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달려온 크루즈 선은 이른 새벽 항구에 여행객을 떨어뜨려 놓았다. 나흘동안 지낼 숙소에서 보내준 차로 이른 새벽에 입실을 할 수 있었고, 몇 일동안의 일기가 불 분명하니 성인봉 오르는 일정을 우선으로 잡았다.
주변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울릉초등학교와 KBS울릉 중계소를 거쳐 성인봉을 향해 오른다. 길가에 유난히 파란 잎과 대비되어 핀 노란 꽃들이 눈길을 끈다. 꽃 검색을 통하여 이름을 알게된 털머위는 고도가 높은 산 보다는 해변 주위 야산에 군락을 지어 피어 있었고, 저동 해안가 가파른 절벽에 떨어질 듯 자생하고 있는 풍경이 특이하다. 때마침 그곳을 돌아보는 시간에는 해가 비치지 않고 구름이 잔뜩 끼어 꽃과 어울어진 해안절벽 풍경의 진가를 감상 할 수 없어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무언지 모를 기대를 잔뜩 안고 가파른 산을 오르지만, 성인봉으로 오르는 내내 저동 항의 일부만보일 뿐 특별한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중턱에 자리잡은 팔각정에 오르니 몇몇 사람들이 멀리 가물가물 보이는 작은 물체가 독도라고 한다.
울릉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독도를 들러야 할지 의견 수렴을 하는 과정에서 평소 독도에 대한 의미나 관심이 적었던 관계로 이번 여행에서는 제외 하기로 했다. 만약 독도를 들를 계획이었다면 몇일 동안 계속되는 풍랑으로 인하여 심란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산을 오르면서 느낀 감정은 성인봉 정상에 서도 마찬가지다. 생각했던 것 보다 조망은 좋지 않았고 정상 석을 제외하면 그곳이 정상인지를 알지 못할 수도 있겠다. 성인봉은 생각보다 조망이 좋지 않았다. 멀리 사방으로 망망대해 바다만 잠시 보다가 정상을 밟았다는 기분을 뒤로하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나리 분지로 향한다
나리 분지의 특이한 지형은 평소 보기 어려운 풍경을 만들어 내었다. 잠시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면 성인봉과 나리분지 중간지점에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대가 나타난다. 알봉 둘레길, 깃대봉, 송곳산등이 분지를 감싸고 있는 풍경은 가을볕과 함께 나리 분지를 아늑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알봉 둘레길에서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지점에 울릉국화섬백리향군락지가 있다. 울릉 국화와 섬백리향이 한곳에 서식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있다고 하는 섬 백리향은 6~7월에 개화되는 식물이어 꽃을 볼 수 없었으나 울릉국화는 제 철을 맞아 개화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가을 야생화의 대명사인 구절초나 쑥부쟁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역시 국화의 한 종류일 것이다.
나리분지에 도착하니 늦은 점심시간이다. 산행 후 마시는 막걸리 한잔과 산채 비빔밥은 허기를 메꾸어 주기에 더 할 나위 없는 식사이다. 오징어산채전과 명이나물을 곁들여 점심식사를 한다.
나리 분지의 해발은 500M라고 한다. 그 정도면 관악산 정도 높이인데, 높이를 의식한다면 아늑하다는 표현은 잘 어울리지 않을 듯 하다. 하지만, 너른 분지에 고즈넉한 가을 볕이 내려 앉으니 아늑하다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나리분지에서 천부항 까지는 마을 버스를 타고 가지만 걷기를 작정하고 온 우리는 나리에서 천부항가지 걷기로 한다. 하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세멘트 포장으로 이어진 4Km를 걷는 다는 것이 성인봉을 오르내리는 것 보다 더 지루하고 힘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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