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2009.10.03] 초록이 지쳐 단풍 들던날

루커라운드 2009. 10. 6. 19:24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들고있다.

 

해가 갈수록 공해가 심해져 맑은가을하늘을 볼 수없을거란 생각은 극단적인 상상에서 나온 것 이리라.
아니, 갈수록 심해지는 공해를 없애려는 노력이 없다면 당연히 그런 하늘을 볼수 없을것이다.

 

오랫만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함께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식구들이 삶의 근거지로 돌아가는 추석의 이른오후, 팔순노모가 홀로사시는 집에 며칠전의

그 고요함이 다시 찾아온다.  어머니 집에서 가장가까이,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는 터라 마지막까지 남아서 그들을 배웅하고 홀로계실어머니를 두고 돌아서는

발길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가을햇살이 그 적막감을 더해가고 있다.

 

"어머니 가을벌판에라도 나가 바람이라도 쏘이고오시죠~~!!" 라는 말에 따라나서는 어머님의 육신이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고 둔하기만 하다.

 

저수지가 있는 주말농장에 가서 훌쩍자라버린 김장배추와 무우를 둘러보고 수리사에 간다. 산중턱에 자라집은 천년고찰 수리사에 서니 맑은하늘과 가을바람으로

가슴까지 서늘하다.

 

한여름 한없이 프르를것만 같았던 연록색의 나뭇닢들은...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1968년 시집 《동천》에 발표된 서정주(徐廷柱)의 대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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