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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9] 책은 도끼다

루커라운드 2022. 1. 29. 02:24

제목  ; 책은 도끼다
지은이  ; 박웅현
펴낸곳  ; 북하우스

저자의 인문학 강독회 강연 내용을 책으로 정리한 책이다.

몇차례 책 읽기에 대한 개인적인 습관(숙제 하듯, 의무적으로, 상식과 교양을 위한 등등)을 밝혔었다. 책 읽기가 즐거울 수 없는 이유이다. 어떻게 하면 책을 효율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책을 끌어 안을 수 있는지 수시로 고민하다 만난 책이다. 인문학 이라는 단어에 끌리기도 했지만.

저자의 책 읽는 방법은 결은 틀리지만 결국 책을 추구하는 나의 견해와 크게 틀리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정독을 하고 그런 과정에서 끊임없이 감동을 찾아내는 것을 습관화 하여 성과를 거둔 것이 다를 뿐, 책에서 전하고 자 하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완벽하게 내 것으로 변환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독서를 시작한 시점이나 책을 읽은 량을 비교할 수 없는지라 같은 방향을 추구하더라도 성과나 결과 또한 비교 할 수 없다. 같은 글을 보고도 울림이 다른 이유이다.

사물을 보고 자기의 감수성을 발휘하여 인생이, 삶이 풍요로워 질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을 따라 보기로 했다. 

눈이 내리니 산행 계획을 변경 혹은 취소한다, 비가 오니 산책을 취소한다, 해가 따가우니 그늘 없는 강변은 걷지 말자, 등등 불편함을 피해가는 것이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라면, 애써 그럴 필요는 없지만, 주어진 기회를 취소하거나 놓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 또한 이 책의 저자와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은 삶에 대한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다.

 

 

[책속의 책 소개]
산벚나무, 꽃 피었는데, 마른풀의 노래, 이렇게 좋은날 - 이상 <이철수>, 광장 <최인훈>, 자전거 여행, ‘너는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자전거 여행 2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화장 – 이상 <김훈>

[책에서 발췌한 내용]
제가 죽을 때 떠오르는 장면은 프레젠테이션 석상에서 박수 받는 순간이 아닐 겁니다. 아마 어느 햇살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어느 나뭇잎이 떠오를 것 같고, 어느 달빛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혹은 어떤 대화, 표정, 그런 것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으면 풍요롭게 살다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47 Page

잔디가 자라는 속도, 정 많은 나뭇가지가 가을 바람에 나뭇잎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는 속도, 그 똑같은 나무가 다부진 가지마다 이미 또 다른 봄을 준비하고 있는 속도, 아침마다 수영장 앞에서 만나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는 하얀 강아지가 자라는 속도, 내 무릎 사이에서 잠자고 있는 고양이가 늙어가고 있는 속도, 부지런한 담쟁이가 기어이 담을 넘어가고 있는 속도, 바람이 부는 속도, 그 바람에 강물이 반응하는 속도, 별이 떠오르는 속도, 달이 차고 기우는 속도, 내 인생을 움직이는 질문. 내 인생을 움직이는 질문은 오직 하나, 어떻게 하면 그 속도에 내가 온전히 편입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자동차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잔디가 자라는 속도로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숨쉬는 속도가 바닷가 파도 치는 속도와 한 호흡이 될 수 있을까. 내 인생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박웅현, 「내 인생의 질문은 무엇인가」74 Page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129 Page 

(카프카의 글을 인용)

인생이라는 포도를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씨까지 다 씹어 먹는 사람이고 싶다. 

- 오스카와일드- 139Page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생명이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어요. 내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흘러가게 되어 있고, 어느 날엔 손안의 가는 모래처럼 다 사라질 거예요. 그리고 죽어 있을 거예요. 잡을 방법은 없어요. 그러나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슬퍼하지 말고 그 순간순간을 즐기라는 겁니다. 어차피 결과는 같아요. 빠져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안절부절못하는 사람과 오늘을 즐기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답이라는 겁니다. 169 Page

보이는 거짓과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은 이 책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키치'라는 단어와 맞물려 있어요. –중략- 그래서 저는 키치는 편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잘라서 편집하는 게 바로 키치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광고는 아주 키치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삶 또한 편집이에요. 편집이 없을 수 없죠.  260 Page

실존의 단순히 오늘을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집중하고사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하지 않을까 했어요. 감정은 늘 기복이 있고, 인생은 부상하고, 똑같지가 않고 늘 변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속에 올바른 재판관을 가지고 판단을 해야지, 그 순간에만 충실하겠다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만약 서른 까지만 살 인생이라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늘어 칠십이 넘게 살아갈 인생인데 오 년 후, 십년 후, 이십 년 후의 삶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는 없어요. 그 순간의 솔직함이 전부는 아니죠. 312 Page

나무 아래 엄숙할 것 없는 문명사, 자연사보다 결코 대단할 것 없는 문명사, 예술을 한 번도 동경한 적 없는 자연 327 Page

(인위적인 위대함 보다 더 위대한 것은 ‘자연’ 임을 강조한 말)

비가 오는 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면서 짜증을 낼 것이냐, 또 다른 하나는 비를 맞고 싱그럽게 올라오는 은행나무 잎을 보면서 삶의 환희를 느낄 것이냐 입니다. 행복은 선택입니다. 346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