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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5] 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 (여든 이후에 쓴 시인의 에세이)

루커라운드 2022. 1. 15. 17:48

 

제목     ; 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 (여든 이후에 쓴 시인의 에세이)
지은이  ; 도널드 홀(Donald Hall)
옮긴이  : 저현욱.최희봉
펴낸곳  ; 동 아시아

인생의 전환점, 은퇴, 늙음, 죽음 이런 단어들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일 손을 놓는다는 것에 대한 정의는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되다” 와 아직 신체적인 자유로움이 있을 때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 보기 위해 생계를 위한 일을 그만두다” 로 대별 될 수 있을 것이다.

60의 중반이 되어 은퇴를 한 지금, 두가지의 경계점이 애매 모호 하다. 아니 두가지 모두가 해당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한점이라고 단정 지을 수 가 없으니,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방법 뿐이 없다.

여든이 넘어 에세이를 쓰는 시인은 삶과 죽음을 어떻게 보았을까? 하는 궁금함에 책을 읽었지만 그 역시 죽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만, 늙음으로 인하여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점을 인지하고 현명하게 대처 하고 저 노력했던 것 같다. 

독자를 특정 나이로 지정한 듯 큰 글자 책으로 발간이 되었다. 글자가 커서 읽기는 편했지만 그로 인하여 조금은 산만하고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이 들어가면서도 정신을 집중 해야 하는 이유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책에서 발췌한 내용]
세월은 10년씩 흘러갔다. 서른 살은 겁나는 나이였고 마흔 살이 되던 날은 술을 많이 마신 탓에 눈치채지도 못한 채 지나갔다. 50대가 최고였는데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 60대가 되자 50대의 행복이 연장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런저런 암에 걸렸고 아내가 죽었다.(창 밖 풍경 중 에서) 20 Page

우리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도, 어떤 일이 일어나리란 것을 아무리 잘 안다고 생각해도, 별수 없다. 노령이라는 세계는 미지의 우주이자 뜻밖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낯선 것이고 노인들은 별개의 생명체다. 피부는 녹색이고 머리는 두 개인 데다 안테나가 달려 있다. 즐거운 사람일 수도 있고 짜증 나는 인물일 수도 있다(슈퍼마켓에서 통로를 막고 비켜줄 줄 모르는 노인들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들이 영원히 '타인'이라는 점이다. 21 Page

나는 국가예술훈장을 받으러 워싱턴으로 가는 길에 이틀 일찍 도착해서 그림을 감상하러 갔다. 국립미술관에서 린다는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이 그림에서 저 그림으로 밀고 다녔다. 우리는 헨리 무어 Hennry Moore 의 조각 앞에 멈춰 섰다. 콧수염이 희끗희끗한 60대의 미술관 경비 한 사람이 다가와 조각가의 이름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나는 무어에 대해 책을 한 권 썼기 때문에 그를 너무나 잘 안다. 린다와 나는 이런 사실을 지적해줄까 하는 생각을 각각 떠올렸지만 이내 접는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행동인 데다 경비를 당황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시간 뒤 카페테리아에서 나오다 그 경비와 다시 마주쳤다. 그는 린다에게 점심을 맛있게 먹었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허리를 굽혀 내게 얼굴을 들이밀고 손가락을 흔들었다. 모욕적으로 과장된 미소를 지으며 내게 큰 소리로 물었다. 맘마. 잘 먹었어.요?" 24 Page

4번 국도가 그래프턴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길가에 앙상한 느릅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본다. 150년 전 녹색의 싹이었던 이 나무들은 세월의 공격을 받아 벌레 먹은 나무껍질로 변해버렸다. 창문 밖으로 나는 본다. 온통 하얗던 풍경이 연한 초록색으로, 짙은 초록색으로 변하고 노랗고 빨갛게 되었다가 앙상한 가지 아래에서 갈색으로 변하고 다시 눈이 내린다. 28 Page

내 난제는 죽음이 아니라 늙음이다. 내가 균형 감각을 잃어가는 것을, 자꾸만 뒤틀리는 무릎을 걱정한다. 일어나고 앉는 게 힘들어지는 걸 걱정한다. 어제는 안락의자에 앉은 채 잠이 들었다. 나는 앉아서 잠드는 사람이 아니다. 매일매일 게으름이 나를 무기력하게 한다. 245 Page

나는 전혀 모른다. 내가 서른 이었을 때, 난 미래에 살았었다. 왜냐하면 현재가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쉰 살, 예순 살이었을 땐 사랑과 일로 충만한 날들이 해마다 되풀이되었다. 노년은 의자에 앉아 있다. 저술을 약간 하고 점점 작아져 간다. 기진함은 에너지를 막는다. 258 Page

그의 인생목표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실현 불가능할 때만 진정한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 했다. 이런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삶을 사는 올바른 자세라고 믿었다. (도널드 홀의 생애 중에서) 286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