 끝에 검거가 되고 자백을 하는 과정에서 허위 보고가 드러나고 대기발령 후 면직에 이른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현실에서의 행동이 어떤 대가를 치룰지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설령 그 판단을 할 수 있을지라도 어떤 곳에 비중을 두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 것 같다.

그 아련하고 오래된, 말로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기억의 편린들…..!!!


언니의 폐경  <문학동네> 2005년 여름호 | 2005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제철 회사의 중역이었던 언니의 남편은 비행기 사고로 죽는다. 보상금, 퇴직금, 보험금, 조의금 등 그 많은 남편의 재산은 아들과 시집사람들이 다투며 나누어 갔다. 겨우 5천만원을 동생인 주인공이 집을 얻는데 보태 주었다.

대기업 대표이사인 주인공의 남편은 딸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어머니가 돌아가자 이혼을 요청해 왔다. 아마도 다른 여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가집의 둘째며느리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별거 기간 중 남편과 신입사원동기로 중역 진급도 하지 못한 홀아비 부장과 인연을 맺는다.

심적으로나 행동으로나 불안할 때 언니는 심한 생리 혈을 흘린다. 폐경을 맞는 여자들은 저녁 무렵에 근거 없는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가끔씩 언니의 불안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김포공항의 하늘이나, 썰물과 밀물이 드나드는 한강 하구의 일출과 일몰을 보면서 심리는 의미 없는 이야기로 표출이 된다.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이 무엇일까? 

 

머나먼 속세  <문학동네> 2004년 겨울호

풍도섬의 해망사 난각큰스님은 25년전 폐사지 였던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기차길가에 버려진 나를 포대기로 업고 들어왔다고 한다. 어느 날인가 내가 그것이 사실인지를 물었을 때 스님은 ‘너 요즘 한가한 모양이다’라는 한마디로 대답을 대신했었다.

언젠가는 속세로 나가려던 내가 소원을 이룬 것은 ‘반국가단체구성 수괴 장일식’이라는 현상 수배범이 절로 숨어들어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 육지로 장일식의 약을 지으러 나온 나는 현상범 수배 전단지를 보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무기징역을 받은 장일식을 은닉한 죄로 2년의 구형을 받은 스님이 수감생활을 하자, 나는 속세로 나왔고 프로복서가 되었다. 

더 이상 감량이 안되는 몸무게 때문에 라이트 웰터급으로 체급을 올린 후 5차 방어전을 마친 챔피언 김득수와의 경기에서 KO패를 당한다.

절에서 다져진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복싱이었지만, 그 속세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사람 살아가는 이곳 속세를 등졌던 사람이 살아가기는 그리 쉽겠는가?

 

강산무진  <내일을여는작가> 2006년 봄호

 

57세의 주인공 김창수는 의류업체에서 수출을 담당하는 중역이다. 사년전 아내와 이혼을 하고 딸은 삼년전 출가를 했다. 가정부를 두고 혼자 사는 그는 딸보다 다섯살 더 많은 아들이 미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치과치료를 받던 중 치과의사의 권유로 간 검진 결과 간암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주변을 정리하고 치료에 전념하라는 충고를 한다. 명예퇴직을 하고 퇴직금과 전별금을 받아서 아내와 이혼할 때 지불하지 못했던 합의금을 전달한다.

의사의 권유대로 하루하루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산책을 하는 중 박물관에서 강산무진도 ; 
조선후기 화가 이인문의 산수화. 화가의 시선이 천지간을 정처없이 떠돌며 시간과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 하면서 끝없는 산천의 전개와 운동, 시간의 운행 사이사이에 해운 어로 하역 농경 주거의 풍경을 묘사하였다. 가로 856Cm, 세로 44.1츠로 두루마리 그림으로는 가장 긴 가로 화폭이다. 비단에 수묵담채. 국립중앙박물관소장. 를 인상깊게 본다.

그가 지내온 날들이 마치 그 그림 속에 담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아들은 재산을 정리해서 요양 시설이 잘 되어있는 미국으로 오기를 원하며, 의사와 상담을 하니 그것 이 더 좋은 환경을 택하는 길이라고 한다.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공항을 떠나 강원도를 지나 동해로 빠져나가는 비행기에서 강산 무진도를 연상한다.

어느 하나 아쉬움없이 절박함 없이 담담하게 삶을 정리해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그렇다면 삶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하는가? 그렇게 허무 해도 되는(괜찮은) 것이 인간의 삶일까?   

 

신수정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는 여덟편의 등장인물이 전문적인 직업을 소유하고있고, 그 주인공들의 구체적인 묘사는 저자의 기자적 취재감에서 나온 것이라 믿고있다.

그녀는 또 견자의 허무에 대하여, 
허무란 좌절과 방황과는 그 격을 달리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일상에 대한 수락을 전제로 한다 전쟁이 치열한 전장의 한가운데에서도 삶은 지속되고 시장은 선다. 인간이란 어떤 끔찍한 상황에서도 밥을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하는 존재다. 허무란 이 존재에 대한 승인이다. 

– 중략 – 
비록 그것이 막막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중년에 이른 나이는 받아들이지 못할 인생이란 없다는 것을 안다. 김훈은 이 허무와의 대면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국면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초월도 아니고 인내도 아니다. 다만 수락일 뿐이다. 그러나 이 수락을 통해 삶은 살만한 것이 된다. 소설은 이 수락을 통해 우리의 사람을 따뜻하게 위안한다.  

 


책은 도끼다 에서 박웅현이 그렇게 극찬을 하던 김훈의 소설 속 문장들을 발견 할 수가 없었다. 연습 부족이고 책에 대한 섭렵의 부족이다.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를 언제쯤 구비 할 수 있을까? 구비가 가능하긴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